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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6
    박정희 기념관 터에 어린이 도서관 건립을

  • 2004년 11월 22일(월) 오후 1시 서울시청앞 광장에서는 서울특별시 상암동 박정희 기념관 터에 어린이 도서관 건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다음은 기자회견문과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의 의견과 제안, 그리고 관련기사이다. (편집자주)



    기자회견문

    상암동 박정희기념관터에 어린이도서관건립을 촉구한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기념하자

    지난달 31일, 박정희기념관 건립 공사기한이 만료됐고, 11월 10일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박정희기념관 건립 사업 추진위원회에 이미 투입된 사업비의 회수 절차가 이미 진행됐다"고 밝혀 그동안 논란속에서 추진됐던 박정희기념관 건립이 사실상 종료됐다.

    박정희기념관 건립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못한 채 박정희기념사업회가 국민모금 500억원을 전제로 정부가 200억원의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출발했다. 박정희기념관 건립 사업 기간은 1999년 7월부터 2003년 2월28일까지였으나, 행자부는 2003년 2월17일 기습적으로 사업기한을 올 10월31일로 연장해 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자초했다.

    결국 올해 9월까지 박정희기념사업회에서 거둬들인 금액은 당초 목표인 500억원을 훨씬 못미치는 108억원이었고, 이중 90억원이 전경련 등 등 재벌들의 뭉칫돈이었음이 밝혀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가예산 200억원이 투입됐던 박정희기념관 건립은 재정낭비라는 비난과 더불어 마무리됐고, 서울시 소유인 서울 상암동 박정희기념관 건립예정지는 2년 넘게 공사가 중단된 채로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오늘 여기모인 박정희기념관터 어린이도서관 건립 운동본부(준) 10월31일로 공사기한이 만료된 서울 상암동 박정희기념관터(650평 규모)에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도서관 건립을 서울시에 촉구한다.

    박정희기념관 건립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암울했던 과거를 기념하는 것이었다면, 어린이도서관 건립은 미래를 희망으로 열어가는 사업이다.

    우리나라 인구대비 도서관 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일 정도로 국내의 공공도서관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서울은 인구 12만명 당 공공도서관이 한 곳일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우리가 서울시에 일반 도서관이 아닌, 어린이전용도서관 건립을 촉구하는 것은 서울의 경우 어린이도서관 숫자가 언급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서울은 어린이전용도서관이 1979년에 개장된 사직동 시립 어린이도서관 하나만 있을 뿐이고 구립의 경우 노원구 어린이전용도서관과 구로어린이도서관이 각각 지난해와 올해 개관했던 것이 전부다.

    어린이는 이 나라의 미래라고 입버릇처럼 떠들지만, 우리의 미래를 아름답게 가꿀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은 이처럼 턱없이 부족하고 사회적인 관심을 벗어나 있다. 단하나의 시립 어린이도서관이 있는 서울을 13개의 어린이전용도서관을 갖추고 있는 프랑스 파리와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경기도가 2007년까지 17개의 어린이전용도서관을 건립하기로 했다는 계획을 서울시는 깊이 새겨야할 것이다.

    우리가 서울시에 요구하는 어린이전용도서관은 도서관의 기능을 물론, 장난감 도서관과 어린이 미술관, 영화관 등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 겸비된 어린이 복합 문화센터이다.

    또한 운동본부(준)는 민주노동당 심재옥 서울시의원을 통한 청원운동을 각단체별로 대대적으로 전개할 것이며, 어린이도서관 건립에 대한 서울시의원 질의서 발송, 이명박 서울시장 면담을 추진할 것이다.

