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영상 보기 (2009. 12. 19 방송)
~송파어린이도서관 동지 팥죽 쑤어먹기 행사 ‘동짓날 귀신이 오싹오싹!’~
“오늘 우리가 왜 모인건지 알아요?”
“팥죽 먹으러요.”
“그럼 동짓날 왜 팥죽을 먹는지 아는 사람?”
“잘
모르겠어요.”
“귀신을 쫓으려고요.”
“안 좋은 일을 막아준대요.”
12월 19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송파어린이도서관.
12월 22일 동지를 맞아 동지 팥죽 쑤어먹기 행사인 ‘동짓날 귀신이 오싹오싹!’이 열렸다. 송파어린이도서관 옥상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어린이와 학부모는 전통의 의미를 마음속에 새길 수 있었다.
귀를 기울여 동지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어린이들과 학부모들 |
동지는 24절기 중의 하나로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 길이가 가장 긴 날이다. 조상들은 동지 다음날부터 낮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동짓날을 해가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여겼다. 그래서
동지를 작은 설날로 받아들였고,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했다.
특히 조상들은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짓날에 음의 기운이 가장 성해 음의 성질인 귀신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역귀를 쫓기 위해 귀신이 싫어하는 색인 붉은색의
팥죽을 벽이나 문짝에 뿌리고 팥죽을 먹었다. 만약 동짓날 팥죽을 먹지 않으면 귀신을 막지 못할 뿐 아니라 쉽게 늙고 잔병이 많이 생겨 일 년
내내 몸이 불편해진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내용의 동지 이야기를 아이들은 흥미로운 듯 눈을 반짝이며 들었다. 또 아이들은
고추·목화씨 태우기, 뽕나무 숯 폭죽 터트리기, 방상시, 탈, 제웅, 엄나무, 금줄 등으로 귀신을 쫓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귀신을 쫓는 다양한 방법들 |
이야기를 들은 뒤에는 따뜻한 팥죽과 시루떡을 먹었다.
이번 행사를 담당한 조금주 사서는 “이번 동지는 애동지로 원래 어린이들은 팥죽을 먹지 않는 날”이라면서 “그래서 시루떡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짓날에 행사를 마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지하면 떠오르는 팥죽도 준비했다고 한다.
추운 날씨였지만 도서관 옥상에는
어린이들과 학부모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머니의 소개로 이번 행사를 알게 됐다는 배선아양(초등학교 4학년)은 “동지에 대해 잘 모르지만
평소 팥죽을 무척 좋아한다”며 “좋아하는 팥죽도 먹고 재미있는 절기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다예양(초등학교
5학년)은 “친구가 함께 가보자고 해서 왔다”면서 “잘 몰랐던 동지에 관한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부적붙이기 등 귀신 쫓기
방법이 신기했다고 설명했다.
정수경양(초등학교 5학년)은 “조상님들이 그림을 그려서 눈병을 치료하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시력이 좋지 않은데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따끈따끈한 팥죽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 |
함께 도서관을 찾은 학부모님들의 반응도 매우 좋았다. 아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은 김은희씨(41·여)는 “동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동지 이야기를 아이가 재미있어 하고
맛있는 팥죽도 먹어서 더 좋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씨의 아들 차정운군은 “왜 팥죽을 먹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큰 소리로 “귀신을
쫓으려고요”라고 대답했다.
강순주씨(38·여)는 “마침 얼마 전에 아이들이 절기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면서 “책에서 읽은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것 같다”고 답했다. 강씨는 ”도심에서 이런 절기 행사를 보기가 쉽지 않은데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귀신을 쫓고 액운을 막아준다는 팥죽 |
이곳의 최진봉 관장은 “어린이들에게 24절기와 그 원리를
알리고, 동짓날 음식인 팥죽을 해 먹으며 팥죽을 왜 끓여 먹는지 알려주고 싶었다”며 “보통 도서관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지만 이처럼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줄 수 있다면, 함께 절기 음식을 나누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앞으로 도서관에선 단오 등 주요 절기마다 이 같은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행사에는 노인자원봉사 동아리 ‘도깨비 감투’의 어르신 열 분도 힘을 보탰다. ‘도깨비 감투’의
총무이신 이경자 어르신(65·여)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며 “아이들이 우리 것이 좋다는 점을 아이들이
느끼고 전통의 의미를 배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지맞이 행사가 열린 송파 어린이 도서관 |
이번 행사를 통해 아이들은 조상들이 귀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떻게 막았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동지 팥죽을 먹은 어린이들이 우리 전통의 소중함을 깨닫고, 내년에는 더욱 건강하기를 기원해본다.
정책기자 강윤지
hi_angi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