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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6
    [한겨레신문 08-02-14] 25년 하루처럼…농촌 학생에게 ‘희망 대출'

  • [한겨레신문 2008-02-14]
    [사람과풍경] 25년 하루처럼…농촌 학생에게 ‘희망 대출’?
    ‘남포도서관 파수꾼’ 시각장애인 오윤택씨 평전 기념회?



    ▲ 전북 김제시 성덕면 희망남포 작은도서관 안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이곳은 혼자 공부할 수 있는 독서실 공간도 갖춰 어린이들의 공부방으로도 쓰인다. 희망남포 작은도서관 제공


    막노동 끝 김제로…책방 열고 “기증해달라” 출판사 발품
    지난해 도서관으로 탈바꿈…“난 밝은 세상 본 적 없으나”?


    “(시각장애인인) 나는 한번도 밝은 세상을 본 적이 없지만,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에게 만은 밝은 미래를 열어주고 싶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4시 전북 김제시 성덕면 남포리 ‘희망남포 작은도서관’에서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소중한 이 공간을 1984년부터 25년째 꾸려온 시각장애인 오윤택(47)씨의 강직하고 따뜻한 삶을 다룬 평전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것이다.

    박원순 변호사가 상임이사로 있는 희망제작소는 <김제 남포리의 상록수 오윤택-때로는 눈먼 이가 보는 이를 위로한다>는 책을 최근 발간했다. 오씨는 희망제작소가 기획한 ‘희망을 여는 사람들’ 시리즈의 두번째 주인공이다. 희망제작소는 지역을 화두로 삼아 절망스런 현실속에서도 희망의 증거를 찾아온 사람들을 발굴해 오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병을 앓아 시력이 나쁜 오씨는 30㎝ 이내의 물체가 윤곽만 희미하게 보일 정도인 1급 장애인이다. 그는 눈에 끼는 이물질을 하루에도 수십차례 닦아야 하고, 평소에도 통증이 심해 자주 안과를 찾는다.

    그는 집안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막노동을 하며 떠돌았다. 결국 몸을 다치는 우여곡절 끝에 23살때인 84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해 5월 동네 후배들과 함께 청년회를 만들고 예비군 중대본부 한모퉁이를 빌려 시골학생들을 위한 ‘남포문고’를 열었다.

    군청을 찾아가고 출판사에 편지를 보내 책을 기증받는 등 지금까지 책 1만7천여권을 갖췄다. 지난해 4월에는 문화관광부의 작은도서관 리모델링 대상으로 선정돼 1억원을 지원받아 ‘남포문고’에서 ‘희망남포 작은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꾸며 새롭게 태어났다. 132㎡(40평) 가량의 이 곳은 농촌학생들에게 책을 빌려보는 도서관 뿐만 아니라, 공부방 구실도 하고 있다.

    ▲ 오윤택씨


    2003년부터는 이동도서관을 운영해 오고 있다. 25인승 크기의 이동도서 전문차량에다 책을 가득 싣고 매주 수·목요일 저소득층 공부방, 군부대, 아파트 등 7~8곳을 하루에 돌아다닌다.?

    2년 전 오씨와 처음 인연을 맺은 박원순 이사는 이날 “국보 1호 남대문이 불타 온 국민이 속상해 하고 있는데, (오씨는) 눈에 보이는 보물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라며 “사람 중에서 오씨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봉사를 해온 사람이 진짜 보물”이라고 말했다.

    책을 쓴 김경환씨는 “(오씨는) 자신을 낮춰 타인을 이롭게 하는 사람, 자신을 불살라 주위를 밝히는 사람, 내면의 어둠을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사람”이라며 “얼핏 들으면 종교 지도자에 대한 수식어구 같지만 시각장애인인 그가 보통 사람도 하기 힘든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아왔다”고 표현했다.

    오씨는 “내 손과 발 구실을 떠맡아 준 주위 사람들이 없었다면 도서관 운영 등은 감히 생각도 못 했을 것”이라며 겸손해 했다.

    오씨는 95년 신한국인으로 선정됐다. 95년 문화체육부 장관이 준 독서문화상, 96년 새마을문고중앙회로부터 일하는 보람상, 2000년 올해의 장애극복상, 2005년 새마을훈장 노력장 등을 받았다.?

    박임근?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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