    또한 운동본부(준)는 어린이전용도서관에 대한 기초설계 자료를 마련해 서울시와의 공청회도 제안할 계획이며 더 많은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어린이도서관건립 운동본부를 결성해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서울시는 서울지역 어린이전용도서관의 부끄러운 수치를 겸허히 인정하고 어린이도서관 건립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04년 11월 22일 박정희기념관터 어린이도서관건립 운동본부(준)



    041121/기자회견설명자료/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어린이도서관 건립 관계 기자회견 보충 자료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의 의견과 제안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하 ‘책사회’)은 2001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정보접근의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시민적 노력의 일환으로 그간 중앙정부와 자치단체들에 대해 공공도서관의 전국적 증설과 콘텐츠 예산 확충 및 도서관 정보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정책들을 수립 시행하도록 촉구해왔고, 2003년부터는 시민에 의한 어린이전문도서관 건립 운동인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주도해오고 있습니다. ‘기적의 도서관’은 현재 7개관(순천, 제천, 진해, 서귀포, 제주, 청주, 울산)이 완공되어 운영 중에 있고 인천 부평구와 충남 금산에도 내년 상반기에 ‘기적의 도서관’이 개관됩니다.

    ‘책사회’는 박정희기념관 건립부지로 내정되어 있던 서울 상암동 터에 시립 어린이 공공도서관을 짓자는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의 제안을 지지하고 다음과 같은 의견을 표명합니다.

    1. 어린이도서관은 모든 어린이들에게 창조적 성장환경을 제공하고 여러 가지 불우한 조건에 놓인 어린이들에게는 기회의 평등을 확대해 주는 극히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어린이도서관은 성장의 필수도구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의 소득 격차 기타의 불평등한 조건으로 인해 소외되고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지 않도록 해주는 일은 어른 사회의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2. 어린이도서관은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육아의 책임과 경비를 분담해주는 사회적 육아지원 기구입니다. 아이들에게 맘 놓고 책을 사줄 수 있는 가정은 결코 많지 않습니다. 다수의 젊은 부모들이 막대한 교육비와 육아 경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회는 이들의 경비를 공공의 수단으로 지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3. 인구 1천만의 서울에는 어린이를 위한 전문적인 도서관 시설이 단 세 곳(사직동 어린이도서관과 노원구 어린이도서관, 구로구 꾸러기 어린이도서관) 뿐이고, 얼마 되지 않는 각 지역 공공도서관의 어린이 공간들도 그 시설, 콘텐츠, 서비스 수준이 극히 열악합니다. 민간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사설 어린이도서관들이 있지만, 이들 역시 여러 가지 운영난 때문에 어린이도서관으로서의 본격적인 기능들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4. 서울시 당국은 관내 여러 곳에 작은 규모의 어린이도서관들을 리모델링 기타의 방법으로 설립하거나 지원하기 위해 1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서울시의 이런 노력을 환영하지만, 동 사무소 기타의 기존 시설 한 구석에 문고형 어린이도서실 시설을 들여놓는 방식만으로는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창조적 성장환경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도 환기시키고자 합니다. 서울시는 시설, 콘텐츠, 서비스의 세 가지 조건이 구비된 본격적인 어린이도서관들을 건립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어린이도서관이 제대로 된 교육적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자면 최소한 건평 3백 평 안팎의 시설 규모가 필요합니다. 어린이도서관의 여러 가지 주요 기능들은 작은 문고형 도서실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습니다.

    5. 상암동 부지에 어린이도서관이 들어선다면, 우리는 이 도서관이 전통적 개념의 ‘도서관’을 넘어 공연시설, 미술관, 박물관의 기능들을 부분적으로 결합하고 다양한 문화체험들을 책읽기와 연결시키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 사회의 어린이도서관은 이런 방식의 복합적 다기능들을 수행하는 문화기반시설이 되어야 하며, 상암동 어린이도서관은 바로 그런 새로운 어린이도서관 모델을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처음으로 구현해 보이는 획기적이고 매력적인 시설로 탄생할 수 있습니다.

