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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6
    [동아일보 2005-12-24] 올해의 책 10 - 시대정신 밝힌 ‘지혜의 불꽃'


  • [동아일보 2005-12-24]

    선정 올해의 책 10 - 시대정신 밝힌 ‘지혜의 불꽃’


    ◇ 통섭(에드워드 윌슨 지음·최재천, 장대익 옮김·사이언스북스) 통섭(統攝)은 ‘큰 줄기를 잡다, 모든 것을 다스린다, 총괄하여 관할하다’라는 뜻을 가진 조어다. 7년 전 미국에서 출간될 당시 ‘Consilience’라는 원제만큼이나 낯설게 다가왔던 이 책이 ‘올해의 책’으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인문학과 과학의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 책의 예언에 대한 동의일까. 첨단과학과 복잡다단한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 없이는 쫓아가기도 벅찼던 ‘황우석 쇼크’의 여파일까.

    아마도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저자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가 보여 준, 21세기 르네상스적 지식인의 도래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비전에 대한 열망이 가장 컸지 않을까. 자가 분열을 계속하는 학문과 폭증하는 전문가위원회 속에서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저자가 펼쳐 보이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황홀한 크로스오버의 향연은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신영복 지음·돌베개)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도올 김용옥의 고전 강독들과 대비되는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잔잔히 스며드는 고전강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부터 입증된 옹골찬 한학 실력과 끊임없이 현실을 곁눈질하는 비판의식, 그리고 고졸한 맛이 우러나는 문체가 어우러져 공맹과 노장을 현대적 교양으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새것 신드롬에 사로잡힌 시대에 ‘아름다움의 어원은 뭔가를 잘 터득하고 있음’이라는 성찰은 두고두고 되새길 만하다.

    ◇ 내 안의 유인원(프란스 드발 지음·이충호 옮김·김영사)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척 동물인 침팬지와 보노보를 통해 본 인간 본성에 대한 진화론적 고찰. 폭력적이고 권력에 굶주린 침팬지와 평화적인 보노보가 우리 인간 속에 어떻게 나란히 똬리를 틀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 주며 인간 본성의 도덕성과 사회성을 강조하는 최근 생물학계의 연구 성과를 아우른다. “인간의 내면엔 두 종의 유인원이 살고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빨을 드러낼 수도 있고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

    ◇ 니체 전집(프리드리히 니체 지음·정동호, 이진우 등 옮김·책세상) 가장 완벽한 ‘니체 전집’ 정본으로 평가받고 있는 독일 발터 데 그루이터사의 니체비평전집 중 서신과 단상을 뺀 철학적 주저 21권을 5년여에 걸쳐 완역했다. 그의 미완성 유고까지 포함돼 있어 현대철학의 문을 연 위대한 니체 사상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접하도록 했다. ‘초인’과 ‘권력의지’로 통용되던 용어도 ‘위버멘쉬’와 ‘힘에의 의지’로 확립하는 등 니체 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 아케이드 프로젝트(발터 베냐민 지음·조형준 옮김·새물결) 선구적 모더니스트였던 저자 스스로 “이 책은 나의 모든 투쟁, 나의 모든 사상의 무대”라고 공언했던 미완성 자료집. 이 우울한 비판자는 자본이 만든 인공낙원인 ‘19세기의 수도’ 파리의 파사주(아케이드)에 대한 관상학적 연구를 통해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과는 또 다르게 자본주의 ‘안에서’ 자본주의에 대해 깊은 성찰과 섬세한 사유를 펼쳐 나간다. “자본주의는 공장의 굴뚝이 아니라 바로 우리 발밑에 깔려 있다.”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한비야 지음·푸른숲) 오지 여행가에서 월드비전의 구호요원으로 변신한 ‘바람의 딸’ 한비야. ‘새장 밖으로’ ‘지도 밖으로’ 거침없는 행군을 해 온 그의 열정 가득한 삶의 보고서다. 그는 지난 5년간 내전 직후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 네팔 그리고 에이즈를 앓는 서남아프리카, 남아시아의 지진해일(쓰나미) 현장을 훑었다. 이곳에서 그는 기도했다. “하느님, 저는 이제 조금만 돌봐 주시고 단돈 6000원이 없어 죽어 가는 어린 생명들을 돌봐 주소서!”

    ◇ 달려라, 아비(김애란 지음·창비)

    우리 문단에 새로운 감수성이 부상(浮上)하고 있음을 보여 준 스물다섯 살 여성 작가 김애란 씨의 첫 창작집. 경쾌하면서도 재치 있는 문장, 발랄하면서도 따스한 상상, 페이소스가 있으면서도 칙칙하지 않은 정서는 이제껏 우리 작가들이 쉽게 이뤄내지 못한 것이다. 단편 ‘나는 편의점에 간다’에서, 자취하는 여대생이 사들이는 물건을 보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는 점원 청년의 이야기는 이 작가가 젊지만 예리하며,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 대담(도정일 최재천 지음·휴머니스트) 인문학의 수문장을 자처해 온 도정일 경희대 교수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담벼락을 타고 넘는 데 귀재인 최재천 서울대 교수의 치열한 ‘지적 공방전’을 정리했다. 생명복제와 DNA혁명으로 상징되는 생물학을 가교로 삼아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소통 가능성과 통합 불가능성이 논박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지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함께 ‘올해의 책’에 선정된 ‘통섭’이 인문학과 과학의 통합을 예언했다면 이 책은 이의 실천이라 할 만하다.

    ◇ 블루오션 전략(김위찬, 르네 마보안 지음·강혜구 옮김·교보문고) 블루오션은 가치 혁신을 통해 새롭게 창출해 낸 무한 잠재력의 시장. 반면 레드오션은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자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시장이다. 블루오션 전략가들은 경쟁자를 이기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그 대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내 경쟁 자체에서 벗어난다. 올해 기업과 최고경영자(CEO)들의 화두는 단연 ‘블루오션’이었다. 경제경영서로는 드물게 출간 즉시 전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뒤 하반기까지도 독서시장을 주도했다.

    ◇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로렌 슬레이터 지음·조증열 옮김·에코의 서재) 20세기를 요동시켰던 천재적인 심리학자와 정신의학자 10명을 등장시켜 논문과 연구실에 갇혀 있던 인간 정신에 관한 통찰을 스토리가 있는 에세이에 녹였다. 혁신적이고 논쟁적이었던 실험 과정들을 마치 한 편의 미스터리 극처럼 추궁하며 대담한 가설과 이론을 치밀하게 검증한다. 스키너의 쥐 실험,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실험 등을 통해 인간의 자유 의지와 기억의 메커니즘, 군중심리와 같은 핵심 주제를 파고든다.

    ▼추천해 주신 분들(가나다순)▼

    구본형(변화경영전문가) 김기봉(경기대 교수·역사학) 김연수(작가) 김인호(바다출판사 대표) 김학원(휴머니스트 대표) 김형경(작가) 김형찬(고려대 교수·철학) 김희교(광운대 교수·중국사) 박광성(생각의 나무 대표) 박명림(연세대 교수·정치학) 안경환(서울대 교수·법학) 이명옥(사비나미술관 관장) 이은희(과학칼럼니스트) 장대익(한국과학기술원 강사·과학철학) 장석주(작가) 장은수(황금가지 대표)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함인희(이화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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