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는 이솝 우화가 어린이들에게 착하고 바르게 살아가도록 가르치는 내용이라고 믿었다. '토끼와 거북이', '북풍과 해님', '양치기 소년과 늑대' 등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이솝 우화가 아니었던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우리에게 거짓말하지 말고 성실하게 노력해야 하며,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야 한다는 '착한' 교훈을 가르쳐 주려고 했다. 그렇지만 『이솝 우화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면 그런 교훈을 담고 있는 이야기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바른생활'용 우화들 중 많은 이야기가 이솝이 지은 게 아니라 후대에 덧붙여졌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영국에서 빅토리아 시대에 이솝 우화를 번역 출판하면서 도덕주의가 강하게 덧칠되었다. 이때 도덕주의자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 이야기가 많이 빠지고, 그 대신 편집자 스스로 창작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다고 한다. 그들은 우화라는 이 강력한 교육 수단을 이용해서 그 시대가 중시하는 덕목들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려고 했던 것이다.
- 주경철.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사계절, 2009. 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