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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는 건축가, 도정일 교수와 깊이 있는 GV가져




  • <말하는 건축가>가 지난 20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의 대표이자 故 정기용 건축가의 절친한 지인이었던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와 정재은 감독이 함께 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故정기용 건축가의 특별한 업적을 기리며 그의 마지막 여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가 사회 각계 명망가와 문화계 인사들이 연이어 고인을 추모하며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평일 늦은 저녁 시간인 9시 30분경 시작되어 2시간 남짓의 긴 시간 동안 열띤 분위기에서 계속된 이날 행사는 정기용 건축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이 날은 특히 <말하는 건축가>를 연출한 정재은 감독과 시민단체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의 대표이자 故 정기용 건축가와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특별한 친분을 쌓았던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가 함께 자리해 어느 때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가 오갔다.
    ~사진: 정재은 영화감독, 도정일 책읽는사회 대표 ~
    먼저 정재은 감독은 다큐멘터리 작업 과정에서 곁에서 지켜본 도정일 교수에 대해 “정기용 건축가와 도정일 교수는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 같았다”고 소개해 관객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도정일 교수는 故 정기용 건축가와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서로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고 밝히면서,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기용 건축가의 인생관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특히 도정일 교수는 정기용 건축가의 열정과 진실함에 대해 회고하면서 갑자기 목이 메어 한참 동안 말문을 잇지 못했다. 이에 정재은 감독 역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참으며 정기용 건축가와 도정일 교수의 진한 우정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 일순간 장내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는 2001년 도정일 교수가 한 영화잡지에 기고했던 시카고 공공도서관의 독서 문화 조성 프로젝트에 관한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MBC 김영희 PD가 도정일 교수와 함께 MBC ‘일밤’ 프로그램 속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판매된 도서의 수익금으로 어린이 도서관을 설립한 프로젝트. 이렇듯 공익을 위한 ‘기적의 도서관’을 설계해줄 이를 찾으며 처음 정기용 건축가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밝힌 도정일 교수는 “기적의 도서관을 설계해줄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3가지 원칙이 있었다. 1) 돈을 최우 하지 않는 사람. 2) 공공의 가치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 3) 미적 감성이 탁월한 사람. 사실 이 모든 걸 충족하는 사람은 소위 ‘바보 건축가’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가 바로 정기용 건축가였다.”고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또한 “우리가 한국에 없는 새로운 형태의 어린이 도서관을 원한다고 말해서 처음에는 그가 불가능하다며 포기할 줄 알았는데 곧바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도서관 개관식에서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던 도서관을 만났고 모두가 이 건물은 건축이 아닌 예술이라고 말했었다.”며 기적의 도서관에 대한 정기용 건축가의 열정과 애정을 전했다. 특히 도정일 교수는 이날 참석한 관객들에게 정기용 건축가가 건축한 김해와 순천의 기적의 도서관을 둘러보는 버스투어를 제안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와 호응을 받기도 했다.

    한 관객은 적은 상영관에도 불구하고 개봉 열흘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한 <말하는 건축가>의 흥행요인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정재은 감독은 “전적으로 정기용 선생님의 매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은 즉흥적이고 쉽게 포기도 잘하는데 정기용 선생님은 매사에 열정적이고 고집이 있는 분이셔서 사람들이 그런 사람을 본받기 위해 기다렸던 것 같다”고 답했다. 도정일 교수 역시 정재은 감독의 말에 동의하며 “영화도 건축이 잘돼서 정기용 건축가의 가치를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가치를 끝까지 고집하고자 했던 정기용 건축가의 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훌륭한 건축가이자 인간으로서의 정기용 건축가가 전해주는 울림에 많은 이가 감동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말하는 건축가>를 통해 정기용 건축가의 건축물 이외에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향한 시선과 생각도 함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전한 정재은 감독과 도정일 교수의 대화는 영화에서 더 나아간 정기용 건축가의 철학과 인생관, 사회적 가치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밤 11시가 넘도록 객석을 지키던 수많은 관객들은 “차가 끊기는 분들은 먼저 돌아가시라”는 정재은 감독의 말에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현재 1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중인 <말하는 건축가>는 계속해서 관객과의 대화를 이어간다. 이번 주에는 국내 디자인계의 파워 엘리트인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안상수 교수, 그리고 건축가인 민주통합당 김진애 의원 등이 이야기손님으로 초대되며 3월 24일에는 정재은 감독이 부산을 방문해 두 차례 관객과의 대화를 가져 <말하는 건축가>에 대한 지역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에도 답할 예정이다.

    글: 제상민(무비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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