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소식 > 전체
  • 4274
  • 2009-05-06
    [옥천신문 2007-04-27] 농촌 지역 작은도서관의 설립과 운영실태

  • [옥천신문 2007-04-27]
    농촌 지역 작은도서관의 설립과 운영실태, 그리고 미래

    걸어서 10분 도서관 "문향 옥천" 만들자

    도서관 기획 [1] 옥천군 도서관 정책의 현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는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은 미래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책을 읽는 나라는 삶의 질과 주민의 의식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고, 그만큼 나라의 미래도 밝아지는 것도 당연한 사실이다.

    인구 5만4천의 옥천군의 도서관은 어떨까? 옥천군은 현재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외에는 도서관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전라남도 순천시(인구 27만명)는 이미 인구 1만명 당 한개 꼴인 도서관 27개를 확충했고, 2010년까지 도서관 60개를 세운다는 입장이다. 농촌 지역 작은 도서관의 설립 운영과 미래에 대한 기획으로 앞서가는 자치단체의 도서관의 비전을 느껴보고, 옥천군 도서관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글 싣는 순서
    1. 옥천군 도서관 정책의 현실
    2. 도서관 만들기에 열풍인 자치단체
    3. 농촌 자치단체, 도서관을 고민하다
    4. 꾸리찌바의 지혜의 등대, 옮겨놓다
    5. 네덜란드 도서관을 돌아보다.




    ▲ 장야주공 2단지 새마을문고는 관리 운영 예산지원 및 별도 책 구입비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책 읽을 권리 보장해 달라" 도서관, 전혀 구축되지 않아

    ‘도서관망’, ‘책 읽을 권리’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낯선 단어들이다. 이것은 자치단체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고, 주민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다. 하지만, 옥천군은 군립도서관 건립계획만 서 있고, 전체적인 도서관 망에 대한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서 도서관 문화에 목말라 있던 각 지역의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도서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지원은 요원한 실정이다. 옥천군의 도서관 문화에 대해 되짚어 봤다. 다음 제시하는 네 가지 현상은 옥천군이 주민들의 도서관에 대한 열망을 어떻게 살려낼지 고민해야 하는 단초들이다.

    #1. 죽향초등학교 6학년인 영훈이와 지하는 지난 4월 어느 날 오후 장야주공아파트 관리사무소 2층 문고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이 문고는 2006년 5월3일 그나마 ‘가까운 곳에 작은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관리소 직원이 건의해 15평의 공간에 새마을 문고의 1천여 권의 도서를 지원 받아 만들어졌다.

    하지만, 1년이 다 된 지금, 거의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고의 일회성 지원 외에 자치단체에서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서는 차치하고라도 관리 인력도 찾을 수 없었고, 책 구입비용은 물론이고 운영지원비도 갑갑한 실정이다.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공간이라도 있는 장야주공아파트는 그나마 나은 형편이다. 영훈이와 지훈이가 가만히 앉아서 책 읽을 공간이라도 있으니 말이다. 책 몇 권을 구색으로 갖춰놓은 칸막이 독서실이 아닌 그냥 도서관은 장야주공아파트 문고가 거의 유일하다.

    그나마 존재하는 이원청소년문화의집과 청산청소년문화의집, 옥향아파트 관리사무소 2동은 도서관의 목적이라기보다는 체험학습공간이나 독서실 개념으로 작은 도서관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 (주)타임스페이스디자인에서 설계한 안남 배바우 작은도서관 도면도


    #2.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운영위원회를 꾸린 안남면 주민들은 요즘 한참 고민이다. 자치단체의 힘도 빌리지 않고, 어렵게 유치한 기금예산 2억원으로 도서관 건립비용을 마련했지만, 앞으로 들어갈 운영비용만 생각하면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소외된 면 지역에서도 책 읽을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 현명한 주민들은 지난 10월부터 자발적으로 ‘도서관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열심히 활동한 결과 국립중앙도서관의 작은 도서관 건립기금 2억원을 유치했다.

    공무원도 따내기 힘든 기금사업을 주민들의 힘으로 얻어냈지만, 이에 대한 자치단체의 지원 약속은 요원한 형편이다. 군수 면담을 하고, 군에 몇 번 찾아갔지만, 예산부서에서는 물이용 부담금의 주민지원사업비로 활용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만 낼 뿐, 체계적인 지원 약속은 듣기가 힘들었다.

    그 논리 자체는 안남면만 지원해 줄 경우, 다른 면에서 주민지원사업비로 짓는 복지관 등의 운영비도 감당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예산담당의 설명이었다. 결국, 주민들의 ‘책 읽는 권리’는 당연한 자치단체가 보장해야할 몫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찾아야할 권리로 넘어간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후원 회비를 걷어야 하는 등 힘겨운 과정을 감내하면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

    ▲ 지역에 개방한 청산초 도서관이 야간 9시까지 개방해 지역주민과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3. 청산초 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야간 9시까지 문을 여는 지역개방형 도서관이다. 학부모와 주민들의 열의, 학교의 배려로 열린 야간 학교도서관은 여전히 어렵게 운영이 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교육이나 프로그램의 공유 등은 지원받기 힘든 실정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열의를 갖고 도서관을 알차게 운영할 의지를 갖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해 줄 교육이 전무하다.