    2004년 11월 22일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www.bookreader.or.kr


    관련기사 오마이뉴스 2004/11/22 오후 3:57
    "박정희 기념관 터에 어린이 도서관을 짓자"
    민주노동당·책사회 등 '건립준비위' 발족

    조호진(mindle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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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당과 책사회 등은 22일 상암동 박정희기념관 터에 어린이 도서관을 짓자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고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건립사업이 무산된 서울 상암동 터에 어린이도서관을 짓기 위한 시민운동이 전개될 예정이어서 시민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박정희기념관터 어린이도서관건립 운동본부(준-이하 운동본부)'는 22일 낮 1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서울 상암동 박정희기념관 터에 어린이도서관을 건립하자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기념관 건립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암울했던 과거를 기념하는 것이었다면 어린이 도서관 건립은 희망을 열어 가는 사업"이라며 "650평 규모의 박정희기념관 터에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 도서관을 건립할 것을 서울시에 촉구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또한 "서울은 인구 12만명 당 공공도서관이 한 곳일 정도로 열악한 상황으로 서울의 어린이 도서관은 1979년 개장한 사직동 시립 어린이도서관과 노원구, 구로구의 구립 어린이 도서관이 전부"라며 "프랑스 파리는 13개의 어린이 도서관을 갖추고 있고 경기도는 2006년까지 17개의 어린이 도서관을 건립할 계획"이라는 사례를 들며 도서관 부족을 지적했다.

    운동본부는 어린이 도서관을 장난감 도서관, 어린이 미술관, 영화관 등을 갖춘 복합 문화센터로 꾸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심재옥 민노당 서울시의원을 통해 어린이 도서관 건립 청원운동 전개 등을 통해 이명박 서울시장 면담과 공청회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곽태영(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 상임대표, 정종권 민노당 서울시당 위원장, 유승준 전교조 서울시지부장, 심재옥 서울시의원, 안찬수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하 책사회)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운동본부에는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책사회', 전교조 서울시지부,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출판문화협회, 민교협, 한국도서관살리기국민연대 등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시민사회단체 참여를 더 늘릴 계획이다.

    "민족의 혼을 심는 어린이 도서관 돼야 ... 마당에 독립군위령탑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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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간 방치된 서울시 상암동 박정희기념관 예정 부지.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안찬수 책사회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박정희기념관 건립부지로 예정되어 있던 서울 상암동 터에 시립 어린이 공공도서관을 짓자는 민노당 서울시당의 제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안 사무처장은 "몇 안 되는 서울의 어린이도서관은 시설, 콘텐츠, 서비스 수준이 극히 열악하다"며 "서울시는 시설, 콘텐츠, 서비스의 세 가지 조건이 구비된 어린이도서관을 건립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곽태영 상임대표는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반대하기 위해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11개월간 1인 시위를 펼치고, 5년 동안 상암동 건설현장에서 불도저에 매달리고 드러누우며 싸웠다"며 "박정희 밑에서 고관대작을 지낸 사람들도 기념관 건립사업에 동조하면 민족반역자로 몰린다는 것을 알고 불참하는 등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박정희 기념관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곽 상임대표는 "민족반역자 기념관 건립사업이 무산된 그 자리에 민족의 혼과 양식을 길러주는 어린이 도서관을 세워야 한다"며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독립군들을 위로하는 위령탑 하나 없어 애국지사들이 구천을 떠돌고 있다. 어린이 도서관 마당에 독립군 위령탑을 세우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유승준 전교조 서울시지부장은 "박정희 기념관 건립 준비위원회가 5년 동안 기금마련을 위해 노력했지만 21세기 국민들은 독재자를 위한 기념관 건립을 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정희기념사업회는 국민모금 500억원 조성을 전제로 정부로부터 200억원의 국고를 지원 받아 2003년 2월 말까지 기념관 사업을 완료키로 했지만 국민모금이 제대로 안돼 사업시한을 넘겼다. 행자부는 시민단체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기한을 연장해주었지만 올해 9월까지 전경련 등 재벌이 낸 90억원을 포함해 108억원 모금에 그쳐 기념관 건립사업이 무산됐다.

    2004/11/22 오후 3:57
    ⓒ 2004 OhmyNews



    관련기사 프레시안 2004-11-22 오후 5:11:07
    "상암동에 박정희 기념관 대신 어린이 도서관을"
    민노당-시민사회단체 제안에 서울시 "계획 없다"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박정희 기념관에 어린이 도서관을 건립하는 일이 추진된다. 서울시는 그러나 시 차원의 어린이 도서관 건립 계획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어서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박정희 기념관 터에 어린이 도서관을 짓자"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본부', 박정희 기념관 반대 국민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22일 오후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서울 상암동 소재 박정희 기념관 터에 어린이 도서관을 건립하는 일을 추진하기 위한 '박정희 기념관 터 어린이 도서관 건립 운동본부(준)'를 발족했다.

