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다는 건 살아 있다는 겁니다. 누구는 입맛이 없어도 먹어야 하고, 누구는 항상 맛있어서 양을 조절해서 먹어야 합니다. 먹어야 살고, 살기 위해 먹어야 합니다.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죽기 싫다는 겁니다. 음식은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뭐든 잘 먹는 편입니다. 누구는 저더러 특별한 입맛이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도 음식을 향으로, 모양으로, 분위기로 즐길 줄 압니다. 까탈스럽게 말을 안 했을 뿐인데... 사연이 있는 음식을 좋아합니다. 음식이 나오는 소설도 안 빼놓고 볼 정도로. 한국, 일본, 독일 작가가 쓴 '음식이 나오는 소설'입니다. 삶의 향기를 품은 음식이 나를 이끌었다. 맛 보시기 바랍니다.
1.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김동식, 김서령, 김민섭, 김설아, 김의경, 정명섭, 노희준, 차무진, 조영주, 이리나 지음∣수오서재∣2020년∣308쪽
음식이 나오는 테마소설집입니다. 남녀노소가 즐기는 국민 간식 떡볶이를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김서령, 정명섭, 차무진, 김의경 등 다양한 장르 작가들이 모였고 컵떡볶이 추억, 좀비와 떡볶이, 떡볶이 초끈이론, 떡볶이 순정 등 여러 가지 색채로 버무러진 소설입니다. 학교 앞 분식집 아줌마의 500원짜리 컵떡볶이가 나옵니다. "나는 항상 6개 치열이는 7개다. 그래서 비교했고 왜 그랬는지 생각했다." 그게 문제였습니다. 한 개를 더 받기 위해 글쓰기와 아빠 생일로 이야기는 번져 갑니다. 자신의 생활이 달라지는 겁니다. 다음 이야기는 "나는 한주은행 연정시장 지점 한수정 대리다. 연정시장 날개 떡볶이는 유명하다. 사장은 26살 철규씨다."로 알 수 있듯이, 한수정 대리와 철규씨가 주인공입니다. 여기서 철규씨가 일을 만듭니다. 한수정에게 사랑고백을 한 겁니다. 이후 '떡볶이 청년의 순정이 불러온 참극'이 일어났다고 알려집니다. 하지만 한수정에게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건 결코 순정이 아니었다고. 가끔 사랑이야기는 당사자가 아니면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소설 결말은 작가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작가가 수긍하지 못하지만 쓰고 맙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왜 소설을 쓰고 있는지, 이런 소설을 계속 써야만 하는지 한동안 우울에 시달렸다." "생각보다 유명한 떡볶이가 많았다. 홍대 마늘떡볶이, 조폭떡볶이, 선릉역 매운떡볶이, 동대문 엽기떡볶이, 공수간, 먹쉬돈나, 인터넷에 뜨는 서울 맛집을 일일이 다 찾아갔다." 스위스에 살다가 한국에 온 주인공 해환은 60대 여자입니다. 떡볶이집을 찾아다닌 이유는 살인을 위해서입니다. 소설 후반부로 가면서 더욱 빠져듭니다. 당신에게 맞는 떡볶이를 찾아 여행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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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에쿠니 가오리 , 모리 에토 , 가쿠타 미츠요 ,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시드페이퍼∣2011년∣214쪽
여름날 소나기가 내리고 노을이 지듯, 아름다운 풍경이 스치듯 지나가는 소설집입니다. 이런 문장들이 내 속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나이가 들었어도 마음은 젊다거나, 육체도 충분히 젊다거나.", "예순 살은 노인이 아니라든지, 노인이라 해도 멋지다든지, 혹은 노인이기에 멋진 거다, 라고 말할 수도 있다."제목도, 표지도, 소설이 시작되는 장면도 이쁩니다. 그냥 집어 들게 된 책입니다. 일본 최고의 여성작가 <엄마가 했어>의 이노우에 아레노, <반짝반짝 빛나는>의 에쿠니 가오리, <종이달>의 가쿠타 미츠요, <아몬드 초콜릿 왈츠>의 모리 에토 등 총 4명의 작가가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에서 음식과 함께 아름다운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이노우에 아레노의 <이유>에서는 19살 고등학생인 '알리다'가 영어교사인 '카를로'와 학교에서 사귑니다. 30살의 나이 차이가 나지만 결혼해 산속 집에서 삽니다. 양쪽 집에서 결혼을 반대했는데 그때 알리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내가 '일으킨 일'이 아니라 내게 '생긴'일이니까. 