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그녀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산토도밍고 사람들은 뭐든 소문내길 좋아했다. 소녀가 살아남았다는 걸, 하고많은 곳 중에 하필 아수아 외곽에서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걸 라 잉카는 믿고 싶지 않았다. 이틀 밤 내내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마마후이나의 힘을 빌려야 했던 그녀는 죽은 남편의 꿈을 꾼 뒤에, 무엇보다도 정신을 가다듬은 뒤에 이웃이자 빵 반죽의 일인자(그는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라 잉카네 빵집에서 빵 반죽을 해주었다)인 카를로스 모야에게 차를 태워달라고 부탁해서 여자아이가 살고 있다는 곳으로 갔다. 그 아이가 내 사촌의 딸이라면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어. 라 잉카의 말이었다. 스물네 시간 뒤, 라 잉카는 믿을 수 없을 만치 키가 크고 반죽음 상태였던 벨리시아를 데리고 왔다. 라 잉카의 마음에는 아이가 자란 동네와 그 주민들에 대해 평생 사라지지 않을 시퍼런 칼날이 세워졌다. 이 야만인들은 어린것을 기름에 지졌을 뿐만 아니라 벌로 닭장에 가둬놓기까지 했다. 그것도 밤에! 처음에 그들은 아이를 데려오지 않으려 했다. 당신 친척일 리가 없어요. 깜둥이라니까. 하지만 라 잉카는 고집을 부리며 특유의 엄중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화상 때문에 몸을 굽힐 수도 없던 소녀가 닭장에서 나오자, 라 잉카는 아이에게서 자신을 쳐다보는 아벨라르와 소코로의 모습을 보았다. 검은 피부 따윈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아이였다. 셋째이자 막내딸. 잃어버린 줄 알았으나 되찾은 그 아이였다.
내가 네 진짜 가족이다, 라 잉카가 힘주어 말했다. 널 구하려고 왔어.
그렇게, 눈 깜짝할 새에, 귓속말 하나로 둘의 삶은 돌이킬 수 없이 바뀌었다. 라 잉카는 남편이 가끔 낮잠을 자거나 칼로 뭔가를 깎아 만들던 작은 방에 벨리를 묶게 했다. 아이에게 정체성을 부여할 서류도 작성해서 제출했고, 의사도 불렀다. 화상은 믿을 수 없으리만치 심각했다. (히트 포인트 최고 110, 최소 3도 화상이었다.) 괴물 손바닥처럼 등 전체에 뻗은 그 끔찍한 화사 자국은 뒷목에서 시작해 맨 아래 척추 부분까지 닿아 있었다. 포탄 구멍인 듯이. 히바쿠샤의 전흔인 듯이. 아이가 진짜 옷을 다시 입을 수 있게 되자마자 라 잉카는 아이에게 단정한 옷을 입힌 뒤 집 앞에서 처음으로 진짜 사진을 찍게 했다.
거기 그녀가 있다. 이파티아 벨리시아 카브랄, 셋째이자 막내 딸. 뭐든 의심하고, 화가 나 있고, 인상을 찡그리고, 말이 없는, 상처 입고 굶주린 시골 소녀, 그러나 표정과 자세에는 굵은 글씨체로 '반항'이라고 쓰여 있는. 피부는 검었지만 분명 그 집안의 딸이었다. 그 점은 확실했다. 벌써 재클린이 가장 컸을 때보다 키가 더 컸고, 눈 색깔은 전혀 아는 바 없는 제 아버지의 눈과 꼭 같았다.
- 주노 디아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권상미 역. 문학동네, 2009. 300-3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