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소식 > 전체
  • 4310
  • 2009-05-06
    [한겨레 2008-3-31] 학교-학부모 함께 ‘행복한 교실’ 꿈꿉니다


  • [한겨레 2008-3-31]
    학교-학부모 함께 ‘행복한 교실’ 꿈꿉니다
    [교실 밖 교실] 이정로 공모 교장 맞은 홍동중



    (충남 홍성 홍동중 학생들이 지난 겨울방학 때 학교 도서관에서 모둠별 토론·발표 수업을 하고 있다. 홍동중 제공)


    학년별로 ‘창의적 재량활동’
    여러 교과 연계 프로젝트 수업
    특기적성교육 등 새 교육 ‘나래’


    아이들은 가고 싶고, 교사들은 가르치는 일이 즐겁고, 학부모들은 보내고 싶은 학교. 모든 이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일 것이다.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충남 홍성군 홍동면 홍동중에서는 이런 행복한 학교의 꿈이 무르익어 간다. 학생 수 100명의 작은 농촌학교인 이 학교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역과 학교 구성원 모두가 교육 문제 때문에 도시로 떠난 젊은이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귀농하는 행복한 상상을 현실로 가꿔 나가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경기 광주 남한산초, 충남 아산 거산초, 경북 상주 남부초 등 농촌의 몇몇 작은 초등학교에서 대안적인 공교육 모델을 선보여 왔지만, 홍동중 사례는 입시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비평준화 지역 중학교에서 이뤄지는 ‘실험’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이 학교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창의적 재량활동이다. 학년별로 주당 2시간씩을 창의적 재량활동에 배정해 세 개의 특성화 교과를 운영한다. 1학년은 학생 하나하나의 생애를 설계하는 진로교육을, 2학년은 친환경 농업을 하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생태체험을, 3학년은 인성교육을 한다.

    1학년에 진로교육을 배정한 이유는 진로 설정이 학생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나침반 구실을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진로교육은 이 학교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교육활동이기도 하다. 이정로(56) 교장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지금 하는 공부가 내 삶에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공부가 힘들고 지루해지는 것”이라며 “먼저 삶의 목표가 정해져야 학습 동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진로교육 시간에는 삶과 직업, 나에 대한 이해, 변화하는 직업세계의 이해, 진로 의사결정 방법 등을 배운다. 이 수업은 이전 학교에서 고3을 20년 동안 지도한 경험이 있는 이 교장이 직접 맡는다. 2학년 이지혜양은 “다른 학교와 달리 교장 선생님이 직접 수업을 하시니까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2학년 생태체험 시간에는 인근에 있는 대안학교인 풀무학교의 환경농업 전문과정 재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아이들을 지도한다. 환경과 생태, 농업, 먹을거리 등에 대한 교육과 함께 작물 재배와 냇물 수질 측정 등 체험활동이 이뤄진다. 인성교육은 인간관계를 잘 맺는 데 필요한 삶의 기술과 태도를 익히고, 소양을 길러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과 재량활동시간에는 개인별 맞춤형 독서 지도, 독서토론 모둠 운영, 책 읽는 방법 교육, 글쓰기 교육 등 독서·토론과 논술 중심의 교육이 이뤄진다. 5~7월에는 한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교과가 연계해 프로젝트식 수업을 하는 통합교과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올해의 경우, 1학년은 ‘잘 먹고 잘 살기’, 2학년은 ‘분단 현실과 통일 이후의 우리 자세’, 3학년은 ‘전통문화 속의 과학’을 주제로 잡았다.

    정규수업이 끝난 뒤에는 ‘1인 2특기’를 기르기 위한 특기적성교육이 이뤄진다. 전교생이 일주일에 한 과목당 2시간씩 두 과목을 무료로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개설된 프로그램은 사물놀이, 기타 연주, 합창, 컴퓨터, 영어회화, 한지공예 등이다. 방학 동안에는 환경캠프, 역사탐방, 문화체험과 같은 특별활동을 하기도 한다. 2학년 이은영양은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다 보니 학생들이 저마다 숨어 있는 자신의 끼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교육과정 운영계획 수립을 위한 연수를 하고 있는 모습. 홍동중 제공)


    교육과정 혁신을 비롯한 홍동중의 새로운 학교 만들기는 이정로 교장이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전교조 조합원이기도 한 이 교장은 충남 천안 복자여고 평교사로 근무하다 이 학교의 교장 공모에 지원해, 지난해 9월 교장으로 뽑혔다. 복자여고에 있을 때부터 매주 토요일을 ‘책가방 없는 날’로 정해, 학급별 모의 형사법정, 직업체험, 장애체험, 외부 인사 초청 강연을 실시하는 등 독특한 교육과정 운영을 주도해 온 경험이 ‘변화’를 꿈꿔 온 학교 구성원들의 선택을 받는 데 큰 힘이 됐다.

    이 교장은 부임한 뒤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등 매주 교사연수를 열어 새로운 학교의 밑그림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일방통행이 아닌 구성원들의 합의를 중시하다 보니 속도는 느렸지만 변화의 내실을 기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지역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학교 홍보와 학생 유치를 위한 학교 설명회를 열었다. 겨울방학 때에는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 보충수업, 선배 대학생과 함께 하는 멘토링 활동, 무료 역사논술 특강, 기타 연주, 합창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특히 국어 담당인 민병성 교사는 열흘 동안 학교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함께 해먹으면서 모둠별 협동학습 원리에 입각한 자기 주도적 학습 프로그램을 실험해 보기도 했다. 학생들이 질문과 발표를 통해 서로 가르침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지난 학기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와 새 학기 교육과정 운영 계획 수립을 위한 연수도 수차례 열었다. ‘재량활동시간을 활용한 특성화 교과 운영’을 비롯한 새로운 교육과정은 이런 과정을 거쳐 다듬어졌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학생들과 만나게 됐다.

    홍성/이종규기자 jklee@hani.co.kr

    ---------------------------------------------------------------- 연수 받은 학부모들 ‘새 학교’ 큰 축

    학부모의 활발한 참여는 교사의 열정, 교장의 민주적인 리더십과 함께 홍동중 ‘새로운 학교 만들기’의 한 축을 이룬다.

    이정로 교장이 부임한 뒤, 학부모회에서도 동화작가, 인성교육 전문가 등 외부 인사를 초청해 몇 차례 학부모 연수를 열었다. 경기 성남에 있는 대안학교 이우학교를 방문해 ‘한 수’ 배워 오기도 했다.

    올해에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대화법을 주제로 1년 동안 연수를 하기로 했다. 또 공동의 관심사를 통해 학부모들이 서로 이해하고 교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책 읽기’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해 놨다. 아버지들은 한 달에 두 차례씩 학생들과 축구를 하기로 했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하는 등산모임도 갖기로 했다. 매달 첫 주 목요일 밤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이 밖에 학교에서 필요한 봉사활동, 자전거 타고 짧은 여행 떠나기 등도 학부모회의 올해 사업 계획으로 잡혀 있다.

    ‘특성화 교과’인 생태체험 수업시간에는 농사를 짓는 학부모들이 직접 보조교사로 나서기도 한다. 합창반 지도도 학부모가 맡는다. 학년별로 1년에 두 차례씩 열리는 교사-학부모 간담회도 학부모회가 주최한다.

    홍성/이종규기자 jklee@hani.co.kr?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