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7-05-25] 그래도 도서관의 밤은 길어져야 한다 “꼭 밤늦게 도서관에 와서 책을 봐야 할까요? 인터넷 강국이니 차라리 전자책 활성화에 예산을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서비스 향상’을 정책 목표로 일부 공공도서관이 야간 개관 시간을 연장하기 시작한 지 6개월이 됐다. 개관시간 연장에 반대한 도서관계 일부에서는 여전히 이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다. 도서관계의 가장 큰 불만은 업무량 증가이다. 특히 직원수가 많지 않은 작은 도서관에서는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올초 야간 개관시간을 연장한 서울 시내 한 공공도서관의 담당자는 “야간근무를 한 인원이 빠지게 되면 다른 사람의 작업량이 늘거나 업무 공백이 생긴다. 직원들 간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서관별로 국비 1억원, 지방비 1억원의 매칭펀드로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도서관은 아직 지방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원받은 국비로 우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방비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상태다. 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의 도서관정책과 김인도 사무관은 “각 지자체가 추경 예산을 확보해 지원하도록 여러 절차를 통해 독려 중”이라고 말할 뿐이다. 하지만 일부 도서관계의 비판과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서울시내 한 공공도서관장은 “‘밤에도 이용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이용자들이 많다”며 “이런 말을 들으면 업무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했던 일들이 마음이 걸린다”고 고백했다. 서울 정독도서관 정연수 자료봉사계장은 “처음에는 업무량 증가 때문에 반대했지만 이용자들이 좋아하니까 직원들도 보람을 느끼게 됐다”면서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야간 이용자는 지난해보다 77%, 서울 정독도서관은 10% 정도 늘었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관이나 지방 도서관들은 이용자가 크게 늘지 않았지만 개관시간 연장 도서관이 늘고 홍보가 되면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은 기대하고 있다. 도서관계의 지적대로 예산, 인원 등에 대한 확실한 준비없이 시행된 정책이 현장의 어려움을 늘린 부분은 있다. 하지만 공공도서관이 여전히 부족한 데다, 있는 도서관도 이용하지 않고 있는 주민들이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이용자의 접근성을 늘리는 정책은 지속돼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할수록 ‘좋은 도서관 문화’가 싹틀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도서관계에서도 야간 개관시간 연장에 대해 이용자들이 대환영하고 있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윤희윤 대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지난달 한국문헌정보학회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다음의 내용처럼. “도서관계는 야간 개관시간 연장에 대한 비판적 자세를 지양하는 한편, 대중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호기로 삼아 전략적 대응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임영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