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사회 10주년 기념 <사회적독서토론> 그 첫 번째가 폭우를 뚫고 무사히 개최되었습니다!
"오늘 토론회, 예정대로 하나요?"
당일 아침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불참통보도 속속 이어졌습니다.
전날 80명으로 예상되던 참석자 현황은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가겠다"는 문자를 주신 분들,
"늦더라도 참석하겠다"고 전해주신 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희 책사회는 예정대로 토론회를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오후 6시가 넘자 삼삼오오 선생님들이 도착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책사회의 활동에 늘 물심양면 뛰어주시는 장홍월 선생님(수학교사)은
던킨도너츠 80개를 간식으로 사들고 오셨습니다.
그렇게 반가운 얼굴들이 모여 처음 기획보다 조촐해진
그러나 따뜻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진행은 한겨레 신문의 구본권 기자가,
토론패널에는 서울대 사회학과의 서이종 교수가 맡아주셨습니다.
구본권 기자는 "인간과 사회, 기술문명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탐색해보기 위한 자리"라는 말로
토론의 물꼬를 텃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2008년 <구글은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가>라는 도발적 주장을 펼쳐서
미국 지식사회에서 논쟁을 이끌어낸 사람입니다. 이번 책에서는 그 주장을 인지과학자들과 심리학자
등이 내놓은 다양한 실험과 주장을 통해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논란이 뜨거운 주제입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사이언스>는 인터넷 시대에 사람들은 지식자체보다
지식을 찾는 방법을 더 잘 기억하는 방식으로, 인지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실었습니다.
인터넷은 과연 우리를 멍청하게 할까요?"
"저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습니다. 제 애가 중학교 3학년인데 스마트폰을 씁니다. 저는 요금이 3만5천원이 나오고
저희 애는 6만5천원이 나옵니다. 소위 스마트 시대에는 부모의 소비의 권위가 서지 않습니다(웃음). 아이는 스마
트폰에 관한 기술을 굉장히 흥미로워 하고 이를 익히기 위한 노력을 하느라 시간을 많이 들입니다. 우리 아이가
생각하거나 책을 읽거나 학습하는 시간을 대부분 이 기계가 뺐어 먹습니다. 저희 집에서 봤을 때는 스마트폰이
해악한 것입니다. 일테면 책읽기가 가져다 주는 내적인 요소를 잃어버리게 하고 '성장하는 시간을 뺏어버립니다.'
제 생각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인간이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기억이라든가
체험으로 얻을 수 있는 지식인 지혜를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사서교사 조현)."
-> "인터넷은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했지만,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을 피상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인간은
특별히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판단하는 법을 잃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사회적 동물/존재이기 때문에 서로 연결되고 싶어하고, 관계를 맺고 싶어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한 소셜네트워크의 영향력을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이, 웹이 구축한 세계에서 어떤 삶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까요?"
-> "인터넷,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우리를 빨리 연결해주지만 사실 정말 중요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은 정말 중요한 정보를 그것을 통해 알게 되었나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빨리 정보를 얻고 쉽게 연결될 수 있지만,
주위가 분산되고 집중력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러나 이미 기술문명은 우리 삶에 너무도 깊숙히 들어와 있지 않습니까?
기술문명이 우리에게 해악을 준다해서 우리가 이것을 거부하고 문명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이 못됩니다. 그렇다면 이 정보와 기술의 과잉 시대에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요?
가령 인터넷을 예로든다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 "인간이 비판적인 사고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 삶에 침입한 막강한 기술문명에 대해
우리는 얻은 만큼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지금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 의심해 봐야 합니다.
기술문명에 대한 일종의 '회의주의'라고 할까요? 지극히 상식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회의주의가 유일한 방법입니다."
토론회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참석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8월에 다시 뵙기를 바라면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실린 다음의 시를 인용해
들려드립니다.
<집은 조용하고 세상은 고요하다>
- 월리스 스티븐슨(Wallace Stevens)
집은 조용하고 세상은 고요하다
읽는 자는 책이 되고 여름밤은
책의 의식있는 존재와 같다
집은 조용하고 세상은 고요하다
한 권의 책도 없는 것처럼 단어들은 말이 되어 나오고
읽는 자가 책장 위에 몸을 기울이는 때만 제외하고는
기대고 싶고, 가장 되고 싶은 것은
진실한 책을 지닌 학자, 또 그에게는
여름밤이 완벽한 생각과 같은 사람
집이 조용한 것은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조용함은 의미의 일부이고, 정신의 일부
책장을 향한 완벽한 접근
-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최지향 역. 청림출판, 2011. 112쪽 재인용
~7/27(수) 저녁 7시 책읽는사회 강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