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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6
    문학예술인 창작농활 및 2004년 전국농민문학의 밤

  • 문학예술인 창작농활 및 2004년 전국농민문학의 밤


    1. 행사 개요

    ▶ 일시: 2004년 12월 7일(화) - 12일(일)
    ▶ 장소: 전국 4개 농민지역(경북 영천 / 경남 김해 / 전남 화순 / 강원 화천)
    ▶ 주관: 2004 전국농민문학의 밤 추진위원회
    ▶ 주최: 민족문학작가회의 / 전국농민회총연맹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 삶이 보이는 창
    ▶ 후원(확정): 문예진흥원 / 민중의 소리
    ▶ 후원(예정): 한겨레신문 / 오마이뉴스 / 프레시안 / 진보넷 / 농민관련신문사 등

    2. 구체 계획

    ▶ 각 지역당 문인 6-8명과 타 장르문화예술인(연극/미술/음악/영상/사진 등) 4-6인이 함께 내려갑니다.

    ▶ 참여 문학예술인들에게는 40만원의 창작지원금과 이동경비, 그리고 숙소와 먹거리를 제공합니다.(숙소는 해당 마을 농민회관을 사용케 됩니다. 단, 식사는 농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창작농활단이 자체적으로 해결합니다.)

    ▶ 참여 문학인들은 농민들의 삶과 관련된 작품(시/산문 등) 1편씩을 해당 기간 또는 창작농활이 끝난 후 일정 시기 안에 내주시면 됩니다. 창작품들은 후원 조직된 언론에 연재 등을 통해 사회화될 것이며, 이후 산문의 경우 <삶이 보이는 창>에서 펴낼 농민산문선에 실릴 수 있습니다. 실린 원고에 한해서는 별도로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작품 1편씩 제출은 필수 사항이지만 정히 써지지 않는 원고를 숙제처럼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문학예술인들이 농민들의 삶과 함께 한다는 따뜻한 마음만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 오전에는 간단한 일손 돕기를 하고 그 외 시간은 자유 창작활동 시간으로 구성됩니다. 저녁시간에는 해당 지역 농민들과의 간담회, 문학강연회 등 농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 활동이 진행됩니다. 역할을 맞지 않은 참여 문학예술인들은 자유시간을 갖습니다.(농촌체험을 갖게 하고 싶은 자녀분을 대동하셔도 됩니다.)

    ▶ 12월 11일 늦은 5시에는 농활이 진행된 지역의 군 소재지에서 전국농민문학의 밤이라는 타이틀로 마지막 행사를 진행합니다. 인근 시군 농민들도 모두 함께 하는 자리입니다. 이때는 참여 문학예술인들 마당 5꼭지와 해당 농민들 마당 4꼭지, 찬조출연마당 3꼭지 등으로 내용이 짜입니다. 찬조출연코너는 해당 지역 인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단위들을 주로 초청해 농민조직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문학의 밤 장소, 무대음향조명 등 기자재, 프랭카드 및 무대배경천, 행사리플렛 등은 중앙기획단에서 사전에 준비해 둡니다. 12일은 여장을 챙겨 올라오는 날입니다.

    ▶ 준비를 위해 각 지역으로 내려가기 전 일주일 전쯤 사전 오리엔테이션이 1회 잡혀 있습니다. 이때 함께 가실 분들을 만나고, 궁금한 점들을 나눌 예정입니다.

    ▶ 작가회의에서는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별도로 해당 지역 작가회의 지회에 지원과 연대를 부탁드릴 예정이니 회원 작가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참가 신청은 11월 8일 전까지 첨부되어 있는 파일로 작성하여 아래의 인터넷 주소로 보내주시거나 기획단 파견 문인에게 응낙 의사를 전화주시면 됩니다. 참가 모집 문인은 총 30여 분입니다. 신청이 많을 시 한정된 예산 관계로 피치 못하게 참가 신청을 조기에 마감 할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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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상의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인간이 되어…

    -- <식량주권 사수를 위한 문학예술인 창작농활 및 2004년 전국농민문학의 밤>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늦은 밤입니다.
    이런 저런 일에 쫓기다 자리에 앉았습니다.
    뭐라고 써야 하나.

