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05-08-11]
학습만화에 학습효과 없다 (::시인 이종수·평론가 박인하씨::) 근래 수백만권에서 1000만권까지 팔려나가고 있는 ‘학습만화’라는 타이틀을 단 일부 베스트셀러에 대해 “‘학습’이란 불순한 의도로 만든 ‘허접한 합체로봇’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인이면서 현재 충북 청주시에서 ‘참도깨비어린이도서관’을운영하는 이종수씨는 ‘출판저널’ 최근호의 특집 ‘교양·학습만화 전성시대의 그늘’에 실린 글을 통해 “만화는 푸대접 받으면서 교양과 학습이란 코걸이를 걸면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엄청난 학습효과를 기다리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학습만화는 읽고 나면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다”며 “만화의 양식에 무리한 이야기 방식이나 캐릭터를 집어넣고너무 뻔한 결론을 맺거나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서관을 운영하며 가져다 놓을 만한 학습만화를 찾기가 어려웠다는 그는 “건강한 만화양식을 살리면서 독서의 재미를 주는 게중요하지, 불성실하고 부족한 전달력으로 만화란 편한 양식을선택할 때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화평론가인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다른 글에서 “학습만화란 용어는 그 자체로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강박증을 대변한다”며 “이로 인해 내용은 차치하고 ‘학습’이란 ‘당의정’만 씌우면 학부모들은 안심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70~80년대 명랑만화를 보며 보냈지만 어린이는 만화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며 “수학이나 과학 등 뻔한 요소들을 적당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와 버무린 학습만화는 아이들의 세계를 성장시키는 데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