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탄생 200주년 기념 특강 "진화론은 어떻게 사회를 바꾸는가" 강좌신청바로가기
제2강이 '진화론과 윤리--다윈의 세계에도 선악은 존재하는가'를 주제로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된 이래 기존의 종교적 세계관과 신념체계가 완전히 전복되고 그에 따라 규범적 논의들이 객관적 토대를 상실한
것처럼 보입니다. 또 진화론적 입장에서 보면 세계는 모든 개체들이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는 곳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리나 도덕을 말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일까요?
정연교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진화하면서 털이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도덕도 사람이 무리지어 살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삶의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도덕 혹은 윤리도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덕적 삶이 왜 혹은 어떻게 인간의 생존에 유용한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정연교 교수는 이를 두 가지 연구를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미시건대학 정치학과의 액셀로드 교수는 '맞대응전략'(tit-for-tat)이라는 이론으로 이기적 행동보다는 협동이
생존에 유리함을 증명하고, 프린스턴대학의 생명윤리학 교수인 피터 싱어는 이성과 지성의 발달로 인한 이타성의 확산을 설명합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이타성은 유전자의 이익을 확대하기위한 혈연 이타성과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호혜적 이타성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유전적 이익에 기초한 '사실은 이기적인' 이타성은 사회를 구성하고 오래 살아오는 동안 진정한 이익을 위해서는 '진짜
이타적이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진정한 이타성을 구성하게 됩니다(만약 자꾸 혜택을 바라고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가짜
이타성'은 행위가 반복될수록 점점 고립될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진화의 과정에서 발달한 이성의 일관성 추구와 모순 회피의
경향은 "왜 내 아이에게는 이렇게 잘 대해주면서 다른 사람의 아이들에게는 그러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모순에 직면하여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존재들에까지 윤리적 고려의 대상을 확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 교수는 이밖에도 다위니즘과 관련된 여러 가지 비판적 논의들, 즉 진화론은 허무주의이고 상대주의다, 사회다윈주의는 인간을
유전자의 조작을 받는 꼭두각시로 전락시킨다, 진화론은 천민자본주의와 남성우월주의를 지지하고 생물학적 결정론을 주장한다 등의
이슈들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근거로 그렇지 않음을 설명합니다.
끝으로 정 교수는 다윈을 포함한 현대과학이 우리에게 일종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가치관인 '세속 휴머니즘'을 소개하면서 강의를 마쳤습니다. 가치 우선순위의 문제와 이로 인한 이념의 충돌 속에서 누구의 입장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든 가치판단에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는 토대로서 '세속적 휴머니즘 선언'은 다음의 10개
항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1. 탐구의 자유 2. 정치와 종교의 분리 3. 정치적 자유 4. 비판적 사유에 기초한 윤리 5.
다양한 도덕적 가치 교육 6.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회의 7. 이성과 합리적 사고 존중 8. 과학과 기술에 대한 신뢰 9.
진화에 대한 믿음 10. 균형 있는 교육. 근대 서구를 만든 것은 정치, 사회, 예술 영역에서의 세속주의인데 그중에서 이 강령은
근대적 사회구성의 목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정교분리와 종교와 과학의 분리는 근대 서구문명의 핵심
가운데서도 핵심입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는 주로 도덕적 삶이 진화론적으로 왜 유리한가, 이기적 행동이 이타적 행위보다 생존에 더 유리하지
않은가, 윤리적 고려 대상의 확장은 어떻게 어디까지 가능한가 등의 질문이 나왔고 정 교수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실제 상황에
비유하며 자신의 평소 신념을 섞어 세심하게 답을 하였습니다.
다윈 특강은 7월 29일(수)까지 11주 동안 계속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강좌신청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