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각별히 조심하시오. 분명히 말하지만, 당신은 여행중에 숱한 유혹을 받게 될 겁니다. 차창으로 밖을 내다보면, 당신은 신기루의 함정에 노출될 수 있어요. 차창에는 승객들의 마음에 온갖 환영을 만들어내는 교묘한 장치가 설치되어 있지요. 꼭 마음이 약한 사람만 그런 환영에 속아넘어가는 건 아닙니다. 기관차에서 조작하는 어떤 장치들은 소리와 움직임 때문에 열차가 달리고 있다고 믿게 만듭니다. 하지만 승객들이 창유리로 매혹적인 풍경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동안 기차는 몇주씩 꼼짝 않고 멈춰서 있지요."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철도회사는 승객들의 불안과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최대한 줄여주려는 건전한 의도로 이 모든 것을 행하지요. 회사의 바람은 언젠가 승객들이 모든 것을 운명에, 무소불위의 회사의 손에 맡기고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서 오는지 더이상 상관하지 않게 되는 거라오."
- 후안 호세 아레올라. 「전철수」. 후안 룰포 외.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김현균 편역. 창비, 2010. 23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