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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31
    쥐가 된 인간 - 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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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예 잡지 못할 것 같았으면 몽둥이 휘두르지 말 것을

    그만큼 정확한 나의 겨낭 피할 수 있었다니

    달아난 새앙쥐는 틀림없이 왕이 될 재목이야

    어느 날 금단추 자랑하는 근위병 거느리고

    눈 밖에 난 반역자를 잡으러 올 테지

     

    황급히 구원의 수화기를 들어보지만

    문명은 통화중만 알릴 뿐

    점점 나는 세계와 거리 멀어지고

    이제 너는 갇혔다. 상상할 수 없는 어둠 속에

    그리고 이곳에서는 주사위마저 운명

    가르쳐주길 망설인다. 뻔뻔스레 너는

    왕에게 불경했고, 그때 이미 죽었으므로

     

    땅 깊은 곳에서 너의 시집은 금지되고

    그들의 왕이 자신에게 대적한 인간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벌주는가 찬양하며

    저녁 쥐들이 춤을 춘다. 장작불 곁에서

    처녀쥐의 경쾌한 박자에 밟히며

    꿇어앉은 나의 그림자도 춤춘다

    그리고 나는 저 쥐를 안다

    그는 이 구멍 속에서 제일가는 노래꾼

    나는 형이상학적인 그의 고뇌도 안다

    가인의 입술은 하나, 그는 무슨 재주로

    사형수의 죽음 위로하며 어떻게 형장의 칼

    함께 찬양할 수 있는가?

     

    노래가 끝나고 나팔수의 볼이 찢어질 때

    누군가 소리쳤다. 잔뜩 공포와 전율에 부풀어져

    왕이시여 궁휼히 여기시길! 그날 제가

    당신의 척추 잘못 내리친 것처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왕들은 모두 용서할 줄 안다

    하여 나는 지금껏 흘려본 일 없는 진한 염분의 눈물로

    죽음의 왕 발 씻겨주고

     

    쥐를 찍어내는 주형 속에 들어가, 오늘

    만물 영장이 무섭게 짓밟히실 때

    불필요한 사색과 지혜는 마구 잘리며

    기름진 털은 숭숭  돋아나 또다시 평민인 쥐

    네 발로 다니며 하나의 창공, 여덟 개 부엌

    그 높은 삶의 문턱을 넘나들겠네

     

    영민하게 째진 눈과 슬픈 꼬리를 달고

    어머니 제가 돌아왔답니다

    그러나 예전에 그를 기습한 굵은 몽둥이로

    내리치지 마세요!

    놀랍게도 이 왜소한 노래꾼에게도

    아버지를 기다리는 자식이 생겼답니다. 

     

     

    - 장정일. 「쥐가 된 인간 」.『햄버거에 대한 명상』. 민음사, 1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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