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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6
    [부산일보 08-02-19] '청소년 북페어' 꿈꾸는 인디고 아이들 '진정한 혁명가' 찾아

  • [부산일보 2008-02-19]
    [판] '청소년 북페어' 꿈꾸는 인디고 아이들
    '진정한 혁명가' 찾아 세계 골목 누빈다?

    신문·인터넷·TV·책 통해 소중한 휴머니즘 가치 추구 '변화' 고민하는 사람 발굴?
    공간·세대의 벽 뛰어넘어 5억㎢ 지구를 데우는 '행복한 3m 원' 그리는 중?




    '인디고 아이들'은 지금 남미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 있는 '몸의 학교'를 방문 중이다. 지난달 24일부터 4일까지 11박12일의 일정으로 남미로 갔다. 오는 8월 인디고서원에서 열 '인디고 청소년 북페어'란 소통의 장에 '몸의 학교' 교장 선생님과 아이들을 초대하기 위해서다.?

    ▲ 마튜 르 루


    ▲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식당에서 만난 브라이언 파머 웁살라대학 교수. 그는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진, 그러나 그 꿈을 훨씬 성공적으로 이뤄낸 젊은 이상가들과의 만남은 행운"이라 했다.


    ▲ 발레리 제나티


    ▲ 산토시 샤흐


    △별자리 네트워크를 꿈꾸다?

    늘 소외됐었다. 대표작가의 선정 기준도 유명도나 대중적 인기도에 편향돼 있었다. 교류는 형식에 그치거나, 독자는 소외된 채 행사는 배타적으로 진행됐었다. 기존의 도서전은 자본과 상업의 논리가 앞선 홍보 위주의 시장이었다.?

    그렇게 객체에만 머물러 있던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눈으로,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북페어를 열고 싶었다.?

    인디고서원의 서가는 문학, 역사·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의 6개로 나뉘어 있다. 6개 대륙에서 이 주제에 맞는 인물과 청소년단체를 선정해 오는 8월 20일부터 닷새간 '인디고 청소년 북페어'를 열자는 거창한 꿈을 꿨다. 얼핏 실현불가능해 보이는 이 꿈의 자동차를 타고 '인디고 아이들'은 6개 대륙을 누비고 있는 중이다.?

    '인디고 청소년 북페어'의 팀장을 맡은 박용준(고려대 철학과 3) 씨는 "기존에 없던 인간 존재들의 별자리를 만드는 작업"이라 했다. 대중적인 흐름과 권력을 멀리하며 지구의 문제를 고민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용기와 꿈을 가진 자들의 네트워크다.?

    △인디고 방식으로 찾은 사람들?

    별자리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식은 낯설고 새로웠다.?

    유네스코 홈페이지를 검색하다 우연히 찾은 네팔의 청소년 잡지, '투데이스 유스 아시아'.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일을 왜 아시아 언론이 아닌 유럽 미국의 통신사로부터 들어야 하는가"하는 편집장 산토시 샤흐의 고민. 아시아적 시각으로 세계적 이슈를 다루겠다는 취지는 인디고서원에서 발행하는 청소년 잡지 '인디고잉'과 너무나도 닮았다.?

    '오늘의 세계적 가치'란 책을 읽었다. 브라이언 파머 교수가 하버드대학 재직시절 진행했던 토론 수업을 담은 책이었다. "강자와 약자의 싸움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는 것은 강자의 편을 드는 것이다"라는 파머 교수의 말. 인디고 서원에서 진행했던 '주제와 변주'란 토론 프로그램과 생각이 너무도 비슷했다.?

    지난 11월 23일 밤 KBS 다큐멘터리 '예술의 반란-몸의 학교'가 방영됐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온 허아람 인디고서원 대표는 신발도 벗지 않고, 가방을 든 채 그 자리에서 빨려들어갔다. 마약, 전쟁, 가난과 같은 시대적 고통을 겪고 있는 남미의 청소년들이 그 상처와 분노를 새로운 희망으로 바꿔가고 있는 현장이었다. 알바로 레스트레포 교장선생님과 청소년들의 춤은 살풀이였다. 이거다 했다.?

    아프리카의 한 신문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무료 과학교과서 만들기 운동을 펼치는 두 선생님의 사연을 싣고 있었다. 사이언스북을 사서 전국의 도서관에 보내 청소년들의 과학공부를 추진하는 선생님들이었다.?

    그런 식이다. 신문에서, 인터넷에서, 책에서, 혹은 TV에서 소중한 휴머니즘의 가치와 전지구적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발굴했다.?

    △돈키호테처럼 나아가라?

