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위한 공적 논의를 제안합니다.
최근 서울국제도서전을 둘러싸고 ‘사유화 반대’ 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은 우리 출판계와 문화계 전체에 큰 고민을 안겨주고 있으며, 이것을 출판계의 ‘내홍’으로 보여지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깁니다. 이와 함께 현 사태는 서울국제도서전에 내재한 본질적 공공성과 이에 대한 뜨거운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현 상황을 도서전의 공공성을 보다 단단히 다지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뜻깊은 전환의 시도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지난 수십 년간 서울국제도서전을 이끌며 한국 출판 문화의 발전을 위해 쏟아온 노고와 헌신은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도서전 성장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며, 대한출판문화협회의 꾸준한 노력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도서생태계 구성원 사이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도서전에 예산 지원을 빌 미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문체부의 그릇된 인식과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도서전 운영 방식을 채택한 것에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도서전에 대한 정부의 인식 변화와 함께 향후 도서전 운영에 있어 도서 생태계 구성원들의 의견이 골고루 반영될 수 있는 투명한 절차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서울국제도서전을 사랑하고 키워왔던 더 많은 주체들이 함께 논의에 참여하여, 그 성과를 공유하고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단계를 만들어갈 때입니다. 특히 작가, 서점, 독자들까지 이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논의 구조를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의 현재의 소유 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으로의 투자의 개방은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의 개선만이 모든 논란을 벗어나 서울국제도서전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각 단체들의 뜻을 모아 제안합니다.
- 제안 내용 -
1. 공적 논의기구의 구성
서울국제도서전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모색하기 위해, 기존 주관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 외에도 출판계의 다양한 단체와 작가 단체, 서점 단체 등이 폭넓게 참여하는 공적 논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 논의기구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수렴하는 공론장이 되어야 하며, 서울국제도서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실질적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기구가 되어야 합니다.
2. 지분 구조 및 법인 형태 근본적인 재검토
현재 주식회사 구조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주식회사 전환의 백지화 문제를 포함하여 출판계의 공공성이 담보되는 형태로의 전환 가능성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소유 및 집행의 구조 개편을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기존의 이해관계나 기득권을 내려놓고 오직 서울국제도서전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대의를 중심에 두고 논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3. 지속가능한 공적 지원의 확대
정부는 출협과의 갈등을 빌미로 도서전 예산을 축소할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도서전의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합니다. 현재 서울국제도서전 논란의 시작점은 문체부가 보인 최근까지의 태도에 있습니다.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너무나 당연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며 이는 국가의 문화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공공재에 대한 기본적인 지원을 의미합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출판인·작가·서점인·독자 모두가 함께 만들어온 문화적 자산입니다.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주인이 될 수 있는 공공적 틀 안에서 도서전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가야 합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진정한 발전은 공공성과 연대의 정신 위에 쌓아 올려질 때 가능합니다. 이제는 마음을 모아, 더 넓고 열린 논의의 장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관계로 일주일 이내 의견을 모아 6월의 서울국제도서전 개최 이전에 논의기구를 출범시켜,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다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5. 04. 30.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이후,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
(연대성명)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위한 공적 논의를 제안합니다(20250430).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