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21 2007-05-21]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이상(理想)의 나라 만드는 지름길 [이코노미21·프레인 공동기획]
여기 ‘이상(理想)의 나라’가 있다. 봉사를 수행하는 기업, 기업과 협력해 시너지를 뿜어내는 NGO단체 그리고 이를 통해 많은 수혜를 입는 국민들이 즐겁게 숨 쉬는 나라다. 꿈에서나 그릴 수 있는 나라일까. 최근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말이 종종 등장한다. 이는 기업, NGO단체, 국민 등이 ‘상호이익’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을 의미한다. 꿈으로만 여겨지던 이상의 나라…. 이것이 바로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의 지향점이다. 하지만 결코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다.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을 운운하면서도 기업, NGO단체, 국민은 옥신각신하기 일쑤다. ‘이상’의 나라로 가는 길은 그래서 더욱 험난하다. 그렇다면 ‘이상의 나라’는 말 그대로 이상일 뿐일까. 그렇지 않다. ‘방도’는 있고 ‘묘수’는 존재한다. 기업이 먼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몸소 실천하면 된다. 그럼 자연스럽게 NGO와의 껄끄러운 관계가 해소될 수 있다. 또한 이로 인해 파생되는 수혜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CSR이 능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구잡이식’ ‘따라하기식’ CSR은 좋은 대안이 아니다. 기업 스스로 ‘가장 잘할 수 있는’ CSR을 수행해야 효과적이다. 기업에 ‘적합한’ CSR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국내 기업들의 CSR은 얼마나 유효적절하게(적합도) 이뤄지고 있을까. 아쉽게도 ‘CSR 적합도’에 대한 조사는 거의 없다. <이코노미21>이 창간 7주년을 맞아 PR전문 및 컨설팅전문기관 <프레인앤리>와 공동으로 ‘기업의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과 ‘CSR 적합도’를 조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지금부터 ‘이상의 나라’로 가는 지름길 CSR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편집자 주> ■조사방법 <이코노미21>과 <프레인앤리>는 국내 기업의 전략적 CSR을 진단하기 위해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소비자, 20~49세 성인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우선 국내 20대 그룹과 4대 금융기업 홍보팀 등을 통해 각 그룹을 대표하는 3가지 CSR에 대한 설명 및 사진자료를 취합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개 그룹(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에 포함)과 4개의 금융기업에서 수행하고 있는 총 69개의 CSR에 대한 자료가 취합돼 설문조사에 반영했다. CSR은 크게 인지도·호감도·적합도 등 3가지 차원에서 진단했고, 이를 근거로 국내 기업의 CSR 활동이 충분한지, 적합도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이뤄졌다<온라인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설문조사·95% 신뢰구간 ±5.66%> ■조사수행 연구진 이종혁 박사 | 김효순 컨설턴트 | 이원재 컨설턴트 | 류지아 컨설턴트 외 PR조사 및 컨설팅 전문 기업 프레인앤리 연구진 CSR ‘적합도’ 높이면 세 마리 토끼 잡는다 (1) [CSR ‘적합도’ 국내 최초 여론조사] ‘적합도’ 높이면 사회공헌+이미지+이익 ‘세 마리 토끼’ 잡는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의 시대다. ‘기업이 이윤만 추구하면 그만’인 시대는 지나갔다. CSR은 이제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CSR을 두고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기업들은 비교적 여유롭다. CSR에 익숙한 덕분이다. 이들은 CSR을 잘 하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연구팀장은 “외국의 경우, CSR이 이해당사자 간의 대화 위주로 외부지향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며 “미국이나 유럽의 CSR은 정착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 우리 기업들은 어떨까. <이코노미21>과 <프레인앤리>가 5월8일~10일까지 3일간 수도권 거주자 20~49세 300명을 상대로 실시한 ‘20대 그룹과 4대 금융기업의 CSR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8%가 “사회공헌활동이 부족하다”라고 평했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낙제점에 해당하는 24.8점에 불과하다. “충분하다”는 견해는 2.3%에 그쳐 큰 대조를 이뤘다(그림1). CSR의 인지도 역시 상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20대 그룹과 4대 금융기업의 CSR을 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대부분이 ‘모른다’(77%)고 말했다. 