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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10
    엘렌코스(elenchos) - 김용석

  •   다음은 엘렌코스, 곧 논박술을 살펴보자. 이것은 상대방의 주장을 조목조목 따지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 고유의 방법이라기보다는 모든 토론과 논쟁에서 고대로부터 사용해오던 것이다. 소피스트들도 상대가 내놓은 명제를 일단 의심하고 세세히 검토하여 그 안에서 오류와 자가당착을 발견해내는 방법을 즐겨 사용했다. 소크라테스는 이 방법을 극단으로 몰고 간 경우이다.

       소크라테스가 지속적으로 유지한 태도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에서 확실하다고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것이다. 소피스트는 덕(德)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소크라테스는 바로 그것을 의심한다. 훌륭한 전략가는 군사기술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시인은 시와 영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것들을 의심한다. 

       소크라테스는 의심으로 드러난 것들을 노닐적 시험과 반박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대화 상대자가 정말로 알고 있는지, 아니면 단지 안다고 믿거나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를 입증해 보이고자 한다. 그가 논박술을 쓰는 이유는 상대가 반대 의견 앞에서 설득력 있게 답변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소크라테스의 태도는 오류의 목록을 작성하여 그것을 논박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논박술은 오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는 점에서 극단의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 김용석. 『서사철학』. 휴머니스트, 2009. 16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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