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부산에서 열렸던 제42회 전국도서관대회에서 발표된
"도서관에도 이제 친구가 필요합니다" 세미나 자료입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도서관 운동
- 도서관의 친구들로 그 희망을 틔웁니다
박영숙
/ 느티나무문화재단 대표,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장
beapark@chol.com
1. 들어가는 말
도서관의 친구. 이름만으로도 호기심과 기대를 갖게 만들었던 것이 그 모임의 첫인상이었다. 도서관메일링
리스트에 도서관의 친구 활동을 소개해주신 김영석님의 글과 해외 도서관의 친구들 사이트를 접해본 것이 전
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긴 시간 고민해왔던 화두에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인 도서관
발전을 이끌어낼 동력과 민간 도서관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에 답을 찾은 듯 했다.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해 온 지난 5년은 도서관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시민사회 생성의 토대이자 그 성과물로 발전해온 서구 공공도서관의 역사와 달리 근대
화과정의 역사적 굴곡으로 인해 도서관이 제대로 발전할 기회를 갖지 못한 상태였다. 당연히, 수많은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도서관의 절대 수가 부족할 뿐 아니라 도서관이 있는 지역에서
도 충분한 서비스가 제공되진 못하는 현실, 간혹 도서관 고유의 역할을 잃게 만드는 문제까지, 참 많은 노력
과 긴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공공성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도서관은 결코 시장의 경제논리에 따라 운영될 수 없는 사회적 장치
인 동시에 수준 높은 전문성을 요하는 서비스다. 따라서 교육, 문화, 환경, 인권 등 다른 공공 서비스 분야와
마찬가지로, 정부와 시장(market)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제3섹터'의 몫이 요구된다. 바로 그 지점에
서 희망을 갖게 해준 것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도서관의 친구들의 존재였다.
도서관이 정보복지, 문화복지를 실현하기에 충분한 몫을 하고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풍성한 역할을 하기 위해
서는 지역의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자유롭게 도서관을 이용하며 배우고 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도서관을 세우고 활발하게 이용되도록 만드는
데 사회 전반의 관심과 노력이 모아져야 할 때다.
도서관이 일상 속에서 참여와 자율에 의한 평생학습의 장으로, 지역 공동체 문화 공간으로 뿌리내릴 수 있
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도서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토대로 도서관과 시민이 힘을 모아 우리 사회에 적합
한 도서관의 발전 방향과 모델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일부터 실천하기 시
작한다면 그 자리에 바로 도서관의 친구들, 그 싹이 자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2. 우리나라에 도서관의 친구들이 필요한 이유
1) 마을마다 도서관이 필요하다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요구는 이제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 정보화시대를
맞이하면서 ‘누구나 차별 없이 지식, 정보, 문화에 접근할 기회를 보장’한다는 공공도서관의 이념은 인간의
기본권 보장과 복지 실현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도서관은 경쟁과 소외, 공동체의 해체를 극복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며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지역공동체의
장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처럼 정보격차, 문화격차를 줄이고 진정한 의미의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갈수록 도서관의 몫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보와 지식이 곧 권력이 되는 현실에서 정보와 지식의 불평등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
의 계층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
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를 반영할 만큼 발전된 ‘복지의식’이 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지식, 정보,
문화에 접근할 권리를 복지의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데에는 아직 사회적 인식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를 보편적인 사회적 권리로 보장하기 위한 기반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도서관은 형평성과 공공성을 보장
하는 정보 문화의 인프라이다. 마을 곳곳에 도서관을 세우고 참여와 소통이 있는 역동적인 도서관 문화를 활
성화하는 것은 성숙된 민주시민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토대를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국 공공도서관의 수가 470여 개에 그치는 우리나라에서 한 개 도서관을 신설하는 데에만 수십억 원
의 예산이 필요한 현실로 돌아오면, 이미 수천 개의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는 너무 먼 이상으
로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 지역별로 도서관서비스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크고 작은 규모의
도서관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그 희망을 실현하기 위
해서는 도서관 관련 정책과정에 시민이 참여하고 또한 한정된 예산을 보완할 수 있도록 기부문화를 발전시키
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2) 도서관 서비스의 다양화
정부의 실패, 시장의 실패라는 말로 표현되는 것처럼, 현대 사회는 갈수록 정부나 기업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공공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역량이 확대 성숙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시민사회운동은 정부나 시장이 감당할 수 없는 공공 서비스의 영역에서 실질적인 사
회적 생산력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세계화와 병행하여 진행되고 있는 지방화, 분권화의 흐름에 따라
정책결정과정에서 시민참여의 폭도 늘어나고 있다.
