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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6
    [한겨레신문 08-02-18]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두는 게 효율이다

  • [한겨레신문 2008-02-18]
    [왜냐면]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두는 게 효율이다?
    그간 10여개 부처 분산돼 도서관 발전 더디고 비효율
    선진국과 같은 대통령 직속 기구 두자 비로소 일관성 있게 진척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려선 안 된다




    2천년대 이후 우리 도서관계에는 의미있는 변화가 몇가지 있었다. 첫째는 어린이들 대상의 책읽기와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 화두로 등장하였다는 점이다. 둘째는 오랫동안 힘을 기울여 준비해온 72차 세계 도서관정보대회가 2006년 서울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되어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사회적 여건의 성숙을 바탕으로 하여 2006년 10월 국회에서 도서관법을 전면 개정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두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좌절감을 금할 길 없다. 새 정부가 무분별하게 난립한 위원회를 정비한다는 명분으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폐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무분별한 위원회를 조정하는 것에 어느 누가 반대를 하겠는가. 그러나 그러한 판단에는 각 위원회의 성격과 성과 등을 분석·평가하여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 절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의 도서관 정책은 문화부, 교육부, 행자부 등 10여개 부처에 분산되어 부처간의 정책조정 기능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체계적인 정책 수립과 관련부처간의 협력이 부족했기에 우리 도서관의 발전은 더디고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안에 위원회를 두고 효과적인 정책 조정과 조율을 해야 한다는 뜻에서 10여년간 주무부처 장관 산하에 위원회를 두고 운영해 봤으나 효과를 얻지 못했다. 결국은 미국처럼 대통령 소속의 위원회만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학계의 줄기찬 건의를 받아들여, 2006년 여야 합의로 법을 개정하고 2007년 6월에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발족되었던 것이다. 미국은 1970년부터 대통령 직속 상설기관으로 ‘국가문헌정보학위원회’(NCLIS)를 설치해 정부 각 부처의 도서관 및 정보서비스 시책을 조율하며 국가차원의 도서관 정책을 추진했다. 영국의 ‘도서관정책위원회’는 각급 정부 기관의 도서관 관련 사항에 대해 권고, 자문하며 다양한 도서관정보시스템을 조정하고 있는 사례 등을 본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위원회의 출범으로서 도서관계와 문화계는 수십년간 줄기차게 외쳐온 숙원이 이뤄져, 선진국형 도서관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자 이 위원회는 출범 후 불과 7개월밖에 안 되었음에도 각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는 도서관 관련 시책을 조정·종합해 국가 차원의 일관성 있는 도서관정책을 마련하는 등 도서관 발전의 터닦기 작업에 몰두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인수위가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실효성 부재’라는 단 한마디의 이유로 폐지한다는 결정을 내려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도서관 발전에 대한 기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위원회의 성과나 문제점에 대해 납득할 만한 어떠한 분석 자료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범 후 7개월짜리 위원회까지 무조건 일괄 폐지한다는 결정은 인수위의 책임있는 조처라고 믿기 어려우며,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의구심을 갖게 할 우려가 크다.

    물론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만이 도서관 발전의 전부라고 강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식기반 사회에서 국민 삶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정부 각 부처의 도서관 시책을 최소한의 경비나 조직으로 효율화시킬 수 있는 기구는 바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다. 위원회가 많다고 해서 옥석을 가리지 않고 폐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는 들끓는 도서관계와 문화계의 여론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민의 교육·문화 중추기관인 도서관의 발전을 위해 이 위원회는 존속되어야만 한다. 새 정부를 준비하는 인수위는 물론 관련 법률을 심의하게 될 국회의 해당 상임위원회는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의 폐지’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용남/한성대 교수·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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