    작년에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4회 세계사회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세계사회포럼은 WTO 세계각료회담에 맞선 전세계 시민사회민중운동의 대안 포럼이었습니다. 그곳에 100여 명의 한국 농민들이 함께 했습니다.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 한국농민들의 쌀 시장 개방반대 의지를 알리기 위한 머나먼 여정이었습니다. 언론을 통해 모두 알고 계시듯, 그곳에서 한국 농민 이경해 씨가 자결했습니다. 각료회담장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하고 있던 바리케이트 위에서 였습니다. 그때 그분의 바로 발밑에 있었습니다. 멍하게 뜬 눈. 벗긴 T셔츠 속 하얀 런닝 위로 장미처럼 붉은 피가 동그랗게 번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만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앰블런스를 불러, 앰블런스…. 금방이라도 탈진할 것 같던 뜨거운 중남미의 태양 아래 서서 서럽고 눈물겨웠습니다. 바보 같은 사람. 그런다고 세상이 변하나. 그가 죽은 그곳에 농성텐트를 치고 노숙투쟁을 하며 하루에 한 편씩 그에 대한 시를 썼습니다. 몰래 빠져나가 맥주 한 두 캔을 홀짝이며 쓴 시들이었습니다. 밤마다 열리는 추모집회마다 딱히 문화 일꾼들이 없는 마당이라 힘없는 시라도 그렇게 써야 했습니다. 물 설고 음식이 설어 근 며칠을 설사에 시달렸던가 봅니다. 숙소로 가는 길이 차단되어 있어 며칠을 땀에 절어 쉰내가 나고 하얀 소금끼가 오르는 옷을 입고 지내야 했습니다. 씻을 곳이라곤 근처 주유소 화장실뿐이었습니다. 난민이라도 된 양 밤마다 고국의 하늘이 그리웠습니다. 그곳에서 보낸 젊은 날들이 모두 떠오르곤 했습니다. 국제연대운동에서 힘을 얻고 무엇을 배워보고자 갔던 길이었지만 오히려 한국의 민족민주민중운동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역으로 깨달은 날들이었습니다. 자신이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 오히려 소중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돌아와서 농민 문제에 관심을 더 갖게 되었습니다. 작년 11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농민대회 때는 성난 농민들과 함께 죽창을 들고 싸우다 안경을 깨먹기도 했습니다. 돌아와 인터넷 신문들을 보거나, 조간 신문을 받아보면 거기 조그맣게 농민 집회, 시위 어쩌고 하는 짤막한 기사 몇 줄이 실려 있었습니다. 어딜 봐도 농민들의 삶의 이야기, 그들도 자신들의 업을 지킬 자격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얼굴이 모두 놋쇠처럼 시커멓게 그을린 그들이 7만 명 씩, 10만 명씩 서울 도심에 몰려 올라와 하소연 하는 삶의 내막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마침 계기가 되어 농민들의 삶에 연대할 수 있는 조금의 기금을 문예진흥원으로부터 조성해 낼 수 있었습니다. 그간 400만 농민은 이제 그만 폐기되어야 할 고물들처럼 취급받으며 사회문화적으로 극심한 소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자식들은 낳아 두면 모두 도시로 가고, 정부 정책은 늘 빌붙어 있을 곳조차 없는 농촌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그 농민들을 송두리째 자동차의, 반도체의 수출과 맞바꾸겠다고 합니다. 그게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온 국민이 잘 사는 길이라고 합니다. 싼 농산물이 들어오면 서민들도 좋지 않냐고 획책합니다. 농촌에서조차 살 길이 없어질 400만 농민은 누가 부양할 것이며, 누가 일거리를 줄 것이며, 이후 수입 농산물 가격이 높아질 때 그 부담은 누가 대신 지불해 줄 수 있다는 것인지 아무런 대안도 없습니다. 농사는 금방 죽였다 금세 살릴 수 있는 공장이 아니라고 합니다. 수십 년에 걸친 경험과 정성의 소산입니다. 늘 푸르른 환경을 지키는 보루이고, 땅과 자연의 이치 앞에 우리를 겸손케하는 배움터입니다. 혹시라도 있을 식량전쟁, 기타 위급한 국가사태를 맞이해서도 최소한의 민족의 살림을 지켜줄 생명의 원천입니다. 그래서 식량은 주권이라고 합니다. 개방만이 살 길인 것처럼 정부 언론은 떠들어대지만 어느 나라나 다국적 식량기업들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고자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하고 있고, 무분별한 시장 개방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게 대세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 내용과 이면이 무엇인지를 면밀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농민들은 이제 그만 없어져도 될 구시대의 유물인지, 400만 농민들, 그들의 가장 주요한 생업을 뺏고 돌아온다는 사회적 부는 무엇인지, 그것의 사회적 가치 기준은 무엇인지, 그 부는 어디에 어떻게 분배되고 축적되는지 눈여겨볼 일입니다. 노동시장 유연화, 구조조정, 개방을 이야기했습니다. 그게 살 길이라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십만의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나앉고 800만 비정규노동자들이 생산되었습니다. 300만 신용불량자, 100만 청년 실업자들이 오늘도 무엇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을지 막막한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정이 파탄나고, 혼자 갈 수 없어 어린 자식들의 목숨들마저 데리고 자살하는 이들의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 일은 비단 농민들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도시가스 민영화하던 초기엔 오히려 가격 경쟁이 붙어 도시 서민들의 가계지출이 줄어들 거라 했습니다. 지금 도시가스 요금이 어떻습니까.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결과는 통폐합한 금융산업의 대다수가 외국자본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1만원 송금하는 데도 1천원의 수수료가 붙습니다. 인터넷 뱅킹을 하면 휠씬 싸다고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모가지가 짤려 나갔다는 이야기 외에 다른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동화, 정보화의 결실은 소수 자본가들의 배를 불리는 데로 다 들어가고 사람들은 기본적인 생활의 조건 마련조차 목메입니다. 있는 사람들은 디지털문명에 겨워할 때 무어라도 손에 잡고 일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아날로그 인간들은 구닥다리 삶의 연장만으로도 목메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생산가치가 떨어지는 인간들은 폐기처분되어야 한다는, 되어도 좋다는 이 냉정하고 추악하고 더러운 자본주의 사회의 윤리에 맞서 나가야 하겠습니다. 사회적 연대감의 회복이 밥 먹여 주냐는 이 쓸쓸한 패배의식으로부터 벗어나야 겠습니다.