인지도가 가장 높은 삼성그룹 조차 25.5%에 그쳤고, SK그룹(21.0%), 포스코(20.7%), CJ(20.3%), 신세계그룹(19.7%)도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KT(17.9%), LG그룹(16.2%), 동부그룹(14.7%), 금호그룹(14.6%) 등도 10% 언저리에 머물렀다. 20대그룹 CSR 24.8점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내 기업들의 CSR이 애초 취지인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보단 ‘기업 이미지 제고’에 활용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CSR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인지도 역시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는 분석이다. ‘염불 보다는 잿밥’에 관심을 썼다가 여론의 외면을 받은 셈이다(관련기사 28-29). 실제 『20대 그룹의 CSR이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것이냐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이냐』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4.2%는 “기업이미지 제고에 가깝다”고 말했다. 반대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는 23.9%에 머물러, 대조를 이뤘다. 4대 금융기업에 대한 평가도 매한가지. 기업이미지 제고(44%)라는 의견이 사회문제 해결(23.9%) 보다 두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렇다면 CSR이 여론의 인정을 받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일까. 해답은 의외로 단순명료하다. ‘생색내기 식’ 자금지원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기부금 등 금전적 지원만으로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고 좋은 기업 이미지를 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포브스>가 조사한 ‘현금기부 순위 Top5’ 기업 중 <포춘>이 선정한 ‘사회적 책임 우수기업 Top5’에 들어간 회사가 단 한개도 없는 것은 단적인 사례다. 삼성그룹 8천억원·현대차그룹 1조원 사회기부 결정이 여론의 인색한 평가를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CSR이 이뤄져야 하는 긍정적 방식』에 대해 응답자의 71.3%는 ‘금전적 지원+참여’를 꼽았고, ‘기업경영과 가치의 전달’(18.7%)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금전적 지원이면 된다’는 의견은 단 1.0%에 그쳤다. 단순 금전지원은 “NO” 이 조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꽤나 많다. 무엇보다 ‘불우이웃돕기’ 식의 금전지원형 CSR은 더 이상 여론의 심금을 자극하기 힘들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CSR도 이제는 금전지원형이 아닌 사회재투자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CSR은 대부분 사회적 재투자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사회에 가장 큰 효과를 미친 CSR 활동은 무엇인가』(1+2+3순위)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43.7%는 삼성그룹의 ‘희망의 작은도서관 만들기’(43.7%)를 꼽았고, CJ그룹의 ‘푸드뱅크 지원활동’(22.3%), SK그룹의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16.3%) 등도 후한 평가를 받았다. 이들 세가지 CSR은 모두 사회적 재투자를 위한 것들이다. 예컨대 ‘희망의 작은도서관 만들기’는 농어촌에 위치한 소규모 미니학교의 어린이 도서관을 꾸며주는 사업으로 전형적인 ‘사회적 재투자’에 해당한다. ‘푸드뱅크(foodbank) 지원활동’은 식품제조기업이나 개인이 기탁한 식품 및 생활용품을 결식아동·노인·무료급식소·노숙자 쉼터 등에 무료로 나눠주는 ‘식품나눔제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 대해 기업들은 푸념을 늘어놓을 수 있다. “사회적 재투자를 위한 CSR을 그토록 열심히 하는데, 왜 좋은 평을 못 받고 늘 부족하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이다. 이런 불만을 내비치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CSR 활동이 기업 이미지와 잘 부합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혹여 기업 이미지와 맞지 않는 CSR을 진행하고 있다면 냉정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제법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CSR 활동이 기업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면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이를 ‘적합도가 높은 경우’라고 부른다. 다소 낯선 용어인 ‘적합도’는 기업의 본질과 CSR의 활동내용이 일치하는 수준을 뜻한다. ‘적합도’가 높으면 CSR 활동내용이 기업의 본질과 일치한다는 것이다(Tip 참조). 이런 CSR의 ‘적합도’는 한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높으면 높을수록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다는 점이다.
