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등대가 있어야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망망대해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등대와 같은 것이 있을까? 물론 각자 나름대로의 등대를 찾아 그 등대를 지표삼아 생활을 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뭔가 공통적으로 ‘그래, 이것이야!’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있기는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일까? 필자는 그것이 바로 도서관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 왜 도서관이지 하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은 “도서(圖書) ·회화(繪畵) 및 기타 자료를 수집 ·정리 ·보관하여,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신속하고 효과적이며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봉사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삶에 있어 등대가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는 대체로 지식사회 또는 지식정보사회라는 것에는 다들 동의할 것이다. 지식정보사회는 지식과 정보가 이전 시대에 중요했던 토지나 자본의 자리를 대신한 사회이다. 즉, 독창적이면서도 수준높은 지식과 정보를 가지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 되는 사회로, 우리도 급격하게 이러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정보 인프라를 갖춘 나라이다. 그러나 질 좋은 지식과 정보는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에 있어서는 긍정적 답을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지식과 정보는 오랜 시간 잘 숙성된 술(이렇게 비유해도 되나?)과 같다. 그리고 그러한 지식과 정보의 활용은 하나의 습관이고 태도이며 기술을 넘어 일종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 발달하고 핸드폰이 급격하게 보급되었다고는 해도 우리나라가 21세기 세계를 선도하는 지식강국, 정보강국이 되었다고 하기에는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았다고 생각한다.
한 편 개인 입장에서 보면 지식과 정보를 제대로 습득하고 활용하는 것이 보통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어디에서 제대로 구해 볼 수 있을까? 고급의 자료는 비싼 돈을 주어야 구해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정보화 사회가 되면 될수록 정보격차는 더욱 커지고 이것이 사회 양극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보가 무한한 시대에 정보의 빈곤에 시달리는 아이러니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대안이 없이는 이제 개인은 점점 더 지식과 정보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선 필요한 것은 누구나 쉽게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사회가 뒷받침을 해 주는 일이다. 사실 이같은 방식이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서구 시민혁명 이후 이미 착실하게 구축되어 온 ‘오래된 미래’, 즉 도서관(그중에서도 공공도서관)이 그것이다. 우리가 되고자 하는 선진국은 사실상 공공도서관과 공교육이라는 두 기둥을 축으로 성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도록 하면서 평생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늘 열려있는 지식과 정보제공 기관인 도서관을 잘 만들어 온 탓에 국민들 각자의 민주적 역량과 개인적 능력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도서관들은 이제 국제적으로 연결되어 누구라도 필요한 사람은 접근할 수 있다. 이처럼 도서관은 새로운 지식정보사회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혜의 등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도서관을 모든 사람을 위한 지식과 정보의 시장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여전히 많은 경우 개개인의 사적 좌석 점유공간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도서관에 가면 모든 분야의 지식과 정보가 수집되어 잘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누구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도 필요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잘 훈련된 전문가(사서)가 누구에게라도 친절하고 세련된 도움을 줄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 이제 도서관을 잘 이용해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이고 풍요롭게 살아갈 것인지는 개개인이 선택할 몫이다. 그러나 도서관은 우리 삶의 길을 비추고, 삶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곳이다. 이제 우리는 이 등대(도서관)를 지표삼아 이 지식과 정보의 망망대해에서 쓸만한 것들을 건져 잘 활용해서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면 좋겠다. 요즘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고맙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도서관에 대해 불만도 많은 줄 안다. 이는 도서관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우리 도서관들에 대한 불만과 도서관이 처한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 논의를 하기는 어렵다. 다음을 기약한다. (그래야 다음 번 또 글 쓸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본 칼럼은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과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