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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23
    [한겨레신문 2007-03-09] 아이들 불편 없앨 새단장 설레네요

  • 아이들 불편 없앨 새단장 설레네요
    [희망의 작은 도서관] 동대문구 ‘꿈틀 어린이 도서관’

     

    ? 조혜신 관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자원봉사자인 도서관 지킴이들이 2일 꿈틀 도서관을 찾은 책읽는사회, 삼성사회봉사단 관계자들과 도서관 재단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버려진 파출소 건물 꾸며 사용
    규모 작지만 이용자 만만찮아
    그림책 슬라이드 상영 인기

    입학식이 있었나 보다. 추적하게 내리는 비가 성가실 만도 한데 삼삼오오 무리지어 내려오는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다.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입학생들의 우산 속을 겨우겨우 빠져나왔더니 드디어 꿈틀 어린이 도서관이 보인다. 서울 동대문구 전동초등학교 정문 앞에 위치한 터라 도서관보다 한 무리의 아이들을 먼저 만나게 됐다.

    15평 남짓한 도서관 공간엔 8500여권의 책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그 사이에 도서를 대여해주는 공간을 따로 내고 아이들이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 몇 개를 들여놓으니 이미 도서관 안이 꽉 차버렸다. 2002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와 〈MBC〉 프로그램 느낌표의 후원으로 개관을 한 꿈틀 어린이 도서관은 동대문구 유일의 민영도서관이다. 열린사회동대문시민회에서 운영하고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나 도서구입 등은 조혜신 관장이 총괄한다.

    도서관 운영은 회비로 충당한다. 한달에 5천원을 내는 일반 회원과, 1만원을 내는 가족 회원이 꿈틀도서관의 자립 기반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도서관을 꾸준히 찾는 한달 회원이 300명에, 연간 회원으로 따지면 1200명이 꾸준히 도서관을 방문한다. 도서관 규모에 비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꿈틀’에 모이는 이유엔 동네환경이 한몫한다. 서울시에서 녹지공간 비율이 가장 낮은 축에 들어가는 동대문구. 꿈틀도서관을 중심으로 반경 500m안에 초등학교 3개가 붙어있지만 동네에는 아이들이 뛰놀만한 놀이터나 공원이 한군데도 없다. 청량리쪽에 있는 구립 도서관은 접근성이 떨어진다.

    도서관에서 진행중인 프로그램도 아이들의 발길을 잦게 만들고 있다. 1박2일로 진행되는 독서캠프나 요즘 한창 사회적 이슈를 몰고 다니는 논술대비를 위한 논술문화강좌, 계절별 자연체험학습까지. 특히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문화행사에 한달에 한번씩 그림책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상영하는 멀티 슬라이드 상영행사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슬라이드는 자원활동가 5명이 수작업을 통해 일일이 만든다. 손이 많이 가 고되긴 하지만 한 여름 90명의 아이들이 도서관에 빼곡이 모여 앉아 슬라이드를 봤던 때를 떠올리면 힘들다는 생각도 없어진다고.

    도서관은 일요일을 뺀 평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6시까지, 방학 중엔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토요일엔 4시까지 도서관을 개방한다. 개방시간을 정해놓긴 했지만 8시건 9시건 도서관에 사람이 있는 순간부터 문은 열어놓는다. 아이들이 8시나 9시에 먼저 와 도서관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개관 시간은 아이들이 오는 시간인 셈이다.

    ‘꿈틀’에 얼마 전 좋은 일이 생겼다. 책읽는사회와 삼성, 한겨레에서 지원하는 ‘희망의 작은 도서관’ 사업에 재단장 도서관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쓰지 않는 파출소 건물을 도서관으로 꾸며 사용하다보니 그동안 높은 계단과 같은 아이들과 맞지 않는 공간이 많아 불편했다. 아이들이 벗어 놓은 신발이 비를 피할 빗물창도 없고 공간이 좁아 신발장을 놓지도 못했다. 조혜신 관장은 이번 기회로 꿈틀 도서관이 오로지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으로 꾸며질 생각을 하면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할 수 있다면 휴일 없이 1년 365일 개방을 해 놓는 도서관으로 키울 생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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