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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6
    바람직한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 성명서 발표


  • 성명서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는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 3월 발간한 "초등학교 독서 지도 자료"와 "중등 독서교육 매뉴얼"에 따라 학교의 독서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성명서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성 명 서


    서울시교육청은 독서교육이란 이름 아래 참다운 독서를 저해하는 ‘독서지도자료’를 전면 철회하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05년 3월 각급 학교와 학년별로 ‘독서지도자료’를 발간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두 달 남짓 시범 실시를 한 다음 교육청 산하의 모든 학교에서 조만간 실행할 것이라고 한다. 이 자료는 학생들의 독서 활동을 진작한다는 이름 아래, 독서교육을 위한 의욕적인 기획을 선보인 것이다. 이 자료를 통해 서울시 교육청은 정규 교과과정과 접목한 학습도서와 권장도서를 선정하였으며, 구체적인 지도 방법과 평가 방법까지 적시함으로써 독서교육을 위한 명실상부한 지침을 제공하겠다는 의욕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더욱이 서울시 교육청의 독서교육을 위한 이 지도 자료는 각 시도 교육청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독서교육 활성화 방안과 맞물려 있는 한편, 지난 해 교육인적자원부가 각급 학교에서 독서이력철을 작성하도록 만들어 대학입시에 반영하겠다고 공표한 것과 함께 독서교육을 위한 교육 당국의 의지를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시책들은 독서의 본질에 대한 무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서 그 자체를 파행으로 치닫게 만들 위험이 다분히 존재한다. 이에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는 서울시 교육청이 기왕에 발표한 ‘독서지도자료’를 전면 철회하고, 독서에 관한 올바른 문화적 성찰에 바탕을 두고 바람직한 독서교육을 진지하게 모색해 줄 것을 새삼 촉구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기회에 교육인적자원부를 비롯한 지역 교육청들도 독서교육을 위한 다양한 시책들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진정한 독서의 힘과 즐거움을 미래의 주역이 될 우리 아이들에게 건네줄 방안들을 깊이 숙고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서울시 교육청의 독서교육 방안은 독서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독서가 더욱 중요해지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심히 안타까운 노릇이다. 그러나 독서가 중요하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에게 획일적이고 강요된 방식으로 책을 읽히는 방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독서야말로 지극히 자발적인 문화적 실천이며, 책과 마주하는 개인적인 내밀한 대화이기 때문이다. 문화적 실천이자 대화로서의 독서를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책을 정해진 방식으로 읽어야 하는 것은 독서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몰각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독서는 모름지기 독자의 호기심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하며, 그 호기심이 책 속에서 충족되는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는 것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책을 읽도록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것임을 정책 당국자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제는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교육 당국이 마련해주어야 하며, 학교도서관의 내실화를 비롯한 물적 자원들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의 독서교육 방안은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침해하고 있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학부모의 후원 아래, 교사의 애정 어린 교육과 학생의 자발적인 학습이 교육 활동을 구성하는 실체라는 점이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청의 시책은 이 모든 교육 주체들의 자율성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독서교육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평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인 교사들로 하여금 제시된 자료를 그대로 전달하는 단순한 기능적인 전달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는 교육청 스스로가 교사들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입증하는 것이며, 자발적인 교육 활동의 후원자가 아니라 교육 활동을 획일적으로 규제하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만일 교사들이 스스로 독서교육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교육청은 독서교육의 인적 자원인 교사들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고민해야 하지, 일률적으로 지도자료를 내려보내고 그것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선정한 도서는 출판 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왜곡한다.