왜 일까. 어렵게 생각되지만 사실 단순한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 CSR의 적합도가 높다는 것은 기업본질과 CSR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기업 스스로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꿰뚫고 있는 분야에서 CSR을 수행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이 때문에 CSR의 적합도가 높으면 자연히 사회문제의 해결능력이 생기고, 그에 따라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다. 실제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적합도가 높은 CSR 활동’은 “(사회문제 해결에)매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적합도 상위 10개 CSR’ 중 ‘효과적’이라고 평가를 받은 CSR은 무려 80%에 달했다(그림2, 3, 4 참조). ‘적합도 상위 10개 CSR’ 가운데 ‘효과적인 CSR(15위권)’에 뽑히지 못한 활동은 신세계백화점의 ‘지역단체 지원 프로그램’, 롯데그룹의 ‘어린이병원 위문공연’(69.6점) 등 단 두개 뿐인 것으로 조사된 것. 이는 ‘인지도 상위 10개 CSR’의 절반만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수치다. ‘CSR 적합도가 높으면 그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인지도’ 보다 ‘적합도’가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종혁 사장은 “CSR 활동을 많이 알려서 인지도를 높인다고 해서 좋은 기업, 책임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면서 “적합도와 CSR의 활동내용을 부합시켰을 때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좋은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CSR ‘적합성’ 찾으면 ‘윈윈’ 김효순 프레인앤리 컨설턴트는 한발 더 나아가 “이제 CSR은 기업 경영활동의 일부이며 기업경영에 도움을 준다고 인식해야 한다”며 “결국 CSR은 기업의 지속적 이익창출과 연계될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돼야 하며, 이는 곧 적합성이 높은 CSR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적합성이 높은 CSR을 추구하면 기업이미지 제고는 물론 이익창출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SR의 ‘적합성’을 높이면 ‘세마리 토끼’(공헌+이미지+이익)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적합도 ‘포스코’…인지도 ‘삼성’…호감도 ‘SK’ (2) [CSR 여론평가 종합순위] 적합도 1위 ‘포스코’ 인지도 1위 ‘삼성’ 호감도 1위 ‘SK’
포스코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코노미21>과 PR조사 및 컨설턴트 전문기관 <프레인앤리>가 수도권 거주자 300명을 상대로 실시한 ‘20대 그룹과 4대 금융기업의 CSR 적합도 관련 설문조사’에서 포스코는 68.4점(100점 만점)을 받아 1위를 기록했고, 현대차그룹(68.2점), 삼성그룹(68.1점), SK그룹(67.7점), KT(67.7점) 등이 2~4위(공동)를 차지했다. 한화 가장 낮은 적합도 그 뒤는 CJ(67.5점), 신세계(66.8점), GS그룹(65.6점), 롯데그룹(65.5점), LG그룹(65.1점) 등의 순이었다.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사태를 겪고 있는 한화그룹은 사건의 여파 때문인지 가장 낮은 적합도(53.4점)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CSR 적합도는 기업의 본질과 CSR이 제대로 결부되고 있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의 이미지와 CSR의 교집합이 적합도다. 이에 따라 기업의 이미지와 CSR이 잘 맞으면 적합도는 높게 형성된다. CSR 적합도의 관리는 기업들에게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CSR 적합도를 평가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만 CSR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효순 프레인앤리 컨설턴트는 “CSR 적합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해당 기업이 진행하는 CSR의 효과가 크다”며 “실제 이번 조사에서 CSR 적합도 조사 1위를 차지한 포스코의 경우, ‘인재양성’ ‘나눔의 토요일’ 등 개별 CSR 활동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20대 그룹과 4대 금융기업들이 직접 뽑은 69개의 CSR을 대상으로 실시한 개별 CSR 적합도에선 KT의 ‘청각장애인 소리찾기사업’(75점)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삼성그룹의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73.2점), CJ의 ‘푸드뱅크 지원활동’(72.1점), LG의 ‘청소년 과학교육’(71.8점), 포스코의 인재양성‘(71.4점) 등이 뒤를 이었다. KT 개별 CSR 분야에서 1위 현대차그룹의 ‘Easy Move’ 캠페인(70.9점), 신세계백화점그룹의 ‘지역단체 지원 프로그램’(70.8점), LG그룹의 ‘어린이 보육시설 건립’(69.8점), 롯데그룹의 ‘어린이병원 위문공연’(69.6점), 현대차의 그룹의 ‘세 잎 클로버 찾기’(69.4점)는 각각 6~10위를 차지했다. ‘청각장애인 소리 찾기 사업’의 적합도가 가장 높게 평가된 이유는 유선통신업체 KT의 기업 이미지와 ‘소리 찾기 사업’라는 CSR 이미지가 잘 부합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CSR의 인지도가 가장 높은 그룹은 삼성그룹(25.5%)인 것으로 나타났고, SK그룹(21.0%), 포스코(20.7%), CJ(20.3%), 신세계(19.7%) 등이 뒤를 이었다. CSR 호감도는 SK그룹(66.9점), 현대차그룹(66.0점), 포스코(65.7점), 삼성그룹(65.5점), 신세계(65.3점) 등의 순으로 조사돼, 인지도와 다른 결과를 보였다. 