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6-04-30]
어린이용 학습만화,
“학습용 만화요! 아이 연령이나 수준보다는 그냥 잘 팔리는 것 중 하나를 골라 주죠.” “서점에 가서 아이들 보고 직접 고르라고 해요. 그런데 고른 책 중 절반은 그냥 책꽂이로 직행하더라고요.” 인터넷 게임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이, 주의가 산만해 공부에 집중을 못 하는 아이들도 만화책이라면 두 눈을 반짝이며 책상 앞으로 다가가 앉는다. 이를 본 부모들은 ‘만화도 보고 공부도 하면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하며 어린이용 학습만화를 사주기 위해 서점으로 향한다. 하지만, 학습만화를 사줘 본 대부분의 부모는 책꽂이에 꽂혀만 있는 무수한 만화책들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그나마 ‘만화’책에라도 흥미를 갖던 아이가 다시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면서 학습용 만화책은 어느새 애물단지가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학습만화 시장에서는 연간 400여종의 단행본이 출판되는데, 어느 한 권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금세 아류작이 쏟아지곤 한다”며 “선택에서 학습지도까지 부모들이 나름의 기준을 세워야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선택부터 꼼꼼하게=학습만화 선택과 지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만화는 대부분 비슷비슷한 탓에 ‘애들이 좋으면 그만’이란 생각으로 자녀의 선택에 맡기면 오락성이 강하거나 인기 좋은 책을 고르기 십상이다. 이 경우 학습 효과는커녕 아이들이 만화에만 익숙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학습만화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처음 몇 쪽만 읽어봐도 그림체나 대사 수준, 정보의 충실도 등이 쉽게 파악돼 아이 수준에 맞는 책을 선택할 수 있다. 자녀의 성격?관심 분야를 무시한 채 무턱대고 ‘잘 나간다’는 베스트셀러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금물이다. 입맛에 맞는 음식이 따로 있는 것처럼, 아이의 성격을 고려해 장점을 키워 주거나 단점을 보완해 줄 분야의 학습만화를 선택하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부천만화정보센터 김현미 차장은 “소극적인 아이에게는 위인들의 기상을 배울 수 있는 역사·위인만화, 활달한 성격의 아이에게는 레포츠 관련 책을 읽히는 게 효과적이다”며 “이를 위해 현재 아이의 성격을 파악하고 어떤 분야에 흥미를 갖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한다. ◆학습만화 독서지도 노하우=당연한 말이지만, 학습만화도 만화책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익숙해지면 일반 책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긴다. 특히 독서습관을 갖게 하기 위해 학습만화를 권했는데, 아이들이 그림에만 익숙해져 만화에 빠져든다면 부모로선 난감하기 그지없다. 이 경우 학습 만화의 주제와 관련된 도서를 통해 연계 학습을 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역사만화를 읽은 다음에는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나온 관련 역사책을 권해 만화에서 일반 책으로 자연스레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학습만화와 일반 책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해 주고 독서 후 책 내용을 아이와 공유할 필요도 있다. 처음에는 만화를 통해 독서 습관을 갖도록 해주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학습만화와 일반 책의 비율을 4대 1 정도로 유지해줘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만화를 읽은 후에는 부모들이 관련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져 아이들이 책 전반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 책 전반에 대한 평가를 유도해 좋은 점과 부족한 점을 함께 따져본 후 다음 학습만화는 무엇을 보면 좋을지 논의하고 결정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독서습관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