    이 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6백50평 규모의 박정희 기념관 터에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 도서관을 건립할 것을 서울시에 촉구한다"며 "박정희 기념관의 건립이 암울했던 과거를 기념하는 것이라면, 어린이 도서관의 건립은 미래를 희망으로 열어가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정희 기념관 터에 지어질 어린이 도서관은 도서관 기능 외에도 장난감 도서관과 어린이 미술관, 영화관 등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 겸비된 어린이들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노동당 심재옥 서울시의원을 통한 청원 운동과 이명박 시장에 대한 면담, 서울시민과 다른 시민ㆍ사회단체와 함께 하는 대대적인 건립 운동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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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서울시 소유지인 상암동 박정희 기념관 터는 기초 공사만 진행된 채 2년 가까이 방치된 상태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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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기적의 도서관 전경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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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기적의 도서관 야경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암울했던 과거를 기념하기보다,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현재 서울시 소유지인 상암동 박정희 기념관 터는 기초 공사만 진행된 채 2년 가까이 방치된 상태다. 박정희 기념관 사업회가 추진해오던 박정희 기념관 건립은 국민 모금 요건 등을 충족하지 못해 지난 10월31일부로 사업이 종료됐다.

    애초 박정희 기념관은 국민모금 5백억원을 조성하는 것을 전제로 정부의 2백억원 국고 지원을 더해 2003년 2월28일까지 기념관을 완료키로 했다. 행정자치부가 시민ㆍ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업 기한을 연장했지만, 현재 모금액은 재벌들이 낸 90억원을 포함해 겨우 1백8억원에 불과해 국민모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이미 지난 10일 허성관 행자부 장관은 "박정희 기념관 건립에 투입된 사업비의 회수 절차가 진행됐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박정희 기념관 건립이 무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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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본부' 등은 22일 박정희 기념관 터에 어린이 도서관을 건립하는 것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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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기적의 도서관 : 열람실 안, 엄마품처럼 아늑하게 설계된 요철 독서공간.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하지만 서울시는 여전히 6백50평에 달하는 상암동 박정희 기념관 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용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과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본부' 등의 어린이 도서관 건립 제안은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열악한 도서관 사정을 감안하면 민주노동당과 시민ㆍ사회단체의 제안은 설득력을 갖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도서관 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서울은 더욱더 심해 인구 12만명당 공공도서관이 불과 한 곳에 불과하다. 특히 어린이 도서관은 언급하기조차 민망한 상황이다.

    서울의 어린이 도서관은 1979년 개장한 사직동의 시립 어린이 도서관과 2003년과 2004년 개장한 노원구, 구로구의 구립 어린이 도서관이 전부다. 그나마 유일한 시립 어린이 도서관인 사직동의 경우는 과거 시립병원을 개조한 것이어서 제대로 된 어린이 도서관이라고 할 수 없다.