김성수 객원기자 top@economy21.co.kr 기업도 여론으로 평가받는 시대 (3) [CSR 설문조사 총평]
이를 위해 기업과의 적합도가 높은 사회공헌 활동을 지향해 나가야 한다. 사회공헌 활동의 적합도란, 우리 주변의 사회문제를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기업이라는 믿음, 그것이 사회공헌 활동의 적합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사회공헌의 순수성만을 강조해 보이지 않게 누구나 다 하는 일반적인 활동을 전개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요 대표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일반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전략적 차원의 활동이다. 이는 기업이 나서서 특정한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를 사회공동체 속에서 해결해 나가려는 전향적인 노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에 대한 소비자 또는 일반 공중(公衆)들의 평가 잣대가 이미지, 평판 등과 같은 결과론적인 정형화된 항목에 의해 평가될 수 없고 ‘여론’이라는 비정형화된 흐름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CRS은 순수성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던 기업도 단 한 번의 사건과 사고로 순식간에 여론의 지탄을 받는 처지에 놓인다. 이럴 때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동일하게 사회적 책임을 소재로 한 이미지 회복 활동을 전개한다. 이것이 일반화 된 지 이미 오래다. 출렁이는 여론의 파고 속에 놓여있는 기업들이 필연적으로 추진하게 되는 CSR(사회적 책임 활동)은 이제 순수하게 좋은 일만 하면 되는 활동, 우리 활동을 많이 알려서 인지도를 높인다고 해서 좋은 기업, 책임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기 힘들게 됐음을 의미한다. 타 기업들과의 차별화 문제, 어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서의 역량과 의지에 대한 외부 이해 관계자 그룹의 평가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그래, 저 활동은 저 기업이 하면 참 잘하고,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상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의 구체적인 사회적 역할 영역을 확보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주요 대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일반인들의 평가는 매우 냉정했다.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서운한 면도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인지도, 호감도, 적합도를 포괄하는 평가에서 일부 선두 기업을 제외하고는 그 순수성에 대한 공감대조차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일반 소비자들은 사회적 양극화 문제에 대한 대기업들의 역할을 요구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에도 무관심 또는 냉정한 평가의 영역에 놓여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제까지의 사회공헌이 마치 기업의 위기관리 또는 이미지 회복 등과 같이 사후 반응적 활동(reactive)으로 활용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의 이미지, 신뢰 제고를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려면 사회적 또는 산업영역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갖고 사전 실천적 활동(proactive) 중심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이젠 사전적 CSR 필요 이번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CSR 적합도를 평가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갈 때 기업은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과의 관계 증진도 효율적으로 도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종혁 프레인 사장 jonghyuk@prain.com 지나친 이미지 제고 전략은 오히려 독이 된다 (4) [CSR 순수성의 척도] ‘이미지 제고’ 집착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공헌은 순수해야