    지난해 2월 일본 도쿄의 한 서점에서 발견한 노엄 촘스키의 다큐멘터리 포스터. 촘스키 다큐를 만든 프로젝트팀을 무작정 만났다. 인디고 청소년 북페어를 설명하고, 에드워드 사이드 다큐멘터리를 8월 북페어 때 상영하기로 했다.

    콜롬비아로 날아간 것도 TV에서 다큐멘터리를 본 지 불과 한 달 뒤였고, 유네스코 홈페이지에서 네팔 청소년잡지를 검색한 지 두 달 만에 네팔을 찾아갔고, 브라이언 파머 교수에게 e-메일을 보낸 뒤 곧장 스웨덴으로 날아갔다. 2월에는 아프리카로 날아가 무료 과학교과서만들기 운동을 펼치는 마크 호너 선생을 만날 작정이다. 꿈과 열정으로 뭉친 청소년들은 풍차를 보고 돌진하는 돈키호테 같았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사실 허아람 대표도 그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랐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고등학생,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세계에 숨어 있는 좋은 작가들과 청소년 단체를 찾고 그들을 만나는 일을 기획할 때는 기쁨에 차 있다가도, 과연 이 일이 어떤 변화를 이 지구에 불러올 수 있을 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이정표도 없는 길을 연료도 없이 달리는 자동차에 탄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발견한 동질감?

    지구 곳곳에서 다수의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사회적 책임과 용기를 실천하는 진정한 혁명가들을 만나면서, 회의는 확신으로 변했다. '인디고 아이들'이 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그들이 외롭지 않다는.?

    지난 4월 프랑스에서 '가자에 띄운 편지'의 저자인 발레리 제나티를 만났다. 2007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프랑스 대표작가인 그녀는 지구 곳곳에서 '사랑하다' '꿈꾸다' '성장하다' 같은 동사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관심이 많았다. 문학의 역할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렇게 고민하는 개인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거라 했을 때 무릎을 쳤다. 지금껏 부산에서 꿈꾸고 추구하던 가치를 지구 반대편의 한 작가에게서 발견한 건 큰 힘이 됐다.?

    하늘의 별을 보며 이곳의 별을 지구 반대편에서 볼 수 있을까 하는 작은 물음으로 세계일주를 떠났던 올리비에 프리쇼, 세상을 바꾸는 대안 기업가 80인을 찾아 440일 동안 38개국을 다녔던 마튜 르 루를 만나면서도 지구를 위한 희망의 끈을 발견했었다. 그들은 청소년들이 직접 그런 북페어를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고, 기꺼이 동참을 선언했다.?

    지난해 인디고가 부산으로 초청했던 스웨덴의 브라이언 파머 교수와 네팔의 산토시 샤흐 편집장도 이젠 스스럼없는 친구이자 동지가 됐다.?

    △일상과 대의 두 마리 토끼를 좇아?

    인문학 나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했던 '인디고 청소년 북페어'와 짝을 이루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었다. 윤한결(가야고 2년) 군이 기획했던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 줄여서 '정세청세'라는 청소년 토론 프로그램이다.?

    기획에서 진행까지 그 모든 것들을 청소년들이 맡았다. 'EBS 지식ⓔ'를 보고, 4시간 동안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5분짜리 화면만 보고 토론하는거라 청소년 참여가 쉬울 거라 생각했더랬다. 네팔을 방문했을 때도 햄버거 커넥션을 비롯한 4개의 동영상을 가져가 토론을 벌였다. 동영상이 한글이라도 별 문제가 없었다. 햄버거를 먹는 게 숲을 깎고 토양을 해치는 행위라는데 충격을 받은 건 네팔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2일 부산시립미술관 강당에서 '정세청세' 마지막 토론이 있었다. 50여명의 청소년 사이에 낯선 어른 한 명이 끼어있었다. 한명숙 전 총리의 부군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였다. 인디고에 뜨겁게 감화하면서도 그런 열정에 너무도 낯설어 했던 사람이었다. 박 교수뿐만 아니라 대구에서 대전에서, 안산에서 온 청소년들의 말은 한결같았다.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보고 바꾸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또래들이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동질감을 느꼈다." 박 교수는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윤한결 군의 말이 이랬다.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감정은 반경 3m 내에 전해진다는 동영상을 봤어요. 3m의 행복한 원은 여기서 시작해도 지구라는 별을 충분히 따뜻하게 하기엔 충분한 공간이란 생각을 했어요."?

    대의를 꿈꾸는 '인디고 청소년 북페어'와 소박하지만 일상을 지키는 '정세청세'.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낯설지만 창조적인 열정과 휴머니즘의 연대를 꿈꾸는 일.?

    13평의 작은 서점에서 시작된 그 꿈은 공간과 세대의 벽을 뛰어넘어 5억㎢의 지구를 데우는 행복한 3m의 원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이상헌?기자 ttong@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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