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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5-14
    [내일신문 2009-08-12 ][''지방자치단체 우리가 최고'']“마을도서관 생기고 우리

  • [''지방자치단체 우리가 최고'']“마을도서관 생기고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

    언제 어디서나 책 빌려 … “한 해 40~50권 읽는 책세대 양성”

    언제 어디서나 책 빌려 … “한 해 40~50권 읽는 책세대 양성”

     

    지난 5일 경남 김해시 외동 뜨란채 아파트 관리동 2층 ‘뜨란채작은도서관’에 들어서자 30평 남짓한 공간에서 10여명의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있었다.
    몇몇 아이들은 바닥에 드러누워 만화책을 보고 있고 어떤 학생은 소설을 읽고 있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온 경우도 있었다.
    김상미(김해 외동초등 6학년)양은 최근 즐겁게 읽은 책으로 아동만화인 ‘내일은 실험왕’과 일제시대 얘기인 ‘압록강은 흐른다’를 꼽았다. 김양은 “마을도서관이 생긴 후에 책을 자주보게 된다”면서 일주일에 다섯권 정도를 읽는다고 자랑했다.
    같은 학교 박민욱(6학년)군은 “일주일에 한 권 정도 읽다가 가까이 도서관이 생겨 자주 찾게 된다”면서 ‘마법의 시간여행’을 최근 읽었다고 한다.
    뜨란채작은도서관은 아파트 관리동 일부를 개조해 지난 7월 10일 문을 열었다. 90㎡ 남짓한 공간에 보관된 책은 2400여권이다. 개관비용은 김해시가 5000만원, 주민들이 2000만원을 냈다. 시는 매달 2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주민들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도서관은 방학을 맞아 ‘신문활용교육(NIE)’ ‘만들기’ ‘영화상영’ 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자원봉사하러 왔다가 명예도서관장을 맡게 됐다는 신양자씨는 “처음에는 놀이방 분위기였으나 점차 아이들도 조용해지고 도서관 분위기가 정착됐다”면서 “9시 문을 열 때면 아이들이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마을단위 작은도서관 천국
    김해시에는 마을단위 작은도서관 24개가 있다. 올해까지 27개로 늘이고 2015년 100개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는 1만㎡ 이상의 신축 대형건축물은 작은도서관을 설계에 반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김해시 장유에 있는 롯데아울렛 내 작은도서관이 그 첫 사례다.
    경찰유치장, 공공청사 사무실, 보건소, 공원화장실 등 27군데에 설치된 미니도서관과 버스승강장에 설치된 30권짜리 ‘참작은도서관’도 눈길을 끈다.
    외국인근로자를 위해 10개국 도서를 비치한 다문화도서관도 10월 개관한다. 관내 5600여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기업지원도서관도 계획 중이다. 내년에는 어린이 전문 ‘기적의 도서관’이 전국에서 열한 번째로 개관될 예정이다.
    김해시는 기존 대형도서관인 시립도서관 3개소와 마을도서관을 통합한 통합도서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통합도서관홈페이지(lib.gimhae.go.kr)에서 책을 검색하고 신청하면 멀리 떨어져 있는 도서관에 있는 책이라도 신청자가 원하는 마을단위 도서관으로 책을 보내주고 반납도 어디서나 가능하다. 현재 44만권의 책을 활용할 수 있고 교육청 및 대학도서관까지 통합하면 160만권의 책을 검색할 수 있게 된다.

    출생신고하면 책 선물
    김해시는 시민들이 동사무소에 출생신고를 하러 오면 ‘책꾸러미’를 선물한다. 그림책 2권, 독서지도를 위한 북가이드, 손수건이 들어있다.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북스타트 운동’이다. 도서관은 후속 프로그램으로 부모와 아이들이 같이 그림책을 놓고 춤추고 노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는 2007년 이후 매년 ‘김해의 책’을 선정해 시민들에게 나눠줘 같이 읽는다. 첫 해에는 ‘제4의 제국’(최인호), 지난해에는 ‘완득이’(김려령)가 선정됐다. ‘완득이’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갖고 김해여고 등 10개교 4500여명의 학생이 참가해 독서릴레이를 펼쳤다. 올해는 ‘엄마를 부탁해’(신경숙)가 선정됐고 연말까지 8000여명이 독서릴레이에 참가한다.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리는 ‘제1회 청소년 인문학읽기 전국대회’와 ‘김해 북 페스티벌’도 관심을 끌고 있다. 댄스페스티벌은 흔하지만 재미없는 철학이나 역사를 주제로 하는 독서축제는 흔치 않다.
    대회의 주제는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고 전국 32개 학교(37개팀)가 참가해 상호토론과 저자와의 대화 등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해 북 페스티벌은 한강이남 최대의 독서문화축제를 표방하고 있다.
    김해시는 도서관인프라를 폭넓게 구축하고 시민독서문화를 정착시킨 후 2012년 경 유네스코 ‘세계 책의 수도’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해시 조강숙 도서관정책팀장은 “30~40년 뒤 김해에서 자란 세대가 연간 40~50권의 책을 읽는 ‘책세대’가 등장할 것”이라며 “더디지만 확실한 투자인 독서문화 확산을 통해 미래 인재를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해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책읽는 도시 김해’ 어떻게 만들어졌나
    2006년 시립도서관 사서들이 모여 도서관 발전을 위한 스터디 그룹을 결성했다. 이들의 조사결과 마을에 산재한 작은도서관은 도서관리프로그램이나 전담인력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들은 시에 도서관 정책 담당부서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김종간 김해시장은 이를 흔쾌히 수용, ‘책읽는 도시 김해만들기 TF’가 구성됐다.
    이 팀은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협약을 맺고 10대 공동시책을 추진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김해시는 고졸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 김종간 시장, 국회의원 등을 배출한 특별한 도시로 비학벌사회의 모범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도 작용했다.
    여러차례 토론과 시민공청회 등을 거쳐 2007년 10월6일 ‘책읽는 도시 김해’를 선포하고 본격적인 독서문화 확산운동에 들어갔다. 2010년까지 1단계로 도서관 등 기초인프라 구축과 독서진흥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세계화 추진을 위해 시대적 가치와 의미있는 독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후에는 세계화를 통한 관광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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