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인천 남구 도화3동 주민자치센터
1층을 리모델링해 10월 29일 문을 연 쑥골어린이도서관. 어린이들이 도서관을 찾아 자신이 읽을 책을 고르고 있다. 사진 제공 인천
남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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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 도화2·3동에 사는 주부 윤산희 씨(43)는 요즘 딸(6)과
함께 동네에 생긴 도서관을 찾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남구 도화2, 3동이 통합되면서 남는 공간이 된 옛 도화3동 주민자치센터 1층에 ‘쑥골 어린이도서관’이 10월
29일 문을 열면서 1주일에 2, 3회 도서관을 찾고 있다. 윤 씨가
사는 곳에서 도서관까지는 쉬엄쉬엄 걸어도 7분 거리다. 윤 씨는 도서관 등 문화시설이 없어 쑥골 도서관이 생기기 전에는 멀리 서구도서관과 동구에
있는 화도진도서관을 찾아야 했다. 버스를 타고 30∼40분 거리의 다른 지역 도서관을 찾는 일은 딸아이는 물론이고 윤 씨에게도 큰
부담이었다.윤 씨는 “동네에 공장들이 많아 갈 곳이 없었는데 도서관이 생긴
뒤 동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책을 친구처럼 가까이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윤 씨의 남편과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주말에 도서관을 찾아 책 서너 권을 읽는 등 가족 모두가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동네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쑥골
어린이도서관은 유아들이 책을 읽다가 졸리면 잠을 잘 수 있는 침대와 어린이 독서방, 다양한 어린이강좌가 열리는 다목적실, 6997권의 서적을 갖추고 있다.구는 쑥골 어린이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 중 다문화가정이 많은 점을 감안해 다문화 관련 서적을 추가로 구비할 계획이다. 또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이라도 남구에 소재한
학교에 다닐 경우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인천 남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동네 도서관 만들기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주민들의 높은 호응을 사고 있다.
인천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에서도 가장 선도적으로 동네 도서관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 올 7월 24일 독정골 어린이도서관 개관을 시작으로
남구지역에는 모두 6곳의 어린이도서관이 동네에 생겼다. 통합이 이뤄져 쓸모가 없어진 옛 주민자치센터를 리모델링하거나
기존 주민자치센터의 남는 공간을 활용했다. 내년에는 주안1동, 주안5동, 주안7동, 숭의2동에 어린이도서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
동네에 도서관이 생기면서 자원봉사자도 크게 늘어나는 등 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주민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2007년 12월
남구지역에서 가장 먼저 생긴 학나래도서관은 자원봉사자가 20여 명에 달한다. ‘학나래 책나래’란 자원봉사모임을 만들어 매주 화, 수, 목요일
도서관을 찾는 5∼7세 유아를 대상으로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또 동화에 나오는 내용을 참고해 아이들과 만들기와 그리기, 염색하기 등 다양한
독서 후 체험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아지도를 위해 강좌를 듣는 등 자기계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독정골 어린이도서관에서도 1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생겼다. 학나래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신미선 씨(45)는 “아이들과 함께 배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남구지역의 도서관은 통합회원증 제도를 도입해 회원에 가입하면 어느 도서관에서나 대출이 가능하다. 또 통합 도서시스템을
갖춰 어느 도서관에 무슨 책이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달부터 2월까지 도서관별로 겨울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영수 인천
남구청장은 “동네도서관은 집과 가까운 곳에 많은 서적과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외적인 성과 외에도 10년 뒤 높은
학력수준의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했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