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막아내고 가슴벅찬 개관 | |
[희망의 작은 도서관] 장흥남초 ‘꿈꾸는 은어’ 도서관 |
? 지난 7일 전남 장흥군 장흥남초등학교에서 열린 ‘꿈꾸는은어’ 도서관 개관식에서 박민재 교장 등 관계자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 지난 7일 개관한 전남 장흥남초등학교 ‘꿈꾸는은어’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귀촌·귀향 주민도 학교지키기
도서관 만들자 학생수 늘어
마을 담은 동화책 출판 계획
마을잔치가 열렸다. 하늘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간간이 더해지는 풍물소리가 흥을 더한다. 모두가 싱글벙글이다.
지난 7일 토요일 전남 장흥군 장흥읍 장흥남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제7회 장흥남 가족 한마당 축제가 열렸다. 손님이 많다. 전교생 59명이 사는 13개 마을 주민 500여명이 모였다.
매년 이맘때쯤 열리던 행사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 학교에 어린이 도서관 ‘꿈꾸는 은어’가 생겼기 때문이다. 20평 공간에 장서가 3천권에 불과한 작은 도서관이지만 학교 근처 탐진강에 사는 은어처럼 ‘자유롭게 꿈꾸라’는 뜻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 ‘꿈꾸는 은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이세중)의 이웃사랑성금으로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사장 도정일)가 새로 꾸민 도서관이다. 설계시공은 아인아이디 원준식 대표가 맡았다.
이날 행사에는 손님도 많이 찾아왔다. 전남 장흥교육청 김영표 교육장, 김인규 군수, 순천기적의도서관 허순영 관장, 관내 기관장과 주변 학교 교장, 동문, 학부모 등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도서관 개관식에도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탰다. 포스터판화와 작은 현수막 은어 그림은 지역미술작가 김경학, 김금남, 조연희씨가, 장흥남초 총동문회 내부조직인 남국회(회장 박형문)에서 솟대 제작과 이런 저런 궂은 일을, 마을별로 사람 얼굴과 풍경을 사진으로 구성한 사진전은 문화활동가 문충선씨가 힘을 보태 주었다. 특히 금번 행사는 장흥남초 동문회 한순우 부회장이 총책임을 맡아 수고 해주었다.
‘꿈꾸는 은어’ 도서관 개관은 장흥남초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00년 이후 장흥남초의 전교생이 50명선으로 줄기 시작하자 교육청에서 통폐합 대상학교로 지목되어 학교의 존폐가 거론되었다. 동문들은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학교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통학차량 구입, 운영, 다양한 체험 학습 보조 등 모교 살리기 운동에 장흥남초등학교위원장(박노천)과 함께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이를 보고 2000년 장흥으로 귀촌해 아이를 학교에 보내며 사정을 알게 된 이창우씨와 고향마을로 내려온 문화활동가 문충선씨가 나서 힘을 보태면서 학교 살리기 운동은 더욱 더 탄력을 받았다. 이들은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정월대보름 지신밟기, 작은음악회등 문화 행사를 매개로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마음을 얻었다.
이어 2005년 10월 순천기적의 도서관 가을 소풍, 2006년 5월 어린이날 기념 장흥남초 이동 도서관 운영, 2006년 10월 스스로 읽고 싶은 책 구입하기 프로그램 등을 시행했다. 이러한 활동은 도서관 건립 추진으로 이어졌다. 이런 활동이 알려지면서 이 학교는 학생수가 59명으로 늘었다. 주민들의 반대와 학생수의 증가는 장흥남초에 드리워진 ‘통폐합 대상학교’의 그늘을 걷어내고 있다.
폐교 위기의 학교를 구해냈으니 앞으로 해야 할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어머니 독서모임, 고학년이 저학년에게 책을 읽어주는 ‘큰언니 프로그램’ 등을 계획중이다. 가장 큰 목표는 나아가 13개 마을이야기를 동화로 담아 큰 책으로 출판하는 것이다.
학교 동문이 아님에도 장흥남초에 대한 애정으로 도서관 운영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문충선씨는 작은 힘이나마 학교에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 “도서관을 통해 농촌교육에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