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2006-01-27]
[이 주일의 어린이 책] 어린시절 회상 통해본 책의 소중함 학교 도서관이든 동네 도서관이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입맛대로 책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세상. 그러나 때로 그 넘치는 풍요로움에 존재의 진정성이 가려지곤 한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책이 그런 위기의 존재가 아닐까. ‘도서관의 책’(실비 드보르드·콜레트 포 엮음, 은재호 옮김, 산하 펴냄)이라는, 하나 재미없을 것 같은 제목의 책은 그러나 누구보다도 요령있게 책의 존재가치를 웅변한다. 글쓰기에 참여한 이는 모두 31명. 프랑스 청소년 문학가 귀뒬이 끼어있긴 하나, 세상을 뜨르르하게 만든 유명인사는 거의 없다. 도서관 사서, 서점 주인도 필진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증언’으로 책의 가치가 웅변된다는 사실에 귀가 오히려 더 솔깃해질 만하다. 알제리 출신의 작가 렐리안 세바르의 책에 관한 짧은 회상은 이렇다.“지금부터 반세기 전, 알제리는 프랑스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웠다.(…)나라가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고 억압하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선생님이 권해주는 책을 통해 배웠다.”(‘책은 나의 요새’중에서) 도서관의 책을 공짜로 빌려볼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 했던 아이 이야기를 담은 ‘어느 도서관 사서의 추억’, 유일한 쉼터인 도서관의 책들 앞에 서면 “마치 과자가게 진열대 앞에 서 있는 어린아이가 됐었다.”는 귀뒬의 추억담 등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진중한 메시지가 한순간도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건 왜일까. 시원시원하게 한면씩 펼펴지는 천연색 삽화들이 아이들 마음을 살살 꼬드긴다. 초등생.1만 1000원. 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