    우리는 생물종의 다양성이 생태계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중요하며 또 필수적이라고 알고 있다. 다양한 생물종들은 긴밀한 연관 속에서 서로의 존립을 가능케 하며, 공존함으로써만이 발전을 거듭해 갈 수 있음을 늦게나마 절실하게 깨닫고 있는 것이다. 생물종의 다양성이 보존?유지되어야 하듯, 마찬가지로 문화의 한 부분을 점하고 있는 출판 또한 다양성이 보존되어야 한다. 다양한 출판물이 생산되고, 유통되며, 또 소비됨으로써 우리 사회의 문화적 역량은 쉼 없이 증대되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청의 ‘독서 지도 자료’는 특정한 몇몇 책들을 학습 도서와 권장 도서로 선정함으로써, 여타의 책들이 다양하게 존립할 수 있는 여지를 현저하게 잠식한다. 획일화된 도서의 선정은 분명 바람직한 출판 문화에 대한 폭력적인 도발이 아닐 수 없다. 교육청의 선정 도서들은 출판문화의 자율성을 잠식하며, 출판의 풍토를 왜곡하는 것이 분명하다.

    서울시 교육청이 선정한 학습도서와 권장도서는 선정의 근거가 불투명하다.

    만일 서울시 교육청 주장하는 대로 제시한 자료가 지침이 아닌 참고자료라고 강변할지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 도서 선정의 근거가 불투명하고, 졸속으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이다. 도서 선정에 참여한 교사의 주장대로 “교사용 참고자료로 만든다는 조건으로 참여하였는데, 마치 학생용 지정도서”의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거나, 새로 취임한 교육감의 ‘학력 신장 방안’의 일환으로 “방학 동안 급하게 준비하면서 도서목록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 등 졸속으로 이뤄진 게 사실”이라고 한다면,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도서 선정이 불가피하다면, 그 선정의 주체는 학교 단위 혹은 각 학교의 교과 단위로 교사들이 함께 숙고하여 마련하여야 하며, 전과목 독서의 취지에 맞게 폭 넓고 다양한 권장도서의 수준으로 명확하게 그 의미가 제한되어야 한다.

    서울시 교육청의 독서 교육 방안은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한다.

    우리 교육이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다. 교육이 원래의 목적인 인격의 성장과 문화의 전승.창조에 기여해야 할진대, 현실의 학교 교육은 입시에 발목을 잡힌 나머지, 정상적인 운영을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 또한 근본적으로는 입시에 독서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독서교육조차 정해진 책과 정해진 방법으로 시행하고, 나아가 평가 역시 적극적으로 대학입시에 반영하고자 한다면, 이는 학교 교육을 정상화화기보다 오히려 독서 교육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사)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를 비롯하여 다양한 독서운동 단체들이 공공연하게 독서를 빙자하여 이익을 취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둘 때, 불에 기름을 부은 듯 독서 사교육 시장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미 몇몇 사설 학원에서는 ‘독서 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요약식 독서 특강을 개설하는 등의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음은 그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할 것이다.

    이에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는 서울시 교육청의 ‘독서 지도 자료’에 내재된 문제점을 엄정하게 비판하는 한편, ‘독서 지도 자료’가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독서교육의 지침이 아니라, 바람직하고 진정한 독서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행착오였음을 인정할 때까지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거부해 나갈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1.서울시 교육청은 ‘독서 지도 자료’에 바탕을 둔 독서교육을 지금 당장 철회하고, 독서교육을 위한 인적, 물적 자원의 확보를 위해 배전의 노력을 경주하라.

    1.서울시 교육청은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한다면, 이 기회에 교사와 학생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진정한 독서교육을 위해 고심하는 현장 교사들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라.

    1.서울시 교육청을 비롯한 각 지역 교육청들, 그리고 교육인적자원부는 향후에 실시하고자 하는 독서인증제를 전면 폐지하고, 독서가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에 진력하라.

    1.독서인증제를 비롯하여 독서교육을 빌미로 사사로운 이익을 챙기고자 하는 독서운동단체들은 무엇이 진정한 독서운동인지를 깊이 성찰하고, 자성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라.

    2005. 4. 27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


    참여단체

    (사)어린이도서연구회

    겨레아동문학연구회

    글쓰기교육연구회

    (사)대한출판문화협회

    문화연대

    민족문학작가회의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학부모회

    (사)전국국어교사모임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사)한국도서관협회

    책으로따뜻한세상을만드는교사들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한국아동문학학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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