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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17
    [낭비와 욕망] 버려지는 구식... 잃어가는 사람다움

  • 경향신문은 '책 읽는 경향'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간지 1면에 날마다 서평 형태의 칼럼을 싣는다는 것은 신문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획일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책읽는사회'가 '책 읽는 경향'을 맡아 책 소갯글을 주선하기로 하였습니다.



    낭비와 욕망 | 수전 스트레서 · 이후


    버려지는 구식... 잃어가는 사람다움
    ~김정규 |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사서~
    손으로 물건을 만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줄면서, 재료와 물질에 대해 그들이 갖고 있던 해박한 지식도 쓸모가 없어졌다. 예전 같으면 가치 있게 활용됐을 잡동사니들이 이제는 쓰레기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모든 장소와 영역에서 동일하게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19세기의 재사용 습관과 수작업 중 어떤 것은 1950년대까지도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행해졌다. 하지만 그 의미는 바뀌었다. 이제 이러한 일은 소비문화의 발달과 함께 사라져 가고 있는 ‘전통 방식’ 혹은 ‘구식’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27쪽)


    세계 곳곳의 쓰레기들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태평양에 한반도의 6배에 달하는 ‘쓰레기 섬’이 생기는 시대다. 낭비와 욕망으로 인한 환경파괴 이야기는 지겹도록 들려오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현대문명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환경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을 살리는 ‘즐거운 불편’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쓰레기의 사회사’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단지 쓰레기로 인한 환경파괴와 소비문화 이야기만을 들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새로움을 찬양하고 오래된 것과 전통적인 것을 거부하도록’ 길들여짐으로써,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매일같이 쓰고 버리는 수많은 쓰레기들 속에 사람다움까지 함께 버려지고 있음을. 인류학자 메리 더글러스는 ‘더러움이란 제자리에서 벗어난 것’이라 했다. 제자리를 벗어난 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낭비와 욕망’에 물든 우리 자신이다.


    김정규 |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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