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면, 그람시는 이데올로기를 민중을 통합시키는 관념, 믿음, 재현, 실천 같은 것으로 보았다. 이는 헤게모니라는 개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헤게모니는 계급이나 정치집단 등 사회정치 단위 사이에서 발생하는 알력 같은 것인데, 이 개념은 개인들이 단순하게 정치를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만들어내고 자신들을 위치 짓는 조건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정통 마르크스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생각은 상당히 놀랍다. 왜냐하면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에 따르면 이데올로기는 계급으로 통합되어 나타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현실의 실천을 통해 구현되기 때문이다. 이런 예는 한국에서도 쉽게 목격되는데, 가령 시장주의와 경제 개방을 표방하는 한나라당 같은 보수 정당을 노동자들이 지지하는 현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분명히 이들은 계급적으로 노동계급에 속하지만, 부르주아 정당의 정책에 동의하고 있다.
- 이택광.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글항아리, 2010. 5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