도서관 역시 이용자들의 요구가 다양화해감에 따라 공공부문의 자원만으로는 그 서비스를 충족시키는 데 한
계가 있다. 도서관의 서비스를 풍부하게 만들고 꾸준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긴밀하게 요
구를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한 체계가 필요하다. 그건 이용자들의 삶에 가까이 있는 시민
단체들이 정책과정이나 운영에 참여하고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주체로 나설 때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오늘날 도서관은 자료를 수집, 보존, 제공하는 역할 뿐 아니라 시민사회교육의 장으로, 새로운 공동체
를 형성할 지역커뮤니티의 장으로도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역할은 도서관 운영주체의 일방적인 서비
스만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도서관 쪽에서는 다양한 커뮤니티가 형성될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고
도서관 운영에도 참여할 기회를 늘리면 이를 통해 도서관의 서비스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독서, 지식과 정보의 제공과정에서 개인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는 환경을 마련하려면 적극적인 참여에 의
해 도서관 관련 정책과정에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도서관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충
족시킬 수 있도록 풍성한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도서관의 제자리 찾기,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도서관의 절대 수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그나마 존재하는 도서관마저 위치나 서비스의
내용이 많은 이용자들의 접근을 끌어들이기에는 부족했다. 이용자들은 도서관의 서비스를 제대로 체험할 기회
를 갖기 힘들었고, 그 결과이용자들이 도서관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인식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
였다. 그런 현실은 심지어 이용자의 요구가 도서관 본연의 역할과 상충하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도서관
은 본래 이용자의 요구를 기초로 하는 서비스이지만, 공부할 책을 싸들고 와 좌석 수만 늘려달라고 하는 수험
생들, 문화센터와 다를 바 없는 각종 프로그램을 개설해달라고 하는 이용자들의 요구를 그저 받아들이기만 한
다면 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잃어버리고 말 수도 있다.
이런 이용자들의 요구를 민원으로 처리해야 하는 도서관 직원들이 이용자들을 이해시키고 변화시키는 데에
는 한계가 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도서관이 어떤 곳이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한 목소리로 설득
하고 요구하고 변화를 시도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누구보다 영향력이 큰 도서관의 대변자가,
도서관 발전의 주체가 될 것이다.
도서관이 살아있는 정보가 만나고 소통하며 생산되는 평생학습과 시민사회교육의 장으로, 지역 문화공간으
로, 이제라도 제몫을 하려면 먼저 도서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서관
을 제대로 인식하며 널리 알리고 홍보하는 역할을 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일상 속에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도서관을 후원하고 지원하는 도서관의 친구 조직이야말로 그 역할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적은 숫자라도 도서관의 친구 모임이 만들어지면, 더 이상 일방적인 수혜자의 입장에서 요구만 제기하는 것
이 아니라 도서관의 발전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용자들의 집단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도서관이
든든한 지원자를 얻는 과정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아주 효과적인 이용자교육의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4) 도서관운동의 새로운 방향 모색
우리나라도 그동안 도서관 환경을 개선하여 지적평등과 공공성을 보장하는 사회적 장치로 뿌리내리게 하려
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시민의 참여가 없는 도서관운동은 폭넓은 공감대와 동력을 얻기 어렵
다. 한편, 최근의 민간 도서관운동은 스스로 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집중되어 왔다. 따라서 예산과 인
력 부족, 공간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그 성과가 꾸준히 지속되지 못하고 단기적인 사례로 그치는 경
우가 많다.