    서울시보다 인구가 적은 프랑스 파리의 경우 현재 13개의 어린이 도서관을 갖추고 있다. 인근의 경기도는 더 비교된다. 경기도는 최근 2006년까지 17곳의 어린이 도서관을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10만권의 장서를 보유하도록 한 도립 어린이 도서관과 별개로 시ㆍ군에서 어린이 도서관 설치 요청이 들어오면 따로 지원할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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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천 기적의 도서관 : 동화구연 프로그램, 이야기도 듣고 그림도 봐요.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제대로 된 어린이 도서관을 짓는 데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다. 2003년 개관한 노원구 어린이 도서관의 경우 지하1층, 지상2층의 연면적 1천2백47평을 짓는데 들어간 총공사비는 27억에 불과했다.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본부'가 추진중인 '기적의 도서관'의 경우 최고의 시설을 마련하는데 평균 30억~50억(연면적 2백평당 10억)이 들었다. 박정희 기념관 터에 어린이 도서관을 지을 경우 대지가 확보돼 있기 때문에 애초 박정희 기념관 건립 예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최고 시설의 도서관을 서울시 어린이에게 선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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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 : 아기는 쿨쿨 잠들고 엄마는 책에 푹 빠지고, 서귀포관 "아가의 방"의 어느 날.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서울시 "계획 없다" 답변만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서울시는 일반 도서관을 늘리는 것이 기본 방침이며 어린이 도서관 등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1백억원으로는 구 차원에서 설립하는 것을 지원하거나, 동사무소 등의 어린이 문고 등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도 상암동 어린이 도서관 건설 제안에 대해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본부'의 안찬수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 "어린이 도서관은 모든 어린이들에게 창조적인 성장 환경을 제공하고, 여러 가지 불우한 조건에 놓인 어린이들에게 기회의 평등을 확대하는 지극히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이라며 "아이들에게 마음 놓고 책을 사 줄 수 있는 가정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육아의 책임과 경비를 분담해주는 사회적 육아 지원 기구이기도 하다"고 어린이 도서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어린이 도서관은 '도서관'을 넘어 공연 시설, 미술관, 박물관의 기능이 결합된 공간이어야 한다"며 "서울시가 추진하는 어린이 문고 확충만으로는 어린이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능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정경섭 지방자치위원장도 "상암동에 어린이 도서관이 지어진다면 하나의 모델로서 역할을 해 앞으로 제2, 제3의 어린이 도서관에 서울 각지에 지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시장의 전향적인 답변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양구/기자



    관련기사 한겨레 2004-11-22 21:21
    “박정희기념관 터에 어린이 도서관 짓자”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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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 곽태영(왼쪽에서 두번째) 사무총장 등 각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사업기간이 만료된 상암동 박정희기념관터에 어린이도서관 건립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정희 기념관 반대 국민연대, 책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등은 22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박정희 기념관터 어린이도서관 건립 운동본부(준)’의 발족식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기념사업회가 추진했던 박정희 기념관은 국민모금 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난 10월31일로 사업이 종료됐다”며 “열악한 서울시 어린이 도서관 사정을 감안해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 기념관 터에 어린이도서관을 짓자”고 제안했다.

    현재 서울에는 사직동 시립 어린이도서관을 비롯해 노원구와 구로구 등 모두 세 곳의 어린이도서관이 있다. 안찬수 책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 사무처장은 “독재자를 추모하는 과거 회귀의 기념관이 아닌 어린이를 위한 미래지향적인 도서관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인구 수 대비 도서관 환경이 열악한 서울시에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관련기사 시민의신문 2004-11-22
    “박정희기념관 터를 어린이 도서관으로”
    상암동 어린이 도서관 건립 운동본부 발족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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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 운동으로 모진 탄압을 받았던 DJ정부가 독재자 기념관 건립에 발벗고 나섰던 현대사의 블랙 코미디가 막을 내리고 있다.

    상암동 평화의 공원 부근에 건설 예정이었던 ‘박정희 기념관’ 건립사업이 지난 10월 31일을 최종 시한으로 종료됨에 따라, 기념관 건립에 적극 반대했던 제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박정희 기념관터 어린이도서관 건립 운동본부(이하 어린이도서관 운동본부)를 발족하고 22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어린이도서관 운동본부는 서울시에 “무산된 박정희 기념관터에 어린이도서관을 건립을 조속히 확정지을 것”을 요구하며, 향후 “상암동 어린이도서관 건립 국민청원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왜 어린이 도서관인가?

