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여름 야청빛 저녁이면 들길을 가리라,
밀잎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
하여 몽상가의 발밑으로 그 신선함 느끼리.
바람은 저절로 내 맨머리를 씻겨주겠지.
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
그러나 한없는 사랑은 내 넋속에 피어오르리니,
나는 가리라, 머리, 저 머리, 보헤미안처럼,
계집애 데려가듯 행복하게, 자연 속으로.
- 랭보. 『지옥에서 보낸 한 철』. 김현 역. 민음사, 1991. 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