도서관 운동은 결국 공공의 영역으로 확대되어 지역 전체의 도서관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도서관문화를 발
전시키는 일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도서관계와 민간이 연대하여 지역별로 도서관 서비스를 확대
발전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하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로는 전체 도
서관문화 발전으로 힘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늘어가는 상황은 도서관운동의 힘을 한 단계 높이는 기
회로 삼을 수 있다. 만일 그런 기회를 놓친다면 또 과거와 같은 좌절을 경험하고 수많은 노력이 그저 도서관
운동의 흔적으로 아쉬움만 남기고 말 것이다. 이제 도서관운동의 폭을 시민사회로 확대하고, 민간의 노력은
공공 영역으로 확대하여 전체 도서관 발전을 모색하는 쪽으로 도서관운동의 정체성과 방향을 분명히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의 친구들 모임은 다시 희망과 가능성을 꿈꾸게 한다. 운동 주체들의 차이를 넘어 커다
란 동력을 이루는 데에도, 정책과정에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데에도, 그리고 이용자, 시민들의 장기적이고 폭
넓은 힘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바로 도서관의 친구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도서관의 친구들 초기 활동에 대한 제안
한편으론 이름만 떠올려도 흐뭇해지는 도서관의 친구들 활동을 꿈꾸면서 다른 한편으로 가슴을 무겁게 내리
누르는 건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의 친구들 모임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몫을 가져야하는가 라는 화두 때문이었
다. 그뿐인가. 우리 도서관의 현실을 다시 실감하고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확인하게 될 때면 아예, 우리나라
에서 과연 가능한 일이긴 한가라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
외국의 사례처럼 과연 도서관의 친구들이 모임을 갖고 활동할 공간을 얻는 일조차 어려울 수도 있다. 어쩌
면 도서관 운영주체나 사서로부터 자신들의 영역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만들지도 모르고, 아직
도서관 같은 기관을 후원하고 도울 만큼 복지의식이 높아지지 않은 현실에서 과연 현실적인 활동이 가능할지
도 의문이었다. 앞으로도 그런 걱정이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사립문고 형태로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은 그런 모든 걱정을 덮고 기
대와 용기를 갖게 만든다. 용인의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 역시 개인이 만든 사립문고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도 없이 자원 활동과 후원만으로 지금까지 유지해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힘을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차츰 도서관을 알아가며 도서관을 아끼는 마음을 갖게 되고 나서서 돕게 되는 사람
들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만들 때면 늘 이들만큼 도서관 발전에 든든한 힘을 가질 세력은 없다는 생각을 하며,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기회만 마련되면 도서관 서포터즈 몫을 하게 될 거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게다가 차츰 독
서와 도서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도서관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의
폭은 넓어질 거라는 판단도 기대를 더 크게 만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노력과 실천일 것이다.
느티나무의 경우 5년간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주민들과의 사이에 시당국과 시립도서관 사이에 조금씩 존재
가 알려지고 아주 천천히 신뢰가 쌓여왔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것만큼 우리 지역의 도서관 관련
정책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힘은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느티나무의 활동성과를 통계 수치로 작성하여
시장실에 제출한 적이 있다. 막상 데이터를 만들다 보니 그간 대출권수가 28만 권에 달하고 도우미들의 자원
활동시간이 2만 3천 시간을 훌쩍 넘는 걸 보면서 우리 자신이 새삼 놀라기도 했다.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자료를 만들어 지역의 주요 정책결정자들에게 제시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도서관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활
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힘을 모은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도서관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
시적으로 만들어가는 일, 그래서 다양한 참여를 유도하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 작은 도서관 만들기 운동
최근 정부에서도 지역마다 작은 도서관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의 공립
문고 사례처럼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작은 규모의 도서관을 늘이고 지역마다 체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
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하지만 차츰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방자치제도는 분명히 지역의 도서관을 늘이는 데 좋은 여건이 될 수 있
지만, 여전히 또 다른 부정적 용인이 되기도 한다. 선출직 지자체장들이 성과에 매달려 조금이라도 예산을 더
들여 큰 규모의 도서관을 만들려는 시도가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도서관 한 군데만 지으려고 해
도 수십, 수백억의 예산을 제시하게 되고, 이는 다시 현실적으로 많은 수의 도서관이 세워지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당연히 많은 수의 도서관을 짓는 게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언제나 일상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노력이 지속적으
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분명한 의식을 지닌 시민들이 정책과 예산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장기적인 도서관 발
전안을 요구하고 반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도서관 활동에 참여하면서 장기적인 도서관 발전에 대한 전망을 공유할 수 있는 도서관의 친구
조직은 누구보다 분명한 힘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지역주민들의 힘을 결집시킬 수 있는 조직이 될
것이다.