그래서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라고 믿었다."라고. 카를로와 사랑할 때, '미네스트로네'(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토마토 수프)를 먹었습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카를로를 사랑하는 이유가 수없이 나옵니다. 상상력으로, 순정으로 읽어보길 바랍니다. 모리 에토의 <블레누아>에서는 더욱 감동적입니다. 어머니와 인연을 끊고 살던 주인공 '장'은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하던 파리 레스토랑에서 휴가를 청해 어머니를 찾아갑니다. 장과 어머니는 다투었고 다음 날 새벽 어머니는 54세 일기로 세상을 떠납니다. 아버지는 장이 철 들기 전에 벼락을 맞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대접받는, 선조들의 영혼을 떠받드는 바로우 집안의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파리로 왔고 결국 이름난 레스토랑 주방장이 되었습니다. 장은 취재차 온 출판사 기자 사라와 결혼했는데, 알고 보니 그녀도 브르타뉴 여자였습니다. 그곳에서 요리 민박집 타블로트를 하게 되었고, 어머니 아네트의 사연을 듣게 됩니다. 이후 이야기가 가슴을 저미게 만듭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가 애를 썼다는 걸 알게 되면서입니다. "자유분방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사람이었지. 메밀(블레누아)은 아네트하고 많이 닮았어."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 꽃을 손바닥 안에 감싸고, 작고 하얀 꽃잎을 헤아리고는 그대로 통곡해 버렸다." 이 문장에서 잠시 숨이 멎을 정도로 가슴이 떨려왔습니다. 나머지 음식도 소설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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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천국의 저녁식사』
벤 베네트 지음, 박병화 옮김∣가치창조∣2013년∣368쪽
“뭘 드실지 정하셨나요?”소설은 이렇게 묻습니다. 주인공은 자크와 엘리입니다. 또 한 사람은 후반부에 나옵니다. 두 사람은 대서양 해변에 있는 식당을 20년 이상 함께 운영해 왔습니다. 22년 1개월 2주 4분의 3일을 부부로 살았습니다. 엘리가 세상을 떠났고 자크는 살아 남았습니다. 휴가지에서 만난 두 사람은 노르망디에 카페를 열었습니다. 엘리는 자크보다 현명했고 자크는 겸손했습니다. 아내가 죽고 자크는 아내 무덤을 매일 찾았고 식당은 망해갔습니다. 소설에는 상징적인 이야기가 곳곳에 나옵니다. 가령 자크는 카뮈와 사르트르의 책을 읽었고, 자신은 어느 날 그들이 글을 쓰듯 자신은 요리하겠노라고 다짐합니다. 그들과 똑같은 영혼, 똑같은 정열로, 훌륭한 요리사에게 뜨거운 가슴과 냉정한 머리라는 소재 외에 다른 양념은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소설 속에는 다양한 코스요리가 나옵니다. 식욕을 돋우기 위하여 식사 전에 나오는 간단한 요리. 또는 술안주로 먹는 간단한 요리로 '오르되비르(전채)'가 코스 3에 나오고, 이어 주요리와 디저트와 추가 요리가 나옵니다. 그렇게 소설은 후반부로 겨우 가고, 그제야 자크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그때 나온 구절입니다. "맞아! 이건 기적이요." 엘리를 마지막으로 함께 보낼 순간이 지나서입니다. 쉽게 빠져들지 못하다가 다시 빠지게 되는 건 요리 때문입니다. 그건 주인공이 엘리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식당에 요리가 나오면서 삶은 다시 열립니다. 인생의 희망, 좌절, 삶의 의미는 요리로 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E.E. 커밍스의 "나는 당신의 마음을 지니고 다닌다. 그 마음을 내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다." 구절을 오랫동안 간직하면서 읽었습니다. 사막을 지나 오아시스를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목이 말라 물을 벌컥 들이킬지도. 그건 배가 고픈 게 아니라 사랑이 고파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색다른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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