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10년 동안 한 시민으로서, 기억되어야 할 것을 마땅히 기억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기억의 창고를 여는 산파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고 싶다. 이제 진실화해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니 그것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세상에 맡기더라도, 진실화해위가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어떤 한계를 가졌는지를 당사자의 한 사람인 내가 우선 몇자 적어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고, 또 앞으로 나올지도 모르는 유사한 활동을 하는 위원회를 위한 시사점을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학술 서적도 아니고 단순한 회고록도 아니다. 2000년 이후 전개된 한국전쟁기 학살 사건 진상규명 운동의 역사이자, 그 과정에서 제기된 진실규명․정의 수립 운동의 쟁점을 내 경험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