이제 막 소개되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도서관의 친구들이 우리 현실에서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작은 도서관이 아닐까. 지역별로 작은 도서관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제도와 시
스템을 만드는 일에 노력을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 작은 도서관의 필요성 알리기
- 지역 환경 조사 자료
- 작은 도서관의 구체적인 성과 평가 자료
○ 간담회, 세미나
- 정책 결정자들과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기회 마련
○ 지역 시민사회 역량을 토대로 한 조직 구성
- 모든 활동의 기본과 중심은 역시 사람이다
○ 도서관 사서와 함께 해당 지역 도서관의 의제 선정
-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행사 및 사업 기획
2) 어린이서비스 활성화
최근 몇 년간 크게 늘어난 어린이도서관의 사례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서관의 가치와 중요성을 새롭게 인
식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어린이 전용 도서관뿐만 아니라 일반 공공도서관에서도 어린이서비스는 이용자들
이 도서관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험하게 해준다. 문화활동이나 자원 활동 등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도서관
을 이용하거나 도서관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도 많다. 또한 도서관측에서도 시민들에게 문을 열고 다양한 협력
을 받아들이기에 효과적인 지점이라고 보인다.
현재 여러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어린이실 리모델링 사업 또한 지역에 따라 서는 초기의 기부?모금운동
을 시작하기에 적합한 사안으로 보인다. 바자회를 열어 마련한 수익금으로 어린이열람실에서 책을 읽어줄 때
사용할 의자를 마련해주거나 아늑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그림으로 블라인드를 만들어 설치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스토리텔링이나 문학기행 같은 도서관 행사나 문화 프로그램의 자원 활동가가
되어 도서관 서비스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폭도 가장 넓다.
어린이서비스를 중심으로 도서관의 친구들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도서관 운영주체와 친구 모임 사이에 이해
의 폭이 넓어지고 효율적인 협력관계가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경험은 앞으로 자료관리, 안내, 홍보,
행사진행, 장애인 서비스 등 그 활동의 폭을 넓혀 전체 도서관서비스로 친구들의 활동을 확대할 수 있는 기초
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3) 기부문화 발전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반영하며 시민사회운동 역시 크게 변화하고 있다. 80년대 저항적인 정치활동에 치중
했던 시민운동이 이제는 각자의 고유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높이고 실제로 사회적 생산력을 담보할 수 있는 방
향으로 나가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시민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단체로 아름다운재단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아름다운재단의 사례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초기 단계인 비영리단체(NPO)의 역
할에 기대를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NGO나 NPO가 활성화되기 위한 기부금 모금의 효과적인 방식
을 성공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도 시민사회 발전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성과다. 앞으로 도서관의 친구
들 모임이 만들어진다면 구체적인 기금모금 사업을 진행하는 데 참고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복지의식이 높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정보복지, 문화복지의 의미를 사회적으로 인식하고 실현하는 일
은 결코 쉽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먹고 입는 것을 지원하는 수준에서 한 단계 나아
가 이제 도서관에까지 활발한 기부문화가 이뤄지도록 만들려면 사람들의 의식과 정서를 바꾸는 지속적인 노력
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색하는 노력도 끊임없이 요구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계획을 세워 조금씩, 천천히, 현실적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4. 맺음말 - 도서관의 친구들, 그 가능성의 발견
하나의 사립문고를 만들고 운영해 온 지난 몇 년의 시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한계와 부딪히는 과정이었다.
개인의 힘만으로 도서관의 역할을 지속하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매시기마다 거듭 확인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공공성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되어야 하는 만큼 도서관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여러 가지 한계
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체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인 힘을 갖는 도서관운동으로 한 발 내딛기 위해서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
다. 그런 고민으로 시도한 것이 재단법인의 설립이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비영리법인으로 설립허가를
받아 더 이상 개인이 아닌 법인격을 부여받음으로써 좀 더 안정적인 후원을 확대하고 세금면제, 사업공모를
통한 지원금 확보의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좀 더 체계적인 틀을 갖춘 자원 활동 조직을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풍부하게 체험하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용자의 폭을 늘일 수 있었다. 뿐만 아니
라 지역의 공립 공공도서관이나 관할 부서와의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도 늘어 작은 도서관의 필요성을
알리고 지역 전체 도서관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졌다.
이러한 과정은 순수한 시민들의 모임으로 지역의 도서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조직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는 경험이었다. 이제 그 과정에서 얻은 희망을 토대로 우리의 모든 활동이 전체 도서관의 발전으로 이어지
길 바라며, 도서관의 친구들 모임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도서관의 친구들의 친구’가 되고자
한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도서관의 존재가치와 중요성을 알리는 장을 마련하고 도서관의 설립과 운영에 시민들이
동참할 길을 모색하여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도서관문화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을마다 누구
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그 도서관에서 책과 사람이 만나고 소통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이
제 시민들의 힘이 모이고 성숙되고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