    이런 저런 마음으로 21세기 인터넷 시대와는 참 어울리지 않는 구닥다리 같은 일 하나를 벌렸습니다. 이름하여 창작농활입니다. 전국농민문학의 밤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그들의 자식들이었습니다. 쌀 한 톨이 밥상에 오를려면 농부의 손이 수백 번은 닿는 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땅을 느끼고, 그간 그 땅을 일궈 우리들의 먹이를 마련해 온 농민들의 삶을 되새겨주고, 어루만져주고, 그들의 어려운 민족농업 사수 싸움에 따뜻한 말 한 마디, 글 한 자락 보태주는 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누구보다 저희 문학인들의 역할이 소중하다는 생각에 글 올립니다. 늘 가난한 마음 속에 사는 문학인들이 누구보다 그들의 아픔을 잘 알아줄 거라는 생각에, 누구보다 그들의 소중함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줄 거라는 생각에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여농(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분들을 대신해서 여러 작가 선후배님들께서 함께 해 주시기를 간절하게 부탁드려 봅니다.

    - 민족문학작가회의는 이 행사의 주최 단체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송경동 시인과 소설가 맥리 씨가 작가회의 파견으로 기획단으로 수고하고 있습니다. 따로 보수를 받는 일이 아닙니다. 격려와 지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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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 / minjak1118@hanmail.net
    2004전국농민문학의 밤 기획단장(송경동 018-278-3096) / umok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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