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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미 고인이 된 유명 기업인이 한 이 말은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마다 나오는 단골 명언이다. 인간의 성장에 책의 기여가 얼마나 큰가를 잘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9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살 이상 인구는 한 해 평균 10.8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책 한 권을 채 안 읽는다는 얘기다.
비록 지난해보다 0.3권쯤 더 읽는 것으로 조사되긴 했지만 국민들의 독서량 부족을 국가가 걱정하고 나선 지는 이미 오래다.
이전 정권인 참여정부는 독서가 "창의성은 물론 문화의 힘을 키우는 원동력"이라 인식하면서 '책 읽는 문화' 보급에 나섰다. 그 중 하나가 '작은도서관' 확충이었다. 작은도서관이란 마을문고 수준의 아주 작은 도서관을 일컫는 것으로, 지역주민들이 찾기 쉽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것이 2004년 일이다.
이후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해마다 작은도서관 건립 지원금을 마련해 원하는 지자체에 심사를 거쳐 지원해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은도서관이 올해까지 경남에만 29곳을 포함, 전국에 273곳이다.
참고로 경남 지자체 가운데는 창원이 14곳, 김해가 6곳, 거제가 3곳, 산청 하동 고성 거창 진주 마산이 각 1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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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종류의 작은도서관 말고도 지자체가 직접 만든 작은도서관이 훨씬 더 많다. 또 소규모 사설 도서관이라 할 마을문고도 사실상 작은도서관이다. 경남 사천시의 경우 시 예산지원으로 만든 작은도서관이 10곳, 단체나 개인이 만든 마을문고가 7곳이다.
문제는 이런 작은도서관이 자꾸 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운영이 알차게 잘 되는 곳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그 이유가 "만들어놓기만 하고 운영은 '나 몰라라' 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사천시의 경우 작은도서관이든 마을문고든 상관없이 도서구입비만 1곳 기준, 1년에 최대 500만원 지원하는 것이 전부다.
이에 비하면 국립중앙도서관 지원으로 만들어진 작은도서관의 경우 해당 지자체가 운영비를 지원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어 형편이 낫다는 게 작은도서관 운영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현실이 반영돼 올해 들어 도서관법이 바뀌었다(9월26일 시행). '작은도서관'을 공공도서관의 하나로 인정함과 동시에 그 운영에 필요한 예산 지원도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 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마을문고도 포함되었다.
결국 지역주민에게 손쉽게 독서나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도서관'이 제 역할을 인정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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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침체된 작은도서관이 이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걸까?
현재로선 아직 미지수다. 예산지원 길은 열렸지만 그 실천 여부는 지차체의 의지에 달렸기 때문이다. 또 운영비가 일부 지원된다고 해도 작은도서관의 활용도를 높이는 일은 결국 이를 이용하는 지역주민들의 몫이다. 주민자치가 얼마나 살아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천지역 작은도서관 운영 관계자들은 먼저 사천시가 관련 예산지원부터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관련 조례를 만들어 작은도서관 운영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아예 명문화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움직임이 최근 시작됐다. 가칭 '사천시 작은도서관 설치 및 조례제정을 위한 추진위원회'(줄여 도서관조례추진위)가 이 문제를 공론화 하고 나선 것이다.
도서관조례추진위는 지난 26일 사천시청에서 모임을 갖고 인근 마산시가 도입한 '마산시 작은도서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줄여 작은도서관조례) 내용과 조례제정 과정을 살폈다.
이 자리에는 조례 제정을 주도한 송순호 마산시의원이 참석해 자신의 경험을 나눴으며, 이정희 제갑생 사천시의원과 몇몇 작은도서관 관장들이 귀를 기울였다.
송순호 시의원은 마산시가 작은도서관조례를 굳이 만든 이유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공공도서관은 누구나 평등하게 지식과 정보에 접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형도서관은 아이들이나 어르신,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힘들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생활주변에 평생학습공간인 작은도서관이 필요하고 그 운영을 위해 예산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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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서관조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가장 핵심은 역시 작은도서관 조성과 운영비 지원이다. 조례는 읍면동별로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그 운영에 필요한 경비(인건비 포함)를 지원하는 것이 시의 책무라고 밝혀 놓았다.
그리고 운영에 관한 여러 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 특히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이용자가 누구나 쉽게 작은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2009년 말 현재 경남의 기초단체 가운데 작은도서관조례를 제정한 곳은 마산시를 비롯해 김해시와 창원시 정도다.
이날 작은도서관조례 제정을 위한 간담회 참석자들은 가칭 '도서관조례추진위' 모임을 조만간 확대하기로 하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에도 참여를 제안하기로 했다.
한편 사천시는 작은도서관조례 제정 움직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반응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30일 전화통화에서 "작은도서관 운영이 어렵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고, 그래서 앞으로는 새롭게 조성하기보다는 운영경비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그런데 굳이 조례까지 만들 필요가 있을까?"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사천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작은도서관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지원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미 지원하던 도서구입비에, 자원봉사자 보조금 명목으로 월 30만원쯤을 더 지급하겠다는 것이 현재 사천시의 생각이다.
이는 작은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력을 배치하고 그들의 인건비 지원까지 바라고 있는 도서관조례추진위의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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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작은도서관 설치와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은, 현재 작은도서관이나 마을문고를 이용하는 지역민들이 사천시와 시의회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간담회에 참석했던 마산시의회 송순호 시의원이 "마산시 작은도서관 조례 제정에 3년이 걸렸다"고 밝힌 점이나 최근 울산북구의회가 관련 조례를 부결시킨 점(11월26일) 등을 감안하면, 사천에서 작은도서관조례 만들기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