모든 기업 활동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사회공헌 활동 또한 예외가 아니다.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대의와 함께, 부수적으로 따르는 톡톡한 홍보 효과 역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확산하는 원동력이다. ‘사회 문제 해결’과 ‘기업 이미지 제고’는 동전의 양면처럼 동떨어질 수 없는 공익활동의 중요한 가치인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보인다면 평가는 달라진다. 이들의 활동이 공중(公衆)의 이익보다 지나치게 조직(기업) 중심적으로 펼쳐지면,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들다. 손해 볼 짓을 절대하지 않은 장사꾼들의 얄팍한 상도는 도리어 장기적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20대 기업의 공익활동 목적이 “전반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보다 기업 이미지 제고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평가했다. 조사 결과, 사회공헌 활동을 이미지 제고와 결부한 의견이 기업별로 40~60%까지 치솟고 있다. 공익성을 묻는 질문에서 지극히 ‘조직(기업) 중심적’이라는 응답도 30~50%대에 이른다. 탈 많은 한화, 결과도 ‘부정적’ 반면, ‘사회 문제 해결 중심’이라는 평가는 10~30%대로 낮게 형성됐고, ‘공중 지향적’이라는 견해도 30%대를 밑돌았다. 응답자들의 상당수가 ‘사회 공헌 활동’ 자체를 ‘기업 홍보 활동’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두 가치의 지향점(기업 이미지 제고, 사회 문제 해결)의 비중 차만으로 CSR 자체의 의미를 폄하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많은 응답자들이 경제계 공익 활동의 순수성에 의문을 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기업별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의미 있는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인지도, 호감도, 적합도가 높은 기업<관련 기사 24면>은 두 가치 사이에서 그나마 대략적인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기업 이미지 제고, 조직 중심적’이라는 응답에 무게 중심이 현격하게 기우는 경우가 많았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결과가 현재 기업의 이미지 척도를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최근 총수 폭행 사건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한화그룹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한화그룹은 이번 조사에서 사회공헌 활동이 공익보다 기업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활용되는 기업 ‘1위’에 올랐다. 응답자의 62.3%가 ‘한화그룹의 사회공헌활동 목적이 기업 이미지 제고에 있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반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행위’라는 답변은 12.3%에 불과했다.
공익성 척도를 묻는 ‘조직 중심적이냐, 공중 지향적이냐’의 비교에서도 과반수(51.3%) 이상이 전자에 답했고, 후자에는 15.0% 만 손을 들어줬다. 한화그룹은 호감도, 적합도 측면 역시 꼴찌를 달렸고, 인지도도 하위권(15위)에 머물렀다. 최근 김승연 회장 아들 폭행사건과 연루돼 기업 이지미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 아무리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도 도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여론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금호그룹(51.0%), 롯데그룹(50.7%)의 경우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기업 이미지 제고에 공익 활동의 초점이 맞춰졌다고 답했다. 목적이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의견은 각각 21.4%, 21%로 나타나 양 가치 간 큰 편차를 보였다. 공익성 측면에서도 각각 43.0%, 39.3%가 조직 중심적이라고 답해, 공중 지향적(각각 24.6%, 24.0%)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이들의 뒤를 이어 현대차그룹(47.7%), 두산그룹(47.4%)이 상위 5위권을 형성했다. 이번 조사에서 공익 활동의 목적이 ‘기업 이미지 제고’보다 ‘사회 문제 해결’ 쪽에 조금이라도 더 맞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은 기업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SK, 한진, 현대차그룹 순으로 상대적으로 균형 잡힌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사회문제 해결 노력 더 필요하다 그만큼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아직은 채찍을 가할 때”라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응답자 중 84% 이상이 기업의 공익 활동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은 이를 잘 대변한다.