    유승준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5년의 집요한 시도에도 끝내 박정희 기념관이 무산된 것은 우리 국민이 독재자의 기념관을 바라지 않는다는 증명”이라며 “박정희 기념관터에 어린이도서관을 지어 서울에 하나밖에 없는 시립도서관을 10개, 20개로 늘려나가는 계기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그동안 박정희 기념관 반대운동을 줄기차게 벌여온 곽태영 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 상임대표도 감회가 새로운 듯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곽 대표는 “박정희 기념관을 허가하지 말라고 고건 시장 당시 11개월 동안 1인 시위를 했지만 끝내 허락했다”면서 “일제의 앞잡이, 민족운동가 학살에 앞장선 다까기 마사오의 기념관만은 기필코 저지하겠다는 일념으로상암동 건설부지에서 불도저 앞에 드러눕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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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서울 시청앞에서 박정희 기념관을 어린이도서관으로 만들기 위해 발족한 어린이도서관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민 기자


    어린이도서관 운동본부는 박정희 기념관터에 어린이 도서관이 가장 합당한 근거로 시립 도서관이 하나밖에 없는 서울시의 빈약한 도서관 시설을 들었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사무처장은 “인구 1천만이 넘는 서울시에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시설이 사직동, 구로구, 노원구 등 세 곳뿐”이라며 “이 마저도 시설과 컨텐츠, 서비스가 열악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도서관 운동본부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시에 작은 규모의 어린이도서관들을 리모델링 등의 방법으로 설립하거나 지원하기 위해 1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운동본부는 “서울시의 노력은 환영하지만 동사무소 등의 시설 한 구석에 문고형 어린이도서실 시설을 들여놓는 방식으로는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창조적 성장환경을 제공할 수 없다”면서 “시설, 컨텐츠, 서비스 등 세 가지 조건이 구비된 제대로 된 어린이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희 기념관, ‘정치적 불씨’는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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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기념관은 지난 10월 31일을 끝으로 기한이 종료돼 행정적으로는 무산된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어떻게든 기념관을 건립하려는 정치적 시도는 계속되고 있어 ‘불꽃’까지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 사업은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경북도청을 방문한 자리에 대구경북 인사들이 건립을 건의하고 같은 해 7월 기념사업회가 설립되면서 본격 시작됐다. 그러나 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적극적인 반대 운동, 기념사업회 측의 국민모금 부진에 따라 행정자치부가 국고보조금 집행을 중단해 2002년 8월 공사가 중단됐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임기 종료 직전인 2003년 2월 기념관 건립 사업을 2004년 10월까지 연장하는 것을 승인함으로써 참여정부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사업연장 최종시한인 지난 10월 31일을 끝으로 기념관 건립은 무산됐지만, 구미시청 등은 구미시에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며 서울시의 재정적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18일에는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이 전직 대통령 간 정부 지원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기념관 사업의 계속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경섭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지방자치위원장은 “독재자와 친일파를 미화함으로써 얻게 되는 정치적 이해가 있는 한 박정희 기념관 건립 주장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무산된 박정희 기념관터에 어린이 도서관 건립을 확정짓는다면 어린이 도서관 자체의 필요성 못지않게 우리 시대가 독재와 친일과 결별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어린이 도서관 건립 운동의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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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도서관 운동본부는 앞으로 심재옥 민주노동당 서울시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하는 ‘어린이 도서관 국민청원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흥배 기자 hbjang@ngotimes.net
    사진 = 이정민 기자 jmlee@ngotimes.net



    관련기사 미디어다음 2004-11-22 오후 5:11:07
    “박정희기념관 지을 돈으로 어린이도서관 8개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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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찬수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사무처장

    “박정희기념관의 건립이 암울했던 과거를 기념하는 것이라면, 어린이도서관 건립은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는 사업입니다.”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하 책사회) 안찬수 사무처장의 말이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책사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국내 어린이도서관 등 공공도서관 실태와 이들 시설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책사회는 MBC 프로그램 ‘느낌표’와 함께 전국 7군데에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어린이도서관을 건립해온 단체. 책사회는 최근에는 전교조 서울지부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등과 함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박정희기념관 터에 어린이도서관을 짓자는 제안을 해 관심을 끌었다. 박정희기념관에 들어가는 국고지원액 200억원이면 7~8개의 어린이도서관을 지을 수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서울 시내에 고작 3개의 어린이 도서관만 있는 현실에서 국가의 장래를 만들어나갈 어린이들의 마음과 정신을 살찌우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안 사무처장은 인터뷰에서 “박정희기념관 터에 어린이도서관을 짓자는 주장은 일종의 문제 제기였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우리 사회가 어린이도서관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어린이도서관을 짓는 것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사회변혁운동이라는 것이 그의 오랜 신념이다. 그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스스로 그것을 해결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라며 “대학입시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셈인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어린이들만이 이런 훈련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지옥’, ‘한 그루 나무의 시’ 등 시집을 펴낸 시인이기도 한 안 처장은 이 사회의 문제를 풀 수 있는 한 단서가 어린이도서관에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였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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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사진=책사회]


    박정희기념관 터에 어린이도서관을 짓자는 주장이 신선하다
    .

