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05-08-10]
도서관서 이웃간 정을 나눠요
"이웃이 함께 한다는 것, 그 것만으로 이미 성공이죠"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삼성래미안 2차아파트 단지 내 '장미도서관' 박영순 (44.여) 관장. 그는 주민과 주민을 엮는 '커뮤니티'로 자리잡은 이 도서관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한다. 지난 4월 개관한 장미도서관은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주도가 아닌 아파트 입주자 주도로 기획.건립돼 주민 자원봉사자만의 힘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책 열람과 대여는 물론, 주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민 자치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도서관 건립이 기획된 것은 지난 2003년 말 박씨가 일부 주민들로부터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부터다. 박씨는 당시 입주자 한사람에 불과했지만 이 아파트 입주 전 다른 아파트에 살던 시절 이미 주민 도서관 건립을 시도했던 '경력'이 있던 터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도서관 건립에 다시 뛰어든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와 부녀회의 지원을 받으며 박씨는 곧바로 도서관 준비 모임인 '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을 꾸렸다. 박씨와 모임 회원들은 입주자 회의실로 꾸며질 예정이었던 아파트 중앙광장 지하 82평 공간을 도서관 자리로 점지하고 주민들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또 '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소식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주민 대상 독서교실을 열었다. 단지 내에서 7차례 열린 '어린이 벼룩시장'은 도서관 건립 자금을 마련한다는 명목이었지만 그보다는 입주자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아파트 건설사로부터 도서 구입비와 인테리어 비용으로 1억원을 기증받으면서 도서관 건립에 가속도가 붙었고 지난 4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도서관이 탄생했다. 박씨는 건립 후에도 주민이 주체가 되는 도서관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서관 일을 배운다는 이유로 급여는 커녕 한달 5천원의 회비를 내는 주민 자원봉사자 30여명의 힘만으로 도서관을 꾸려나가는가 하면 주민이 참여하는 각종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달 한달간 초등학생 1.2학년을 대상으로 열리는 '전통놀이 교실'은 경기문화재단의 교육지원 사업에 박씨가 발빠르게 공모, 재정 지원을 따낸 대표적 성과다. 나이가 많아 관장이 됐을 뿐이라며 도서관 탄생의 공로를 부인하는 박씨는 "힘을 주신 분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없었더라면 도서관은 결코 문을 열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웃 간의 정이 단절된 요즘 주민을 하나로 엮는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이 도서관 설립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신기원 lalala@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