    지난해에는 삼성과 한겨레신문,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본부에서 공모한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에 선정돼 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고, 최근에는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에서 주는 으뜸상을 수상해 책 100권을 지원받았지만, 여전히 자치단체는 무관심하다.

    그나마 청산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별도의 자원봉사비 명목으로 예산 지원을 하겠다고 밝혀 한숨을 돌리고 있다. 자치단체는 도서관에 대한 자원봉사 열의를 뒷받침해줄 도서관 교육을 마련할 의지도 없다.

    #4. 한용택 군수가 취임한 민선 5기, 한 군수는 주민들의 이미 오래된 목소리를 받아들여 군립도서관 건립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군립도서관은 30억원의 예산으로 짓는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어디에 어떻게 짓는 다는 것 자체가 결정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원한다. 주민들을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같이 참여해 만드는 도서관이 되기를 희망한다. 옥천 동화읽는 어른모임 이정훈 회장은 “군립 도서관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디에 어떻게 짓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최소한 간담회를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도서관 설계부터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옥천군이 단지 군립도서관을 하나 짓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옥천군 전체 주민이 책 읽을 권리가 보장되도록 소외된 면 지역에도 작은 도서관을 확충하는 도서관 망의 비전을 보여 달라”고 덧붙였다.

    옥천도서관 임선숙 사서도 “현재 교육청 도서관과의 연계성도 고려해보고, 앞으로 인력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입지 선정부터 인력운용, 지원예산까지 주민들과 의논해 결정하는 참여 행정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문향의 고장이라 불리는 옥천이 도서관 문화로 제대로 된 문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 문화홍보과 김성원 문화관광담당은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옥천군, 작은도서관 지원사업 - 신청 한건도 안해, 의지 부족

    국립중앙도서관이 2006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작은도서관 지원사업에 옥천군은 한 건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06년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7월25일까지 지원신청서를 마감했지만, 옥천군은 한 건도 지원하지 않았다. 이는 충남 당진군이 4개의 작은도서관을 리모델링하는 기금 2억8천만원을 지원받았고, 강원 화천군이 2개의 작은도서관 리모델링 기금 1억1천900만원을 지원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 김윤 그림


    ◆190여개의 작은 도서관을 사업 - 홍보는 물론 계획도 없어

    지난 한 해 동안 국립중앙도서관은 전국 34개 시군에 53건을 지원했다. 이 사업은 지역주민들이 거주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갈 수 있는 가까운 위치에 30∼50평 내외의 생활밀착형 작은 도서관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의 주요정책사업 중 하나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08년까지 3개년간 복권기금을 활용해 총 190여개의 작은 도서관을 집중시범 조성할 계획이지만, 옥천군은 이에 대한 신청 계획 자체가 잡혀있지 않다. 올해도 5월 안에 신청계획서를 각 자치단체에 내려 보낼 계획이지만, 주민들에게 사전 홍보는 물론, 계획 자체가 잡혀 있지 않은 상태다.

    ◆30%자치단체 부담, 단체장 의지 있어야

    이 지원사업은 신규조성 리모델링 사업과 기존 문고의 부분적 보완사업으로 구분되며 최고 1억원의 사업비안에 7천만원까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지원해주며, 나머지 30%는 자치단체에서 부담해야 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선정요건으로 자치단체가 꾸준히 운영비와 책 구입비 예산을 지원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한 항목에 점수를 높게 주고, 주민들의 의지에 대한 점수도 많이 반영한다고 밝혔다.

    결국, 자치단체가 도서관 망에 대한 비전과 철학이 없이는 사업 자체에 선정될 수 있는 여지는 약하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옛 문고 방식과 달리 지속적인 운영자체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문향의 고장에 걸맞는 도서관 인프라 구축 필요

    국립중앙도서관 신명숙 작은도서관담당은 “자치단체의 도서관에 대한 의지와 철학이 확고해야 예산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다”며 “지난해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정책으로 순천시와 당진군 등 자치단체의 의지가 있는 데에 4개씩 집중지원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옥천군도 이에 선정되려면 주민들에게 꾸준히 홍보해 주민자치의지를 이끌어내고, 행정력을 뒷받침한다면 충분히 선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옥천읍 죽향리 출신 국립중앙도서관 선명순 주제정보과장도 “내 고향 옥천은 지용 시인이 태어난 문향의 고장이라 늘 자부심을 갖고 살았는데, 문향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도서관 인프라가 구축이 안 됐다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며 “자치단체에서 국립중앙도서관의 작은 도서관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은 도서관을 여러개 지을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황민호 기자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