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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가치관을 형성해나가는 시기에 접하게 되는 또 하나의 사회입니다. 짧게는 1년 9개월, 길게는 2년의 기간 동안 고향을 떠나 폐쇄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병영문화는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사회구성원의 반이 군대를 거쳐 가기에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의 병영문화는 어떠한지, 그리고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그렇다면 병영문화의 근본적인 특징은 무엇인가? 바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입니다. 이것은 ‘공동체의 수호’라는 국가적 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나타난 군대 조직의 특성입니다. 젊은이들은 훈련소를 거쳐 지휘관을 정점으로 하는 하나의 질서 속에 편입되고, 개성은 지양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개성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습니다. 20년 넘게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성장한 청년들 사이에 갈등은 필연적입니다. 우리 군대는 위로부터의 폭력을 통해 갈등을 억제하거나 감추고 회피하면서 질서를 유지하려고 했는데, 이는 자살이나 총기사고와 같은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또한, 군대의 강압적인 문화는 군의 폐쇄적인 구조와 맞물려 계속해서 재생산되었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쳐 학교나 기업 등의 여러 조직에서 비슷한 문화가 나타났습니다.
그간, 폭력적 병영 문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폭력은 줄었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선 여전히 비인격적 대우와 폭언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현장의 수많은 지휘관이 상호 존중과 소통, 협동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군대 내에 쉽사리 정착하지 못합니다.
군의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나라 20대 초반의 청년들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소모적 입시 경쟁을 거쳤고, 무너진 학교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군대에서의 인격 박탈을 경험했습니다. 그들의 삶에서 ‘존중’과 ‘소통’, ‘협동’이라는 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경험하지 못한 것을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 때문에 그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은 총이기 전에 책입니다. 이제껏 경험했던 세계 너머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입니다. 강제적이고 폭력적인 수단 이외의 다른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다른 것을 상상할 수 있도록 재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책을 건네주고 싶습니다.
폭력으로 길러진 청년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