<관련기사 23면> SK그룹은 응답자들의 싸늘한 평가 속에 그나마 사회 문제 해결에 가장 관심 높은 기업(36.8%)으로 선정됐다.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이라는 의견 역시 39.7%였지만, 양자 간의 편차는 2.9% 정도에 불과했다. 이들의 활동이 ‘조직 중심적이냐, 공중 지향적이냐’는 물음에서도 29.4:36.0의 비율로 공익성 쪽에 무게가 실렸다. 특히 SK그룹은 호감도 1위, 인지도 2위, 적합도 4위 등 모든 항목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올라, 가장 긍정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진그룹 역시 33.0%의 응답자로부터 사회 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뒀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업 이미지 제고라는 답변 34.7%와 균형을 맞췄다. 공익성 측면에서도 공중 지향적이라는 의견(30.6%)이 조직 중심적(28.4%)이라는 생각보다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사회 문제 해결 쪽에 32.4%의 응답자가 중지를 모았지만, 43.6%가 상반된 의사를 표명해 상대적으로 편차가 컸다. 현대차 그룹은 ‘기업 이미지 제고, 사회 문제 해결’ 양쪽 모두에서 상위 5위권에 드는 유일한 기업으로 선정됐다. 경제계 전체의 사회공헌활동이 지나치게 전자 쪽(기업 이미지 제고)으로 편중된 것이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기업 이미지 제고와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가치가 정확하게 대척점에 서 있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회공헌 활동이 ‘조직 중심적인 기업 TOP 5’에는 한화, 금호, 동부, 롯데, KB국민은행이 선별됐다. 반면, ‘공중 지향적인 기업’은 포스코, CJ, KT, 삼성, 현대차그룹 순으로 나타났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20대 그룹 CSR 평가--삼성 (5) [20대 그룹·4대 금융기업 CSR여론조사] “공헌활동 대부분 이미지 제고 수준” 평균 적합도 64점 본지가 창간 7주년을 맞아‘프레인앤리’와 공동으로 20대 그룹과 4대 금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책임 활동(CSR) 국민의식 조사'에서 이들 기업군과 CSR의 평균 적합도 점수는 100점 만점에 64.1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기업의 CSR이 전략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란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또 이들 그룹과 금융기업의 사회책임 활동이 말 그대로 '사회문제 해결'에초점이 맞춰져 있는 지, 아니면 주로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회공헌을 이용한 활동인지에 대한 평가 조사에서도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핵심적인 조사결과는 대부분 그룹과 기업들은 저마다 사회책임 활동이라고 표방하지만 상당수 일반인들은‘기업 이미지 제고에 가까운 활동’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각 그룹 및 금융 기업별로 인지도, 호감도, 적합도 등에서 적잖은 편차를 보여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 주>
삼성그룹 ‘도서관 사업’ 인지도 최고 특히 대부분 그룹의 공헌 활동별 인지도가 20%선을 넘지 못한 점에 견줘 이 사업은 인지도 측면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난치성 어린이 합창단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25.3%가 ‘그렇다’라고 대답해 이 사업에 대한 인지도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삼성웰컴 데이’에 대한 인지도는 12.3%로 다른 공헌 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각 사업별 호감도 조사에서는 “작은도서관 만들기”가 100점 만점에 69.7점을 맞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는 ‘희귀 난치성 어린이 합창단’(67.1점), ‘삼성 웰컴 데이’(62.2점)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삼성의 각 종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일반인들은 많이 알고 있지만 이에 견줘 호감도에서는 그리 후한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의 공헌 활동과 이 그룹의 적합도에 대한 질문에서는 ‘작은도서관 만들기’가 73.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고, 그 다음은 ‘난치병 어린이 합창단’(68.8점), ‘웰컴 데이’(62.2점)의 순으로 집계됐다.
Economy21 특별취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