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후반에 나타나기 시작한 '지식사회' 또는 '지식기반사회'에 관한 담론은 한동안 '정보사회론'과 경합을 벌이다가 2000년대 이후에는 확고하게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정보에서 지식으로의 방점 변화에 불과해 보이지만, '정보사회론'에서 '지식사회론'으로의 지배 담론의 변화에는 겉보기보다는 중요한 의미가 깔려 있다. '정보사회론'이 정보통신혁명에 의해 산업구조 전반이 재편되는 과정, 즉 IT 기술이 산업과 사회적 인프라 전반에 깔리게 되는 하드웨어적 · 소프트웨어적 변화에 초점을 둔 담론이라면, '지식(기반)사회론'이란 그렇게 정보화된 사회를 기반으로 가능하게 된 새로운 방식의 지식생산과 소통의 등장에 역점을 두는, 즉 새로운 지식(콘텐츠)의 창조에 초점을 둔 담론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식사회론'에서 말하는 지식은 정보인프라가 깔리기 이전의 근대적 지식생산이 아니라 이미 지구화된 정보인프라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새로운 형태의 지식을 뜻한다.
심광현. 『유비쿼터스 시대의 지식생산과 문화정치』. 문화과학사, 2009. 24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