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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6
    [한겨레신문 2007-02-02] 장애인에 책 배달 힘내세요 휠체어~


  • [한겨레신문 2007-02-02]
    장애인에 책 배달 힘내세요 휠체어~
    희망의 작은 도서관 = 서울 구의동 ‘새날 도서관’

    ▶ 새날 도서관 고정욱 관장과 류명미 간사가 새로 사 들인 책과 도서관 운영 등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애 관련한 책들 ‘빼곡’
    “책 통해 용기 얻길 바라요”
    장애인 이용 편한 곳 많았으면


    새날 도서관이 있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 정립회관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5호선 아차산역에서 내려 정립회관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 걸어도 15분이면 되는 길이다.

    정작 어려운 건 정립회관에서 새날 도서관을 찾는 일이다. 알림판조차 없다. 도서관이 있다는 4층을 둘러봐도 도서관은 보이지 않았다. 대학 강의실 같은 공간들만 복도를 따라 서로 마주보고 있을 뿐이다. 설마 이곳에 도서관이 있을까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복도를 따라 천천히 걷던 순간, 드디어 찾았다. 무표정하게 마주보고 있던 강의실 같은 공간, 그 속에 도서관이 숨어 있었다. 아무리 인심을 써도 책 한 권 크기의 알림판에 적혀 있는 반가운 ‘새날 도서관’이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이다. 정립회관 4층 20평 남짓한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좁은 공간이라고 얕보면 안 된다. 장서 수만 1만8000권이나 된다고 한다.

    도서관을 들어선 순간부터 온통 책밖에 보이지 않는다. 철제 앵글 책장 사이사이로 세운 나무책장과 곳곳에 쌓여 있는 책들, 책들, 책들. 새로 구비되는 책이 늘다 보니 책장의 간격은 점점 좁아졌다.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이라 회원 대부분이 휠체어를 타거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 회원들인데 책장 사이의 간격이 좁아 자유로이 이동할 수 없을 지경이다.

    도서관 상태가 이런데도 고정욱 관장과 류경미 간사의 얼굴엔 구김이 없다. 두 사람 모두 장애인이다. 도서관의 불편함을 제일 많이 느끼면서도 소개할 때마다 반짝이는 눈빛에서 도서관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새날 도서관이 다른 도서관과 다른 점은 장애와 관련된 책이 특히 많다는 점. 따로 책장을 내서 정리해야 할 정도다. 지역의 작은 도서관이 갖추기 힘든 전문성이다. 방문 열람은 토·일·공휴일을 빼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이 도서관의 또다른 강점은 책 우편서비스. 전국에 있는 장애 회원들이 인터넷이나 팩스, 전화 등으로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하면 집으로 부쳐 준다. 반송우표도 함께 보내므 로 열람 후 딸려온 우표를 넣어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끝. 고정욱 관장은 “맞춤형 도서관 서비스”라며 웃었다.

    회원들은 새날 도서관에서 책을 보내주는 데 대한 고마움을 홈페이지나 〈새날을 여는 사람들〉이란 작은 잡지에 문학작품을 보내서 표시한다. 책을 보내주는 일에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도서관 재원은 늘 부족하다. 그래도 책을 보내줄 수밖에 없는 건 장애인이라는 속성 때문이라고. 문화생활과 정보소유의 욕구가 비장애인들에 못지않지만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처지를 알기에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우편서비스를 멈출 수 없다고 한다.

    “어렵게 전달된 책을 통해 정보를 얻는 건 나중 문제입니다. 장애우들이 책을 통해 용기를 얻고 세상과 소통을 하게 된다면 그게 바로 새날 도서관이 하고 있는 큰 역할일 겁니다.”

    고 관장은 궁극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새날 도서관 같은 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 사회에 5분에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다면 이런 도서관은 굳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은 드문 게 현실이다.

    “장애우들이 자유롭고 편하게 도서관을 드나들며 책을 열람하게 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그날이 새날 도서관이 문을 닫는 날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글·사진 공동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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