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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22
    사서교사가 없으면? 파리만 날린다

  • 학생들이 바라본 학교도서관의 현실
    전문 선생님 없는 곳 많아…단순 독서실 기능
    읽을만한 책 없고 학교쪽 싸늘한 시선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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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에 있는 중·고교 학교도서관은 독서실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전담 사서교사가 없는 학교에서는 문조차 오래 열어두지 않는 일이 많다. 사진은 서울·경기 지역 중·고교 학교도서관의 도서동아리 연합 ‘도동리’ 학생들의 과거 활동 모습. 도동리 제공
    아산 송남초 학생이 서울 중심가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을 한다면 어떤 학교도서관을 만날까? 지금의 복합 문화·교육공간으로서의 학교도서관은 ‘과거형’이 될 게 확실하다. 물론 모든 학교도서관이 송남초 도서관과 비슷한 시스템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계명대 문헌정보학과 김종성 교수는 “작은 학교도서관은 지역에까지 문을 개방하는 형태로 가는데 이건 농어촌 지역에 해당하는 얘기고, 원칙적으로 도시에 있는 학교도서관의 경우는 학교도서관만의 고유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통 학생들은 초교 때 학교도서관을 잘 이용하다가도 중·고교생이 되면 학교도서관과 멀어진다. 학생들은 도서관에 갈 시간이 부족해지고, 학교도서관은 운영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이때쯤이면 학부모들의 관심 역시 학업 쪽으로만 기운다.
     

    1318학생회 동아리센터에서 활동가로 일하는 이소영(23)씨는 고교 시절, 보통의 고교생과는 다른 학교도서관을 접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모교인 송곡여고 학교도서관은 그가 ‘지식 복지’라는 분야로 진출할 꿈을 키우게 해준 특별한 공간이었다. 송곡여고 도서관은 이씨가 2학년 때 한 기업체에서 실시한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에 당선돼 안락한 시설을 갖췄고, 전문 사서 교사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학교도서관 우수사례로도 종종 손꼽힌다. 하지만 이씨는 “이건 내 모교의 특수한 경우이고, 많은 학교들의 사연이 각기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서울·경기 지역 중·고교 학교도서관의 도서동아리 연합 ‘도동리’(cafe.daum.net/bookdongariN) 활동을 돕고 있는 그는 “특히 최근 들어 중·고교 학교도서관에서 학생들 모습을 보는 게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학생들의 처지에서 보면 학교도서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학교도서관 업무만 담당하는 전문 사서교사가 있는 도서관과, 다른 교과를 맡으면서 동시에 도서관 운영까지도 책임지는 이른바 ‘도서관 담당교사’가 있는 도서관이 그것이다. 이씨는 “사서교사가 있는 도서관에서는 보통 개방도 오래 하고, 운영이 잘되는 편이지만 도서관 담당교사만 있는 곳에서는 교사의 주업무가 교과목 수업이다 보니 교사가 신경 쓸 여력이 없을 때가 많다”고 했다.

     

    읽을 만한 책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학생들이 도서관을 찾지 않는 이유다. 명일여고 3년 신지은양은 “<고문진보>란 책이 있는데 한자밖에 없었다”며 “아무도 대출 안 하는 이런 책은 들여놓으면서 학생들이 읽고 싶어 하는 책은 잘 들여놓지 않는 것도 불만”이라고 했다.

     

    학교도서관에서 짬을 내 책을 보거나 쉬고도 싶지만 학교 쪽에서 싸늘한 시선을 주는 일도 있다. 광진구 ㅂ고에 다니는 한 남학생은 “얼마 전, 한 선생님이 ‘넌 공부 해야지 여긴 왜 오느냐’는 이야기를 하셔서 속상했다”며 “고3임을 체감하긴 했는데 그렇게 따지면 학교 안에서 정말 갈 곳이 없다”고 했다. 학생들은 학교도서관을 편히 쉬는 공간으로까지 이용하고 싶지만 지나치게 엄숙한 분위기를 강요하는 교사들도 있다. 부산 ㅇ고에 다니는 한 여학생은 “도서관을 단순히 공부하는 열람실 개념으로 여기고 숨소리도 안 나도록 하는 선생님들도 있다”고 했다. 이소영씨는 “한참 논술 바람이 불 때는 학교도서관을 논술 수업하는 학습 공간으로만 이용하려고 하는 학교들도 많았다”며 “단순 대출 시설로 여기거나 입시랑 연관 지어 학습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인식도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그나마 활발하게 움직이는 학교도서관에는 학생을 중심으로 한 도서동아리가 있지만 최근 들어선 이들의 활동도 어려운 상태다. 도동리 대표인 광명고 송현희양은 “도서관 서가도 정리하고 여러모로 활력을 불어넣는 동아리들이 있지만 요즘은 운영이 정말 안 된다”고 했다. “요즘 학생들에게 스펙이 중요하잖아요. 도서동아리를 하면 봉사활동 점수를 주는데 그것만을 위해 오는 학생들이 많아요. 근데 최근에 이런 친구들도 안 와요. 학교 쪽에서 노는 활동이라고 여기면서 봉사활동 인정 자체를 안 하거든요.” 이소영씨는 “이런 상황에서 더 절실히 필요한 게 사서교사”라며 “학교도서관의 주인은 학생이지만 학생을 반겨주고, 학생들 편에서 목소리를 내 주고, 도서관이 왜 필요한지도 얘기해줄 어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바라본 학교도서관의 현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사서교사가 없으면? 파리만 날린다한겨레'교육'2010.03.21 16: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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