    말하자면 공적인 문제 제기였다. 박정희기념관 터가 어떻게 처리될지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물론 결정권자는 시장과 시의원들이다. 그러나 굳이 기자회견으로 우리 의견을 밝힌 것은 시민들에게 어린이도서관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그렇다면 박정희기념관 터에 어린이도서관을 짓기 위해 서울시 측과 사전 접촉은 하지 않았던 것인가. 이후 행정적인 절차도 까다로울 것 같다.

    책사회에서 시 관계자들을 만나거나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일은 없었다. 우리는 시민들이 나서서 어린이도서관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과 시의원들은 시민들이 뽑은 이들 아닌가. 그들은 시민들이 요구하면 그 일을 해야 한다. 시급한 것은 시민들이 어린이도서관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도서관의 수는 언급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어린이도서관이 몇 개나 되나.

    서울에는 1979년 개장한 사직동의 시립 어린이도서관과 작년과 올해 개관한 노원구, 구로구의 어린이도서관이 전부다. 더구나 시립 어린이도서관은 예전의 병원 건물을 개조한 것이기 때문에 어린이도서관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면이 많다. 프랑스 파리에는 어린이도서관이 13개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도서관 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것을 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수는 480여 개로 인구 10만 명 당 도서관이 1개인 셈이다. 최소한 인구 5만 명 당 1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도서관이 지금보다 2배는 더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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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에게 어린이도서관의 필요성을 설득하려면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통계숫자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시민들에게 어린이도서관이 왜 필요한지 좀더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어린이도서관은 사회적 육아지원 기구로서 많은 어린이들에게 평등한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어린이책을 사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책이 상당히 비싸다. 우리 사회에는 그 책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이들의 자녀들도 어머니와 함께 어린이도서관에 와서 책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선진사회란 평등하게 잘 사는 사회인데, 평등하다는 것은 꼭 부의 평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요즘 ‘정보격차’가 문제가 되고 있듯이 정보접근권의 평등 역시 선진사회의 척도다. 부자든 가난한 이든 똑같이 정보를 얻고, 똑같이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도서관은 특히 어린이들이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동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어린이도서관이 교육기관은 아니지 않은가. 학교와 달리 도서관에는 교사가 없다. 어떻게 어린이도서관이 교육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가.

    어린이들의 교사는 부모다. 어머니들이 어린이들을 데리고 와 같이 책을 읽는 것은 그 자체로 교육이다. 물론 도서관 역시 달라져야 한다. 우선 사서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 도서관의 사서들은 대부분 책을 빌려주고 돌려 받는 일만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사서는 교사의 역할을 해야 한다. 사서들이 어린이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책의 내용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도서관 중에서도 특히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유가 뭔가.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어린이들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68혁명’의 학생활동가들 중에 학교 교사가 된 이들이 많다. 그들 중 고등학교 교사들은 그들이 가르치는 고등학생의 머리가 이미 굳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중학교 교사들도 중학생의 머리가 굳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등학교 교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훗날 기존 사회의 질서를 바꿀 수 있는 이들은 오직 제도 교육을 받기 이전의 어린이뿐이다.

    어린이도서관을 짓는 일을 사회변혁운동의 하나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맞다. 어린이도서관을 짓는 것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사회변혁운동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우선 어린이들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씨앗이다. 그리고 책은 사람이 주체를 정립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스스로 그것을 해결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에 많은 콘텐츠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진지한 사유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훗날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자립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미디어다음 / 고준성, 사진=김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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