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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06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中에서

  •     나는 차갑지만 편안한 철로 위에 누워, 수용소로 돌아갈 일을 생각했다. 매트리스가 없는 침대에서, 오늘밤 가스실로 가지 않게 된 동료들과 함께 잠자리에 드는 광경을 떠올렸다. 갑자기 수용소가 평화로운 안식처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이 끊임없이 죽어가고 있는 가운데, 또 어떤 사람들은, 어쨌든 아직도 멀쩡하게 살아 잇고, 먹을 게 있고, 일할 힘이 남아 있고, 조국이 있고, 집이 있고, 애인이 있다······

        하역장의 불빛이 괴이하게 깜빡인다. 제정신이 아닌, 머릿속이 몽롱하고 혼란에 빠진 사람들의 물결이 끝없이 흐르고 있다. 저들은 이제 수용소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고 믿으며, 생존을 위한 힘겨운 사투를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다. 저들은 잠시 후면 자신들이 죽을 것이고, 옷의 안감이나 주름에, 구두 굽에, 몸 안의 후미진 곳에 그렇게도 신중하게 감춰 가져온 금붙이와 돈, 다이아몬드가 이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그들의 몸 구석구석 깊숙한 곳까지 다 조사할 것이고, 혓바닥 아래 숨겨놓은 금붙이까지, 자궁과 결장 속에 있는 다이아몬드 조각까지 모두 다 찾아낼 것이다. 금니도 떼어갈 것이다. 그것들은 단단히 밀봉된 상자에 담겨 베를린으로 보내지리라.

     

     

    - 타데우쉬 보로프스키.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타데우쉬 보로프스키 외.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정병권 · 최성은 편역. 창비, 2010. 44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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