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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6
    [한겨레신문 2007-11-20] “인문학 연구 개별지원 늘려라”

  • [한겨레신문 2007-11-20]
    “인문학 연구 개별지원 늘려라”

    도정일 교수, 대형프로젝트 위주 지원 쓴소리
    학단협도 8가지 학진 정책 요구사항 발표


    “인문학은 정치적 대약진 운동 같은 것의 대상이 아니다.” 원로 인문학자인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가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의 학술지원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15일 중앙대에서 열린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상임공동대표 박경 목원대 교수) 주최의 ‘학술진흥 및 학문후속세대 지원 정책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학문의 국가 지원과 학문정책’이란 글을 발표했다.

    도 교수는 이 글에서 학진이 대형 프로젝트 위주로 지원하고 학문 분야 사이의 특성에 관계없이 ‘집단적’ 연구 방식을 조장하면서 심각한 폐해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달 초 지원대상 기관이 최종 선정된 ‘인문한국’ 사업을 겨냥했다. 학진은 앞으로 10년 동안 24개 기관의 30개 연구소에 매년 모두 200억원을 지원한다.

    이런 연구프로젝트 대형화는 그것 자체로 비인문학적이란 게 도 교수의 지적이다. 인문학은 한국 사회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큰 질문’을 다루지만, 이를 다루는 인문학 자체는 학문 성격이나 방법론상 꼭 ‘대형프로젝트’를 필요로 하진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인문학이 비판해야 할 개발주의적 현시주의적 드라이브 걸기를 바로 인문학 진흥이라는 명분 아래 끌고 들어온 비인문학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도 교수는 이어 “인문한국 프로젝트는 전국 거의 모든 대학들로 하여금 프로젝트 ‘당첨’ 여부에 전전긍긍하게 했다”면서 “이 사업들은 대학의 자율적 학문정책과 연구편제를 왜곡하고 연구 인력들을 이른바 프로젝트 연구를 향해 줄 세우고 ‘돈줄’에 목매달게 하며 학문의 다양성을 위축시키고 학문 분야들의 개별적 특수성을 일거에 무력화하는 극히 비학문적인 폐단을 낳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학문 지원은 학문적 열정을 가진 연구자들의 연구활동을 돕는 것일때 가장 의미 있다고 했다. 때문에 학문 발전을 위해서는 개별 과제와 연구자에 대한 실질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학단협도 이날 토론회에서 △인문사회과학 연구 지원에서 개인과제 지원 비중 확대 등을 뼈대로 하는 8가지 학진 정책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인문사회과학 연구는 개인이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관리상 편의 때문에 이공계식 집단연구 신청을 요구하면서 연구의 전문성과 성과가 떨어지는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사학위 취득 뒤 5년간 연구 지원 △자유연구 사후지원 확대 △지원 과제 심사 과정에 비전임 박사 참여 △학진이 인증하는 학술지인 등재지 선정 기준의 다양화 △소수 또는 보호 학문 분야(사전 편찬 등) 선정 및 지원 할당 △‘수유+너머’·참여사회연구소 등 대학 외부 연구소 경상비 지원 등을 요구했다.

    이밖에 김원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연구교수는 발표글 ‘학문정책과 학문후속세대-학술진흥재단을 둘러싼 문제를 중심으로’에서 학진의 학술지 인증 정책을 겨냥했다. 그는 학진 등재지에 실린 논문 숫자로 연구 성과가 평가되면서 △연구자의 창조적이고 질 높은 연구의 저하 △획일화된 ‘논문식 글쓰기’의 강제 △비등재지 제출 논문을 등재지에 투고하는 ‘자기 표절’과 ‘자기 복제’ 논문의 등장 △소규모 학회, 무크지, 비판적 저널의 소멸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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