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소식 > 전체
  • 4216
  • 2009-05-06
    [출판문화 10월호] 출판위기,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 [출판문화 10월호]

    출판위기,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위기신호에도 체감의 법칙 비슷한 것이 있다. 위기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너무 자주, 너무 오래 계속되면 그것은 이미 위기신호가 아니다. 한국 출판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도 일반 시민의 귀에는 약효 떨어진 ‘구문’으로 들린다. 분명 절박한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위기로 인식되지 못한다면 그런 상황 자체도 위기다. 지금은 출판계가 위기신호의 발신을 넘어 적극적으로 위기 타개에 나서야 때다.

    광복 이후 60년 동안 한국 출판계가 이루어온 빛나는 업적과 공헌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의 우리 출판계가 ‘출판의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갈 공동의 전략을 부지런히 짜내고 열심히 지혜를 모으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출판사들이 개별적으로 노력하고 있지 않다는 소리가 아니다. 그러나 개별적 노력만으로는 어림없다. 출판계는 운명공동체이며, 이 공동체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출판의 미래를 튼튼하게 할 공동 전략의 연구와 모색이 필요하다.

    길게, 그리고 종합적으로 판세를 들여다보았을 때, 출판의 근본적 위기는 독서인구의 누진적 감소이다. ‘책 읽는 사람’의 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독서인구의 감소와 독서문화의 위축은 우리 출판계가 정면으로 공동 대응해야 하는 근본적 위기이다. 어떻게? 예컨대 ‘출판및인쇄진흥법’ 같은 법령은 ‘업계’를 위해 필요하겠지만 그런 종류의 법규만으로는 독서인구의 감소라는 더 본질적인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책과 친해지게 하는 프로그램의 공동 개발, 중등교육 바로잡기, 청소년을 포함한 국민 전체의 독서활동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법규의 제정, 독서 인프라의 확충, 독서문화의 위축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위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국가에 똑똑히 인식시키는 정책 개발과 제안, 독서교육 담당자의 양성, 양질의 지식생산을 담당할 저술인력의 확보--이런 일은 한 두 출판사가 감당할 수 없는, 그러므로 출판계 전체가 나서야 할 중대하고도 시급한 사안들이다.

    출판의 중요성과 그것의 사회문화적 불가결성에 대한 확신을 가진 사람, 그가 ‘출판인’이다. 그는 독서인구의 감소를 세계적 추세로 받아들여 “어쩔 수 없지”라고 체념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이다. 그는 시대의 흐름에 맞서고 그 흐름을 뒤집어 놓으려는 자이다. 그가 시대의 흐름을 뒤집고자 하는 이유는 그것이 ‘틀린’ 흐름임을 알기 때문이며, 시대가 정신을 차릴 때 지금의 흐름과 추세들도 마침내 제 방향을 되찾게 될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이 확신범의 판단과 믿음은 옳다.

    도정일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대표, 경희대 교수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