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08
  • 2010-08-11
    [아이들은 이야기밥을 먹는다] 게으름이가 복 받는 이야기는 유효한가

  • 경향신문은 '책 읽는 경향'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간지 1면에 날마다 서평 형태의 칼럼을 싣는다는 것은 신문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획일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책읽는사회'가 '책 읽는 경향'을 맡아 책 소갯글을 주선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밥을 먹는다 | 이재복 · 문학동네


    게으름이가 복 받는 이야기는 유효한가
    ~오혜자 | 청주 초롱이네도서관 대표~
    셋째는 새끼 한 다발을 갖고 집을 나섰습니다. 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새끼 한 다발은 어찌 보면 대단한 상징의 의미가 있다 할 수 있지요. 아버지에게 태어난 자식은 누구든지 그 내면에 최소한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새끼 한 다발은 바로 아이의 내면이 갖고 있는 성장의 가능성을 드러내 주는 상징적인 물건이 아닐까? 그래서 아이는 새끼 한 다발을 갖고 집을 떠나 세상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세상을 나선 아이는 새끼 한 다발을 꼭 필요로 하는 연잎 따는 아저씨를 만납니다. 어떤 사람이든지 세상에는 자기를 필요로 하는 존재가 있는 법입니다. 새끼 한 다발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목숨은 분명 세상에 존재하고 그 존재를 만나는 과정이 바로 인생이 아닐까? 공부가 아닐까?

    이렇게 본다면 삶이란, 인생이란 바로 자기 내면에 갖고 있는 가능성의 씨앗에 불을 붙여줄 목숨을 찾아가는 긴 여행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212~213쪽)


    한 엄마가 붉은 얼굴을 하고 도서관을 들어섭니다. 중학생이 된 아이가 방학이 시작되고 내내 TV를 보며 할 일을 미루고 있어도 기다려주었는데, 오늘은 정말 화가 나서 짐을 싸서 집을 나가 살든지 아니면 내가 나가겠다고 했답니다.

    아이는 짐을 싸지도, 무엇을 하지도 않고 제방에 들어가 버려서 보고 있을 수가 없어 엄마가 나와 버렸답니다.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저 휴식이 좀 더 필요했거나 엄마가 말하기 바로 직전에 이제 할 일을 하려고 했을 수도 있지요.

    저자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게으름이 영웅이야기를 전하면서 엄마에 의해 방으로 쫓겨 들어간 어린 게으름이 편을 듭니다.

    세상에는 우리 아이가 가진 새끼 한 다발의 능력이 꼭 필요한 일이 있다는 옛사람들의 말이 엄마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혜자 | 청주 초롱이네도서관 대표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