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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5-14
    [프레시안 2010-04-02]백운면의 '흰구름 작은 도서관'

  • 도서관은 작년 6월에 여기 원래 있던 건물을 리노베이션하고 개관을 하였다. 그 때 내가 초대되어 손님으로 참석한 바 있다. 이 작은 도서관 개관에 내가 초대된 이유는 내가 위원장으로 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복권기금을 받아 전국의 '작은도서관' 건립을 지원했는데 여기 백운면도 신청을 하여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마을조사사업으로 백운면과 인연이 있었던 관계로 손내옹기의 이현배에게 이 지원사업을 알리고 백운면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권한 바 있었다. 그 일이 성사가 된 것이다.

    내가 한때 '책 읽는 사회 문화재단'의 이사로 있어 각 마을에 작은 도서관이 생겨 주민들이나 어린이들이 이 도서관을 문화거점으로 삼는다면 마을공동체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벌써 그런 성공사례는 여러 건 있었으니까.

    ▲ 진안 백운 작은 도서관은 이름처럼 작지만 알차다. 책들이 빼곡한 가운데 아이들이 스스로 와서 책을 읽는 풍경이 흐뭇하다. 방학 때는 뜸한 버스 시간에 맞춰 아침부터 와서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지원금이 부족해 도서관을 오후에만 열어서 안타깝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계남정미소 공동체박물관'의 김관장과 함께 작은도서관에 갔다.
    우리는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도서관장 이남근씨와 사서 김명숙씨와 도서관 운영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개관 이후 지원되는 책 말고도 이 고장 출신 사람들 포함 이곳저곳의 모금과 후원으로 소장도서가 2배로 늘었다고 한다. 책장도 목수인 마을 이장이 직접 짜느라 속도가 더디다지만 도서관에 대한사람들의 애정이 느껴진다.
    이 '흰구름 도서관'은 진안군 내에서 뿐만이 아니라 전북도내에서 장서도 제일 많고 운영도 으뜸이라고 한다. 장서가 8000여권이라고 하니 작은 도서관으로서는 꽤 많은 편이다. 장서를 꽂을 서가가 부족해 마을의 제일가는 목수가 자원봉사로 서가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 동네 이장이라고 하니 안성맞춤이다.

    ▲ 도서관 한편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라북도와 군에서 지원되는 작은 도서관은 전라북도에 50여개 되는데, 아직 초기 단계라 지원금도 부족하고 인식도 부족해 작은 도서관들끼리 네트워크를 위한 연락망도 제대로 없다고 한다. 이남근 관장은 그러나 이 백운 작은 도서관이 작은 도서관들 중에서 가장 크고 장서도 많은 만큼 앞으로 포부가 크다고 자부한다.

     


    전라북도에 이런 작은도서관이 50여개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도와 군에서 30%와 70%씩 분담하여 연 1200만원 정도 지원이 나온다고 한다. 최소한의 도서구입비와 인건비, 운영비가 나오는 셈이다. 지원비는 최소한도로 나오지만 아직도 이런 작은 마을 도서관의 중요성을 모르는지 관심과 성의가 없는 모양이다. 일례로 여기 '흰구름 도서관'이 주동이 되어 작은 도서관들의 네트워킹을 하고자 작은 도서관들 주소를 도에 요청했는데 아직까지 그런 게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혀를 찰 일이다.

    ▲ 작은 도서관은 도서관의 기능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외부인들도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열고, 마을 향토사업이나 마을 소식지 발간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왼쪽이 김명숙 간사, 오른쪽이 이남근 관장이다.

    그래서 전북도내 작은 도서관들은 도의 관심이 좀 부족하더라도 자발적으로 도서관끼리 도서를 돌려 보는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자발적인 네트워킹이 시작된 셈이다.

    주로 주민들의 이용도를 물었다. 관장은 농촌이 평균연령 65세 이상으로 고령화되어 주민들이 나이가 많을수록 잘 오질 않는다고 한다. 하긴 그렇다. 술과 담배를 하는 노인들이 도서관엘 오겠는가? 관장은 노인들의 습관문제라고 했다.



     

    그나마 어린이들과 학생들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가끔 온단다.
    그래서 종합 문화센터로서의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지난번에 주민자치프로그램으로 발마사지를 여기서 했는데 어르신들이 좋아들 했다고 김명숙사서가 말한다.

     

     

     

    ▲ 나무와 종이로 만든 트리가 재미있어서 들여다보니,얼마 전 농촌과 도시의 아이들이 함께 도서관에서 캠프를 하며 만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이곳에서는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한다. 김명숙 사서는 지원금도 부족하고 열악하지만, 좋은 활동을 하면결국 돈은 따라온다고 말하며 활짝 웃는다.
    2월에는 '지리산 둘레길'의 저자 이혜영씨를 초청해 저자와의 대화도 가지려한다고 김사서가 소개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임실에 있는 김용택시인(그는 이 흰구름 도서관 개관 때 자기의 책을 상당히 기증했다) 등 저자와의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에는 백운초등학교 아이들이랑 백운에 친가가 있는 아이들 32명을 모아서 캠프를 했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보조교사로 아이들과 같이 연도 만들고 썰매도 만들어 얼음판에서 같이 타기도 했다고 한다.

    제천 기적의 어린이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흡사했다. 거기서도 동네 어르신들이 자원봉사로 어린이들에게 일종의 민속교실을 열고 신이 나서 가르치고 어린이들도 좋아 한다는 이야기를 '책 읽는 사회 문화재단'에서 들은 바 있다.

    여기 도서관에서는 주민 자치위원회와 함께 마을조사단이 했던 '월간 백운'이라는 월간지를 같이 만들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도 편집진에 주민들의 참여 폭을 넓히고 있다고 이남근관장이 소개한다. 그는 주민들을 꾸준히 끌어 들이면서 지속적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을의 주민자치위원장이기도 한 이남근관장과 거의 자원봉사처럼 일하는 김명숙사서는 앞으로 이 작은도서관을 마을 주민들의 '문화적 쉼터'로 만들어 나가는 데 그들의 열정을 쏟아 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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