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버스 어디 가요? 그림책 나라 가요! | |
희망의 작은 도서관 = 원주 ‘패랭이꽃그림책버스’ |
? 주말이면 패랭이꽃그림책버스는 늘 만원이다. 토요일인 24일 그림책버스를 가득채운 가족 단위 열람객들. |
가족 나들이 많은 공원에 자리
그림책 3천권, 한달 500명 찾아
회원들 연구모임 가지며 자원봉사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 토지문학공원 안에는 대형 버스가 주차되어있다. 공원 안의 버스. 어색하다. 색깔도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칠해져있어 여간 튀는 게 아니다.
창문 넘어 버스 안을 살펴보니 운전에 필요한 핸들도 있고 타고 갈 때 붙들고 서 있을 손잡이도 있다. 그런데, 여느 버스와 크게 다르다. 버스 안은 온통 책 천지다.
여기가 바로 패랭이꽃그림책버스다. 보기엔 공원에 잘못 주차된 대형버스지만 3천권의 그림책을 소장하고 있는, 한 달 평균 500명이 찾아오는 작은 도서관이다. 폐버스를 그대로 옮겨 놨기 때문에 도서관에 들어서지 않는 이상 공원 안에 잘못 주차된 버스로 오인받기에 딱 좋다. 그림책 버스를 찾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도 “이 버스 가요?”라고.
이상희 관장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림책버스를 방문한 모든 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준다. “그림책은 어른 아이를 아우르는 예술품”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방학이면 ‘패랭이꽃’은 아이들이 버스 안에서 밤새 책을 읽고 노는 행사를 연다. 아이들은 그림책 주인공처럼 분장을 하고 주인공으로 하루를 뛰논다. 밤새 책을 읽다 버스 안에서 잠드는 아이들도 있다. 봄, 가을 날씨가 좋을 때면 공원에 놀러왔다 그림책을 빌려 돗자리를 깔고 책을 실컷 보다 가는 가족들도 많다.
‘버스도서관’ 관장이자 시인인 이상희씨는 그림책에 글을 쓰고 번역을 하면서 그림책에 푹 빠지게 됐다. 그림책이 아름다운 시와 그림이 결합된 멋진 장르임을 깨닫는 순간부터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시는 소통의 대상이 한정되어 있었지만 그림책은 아이들과의 통로를 만들어 줬다. 친구 친척 친지 이웃들에게도 그림책을 읽어줬다. 그걸로 만족이 안 돼 집 주위에 있는 유치원을 찾았다.
이씨는 더 많은 이들에게 그림책을 전달하고, 읽어주고픈 마음에 연고도 없는 원주에 남편과 함께 무작정 내려왔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까지 찾을 수 있는 그림책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다. 고민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폐버스였다. 2004년 5월1일 세상에 얼굴을 내민 패랭이꽃그림책버스의 탄생 배경이다. 토지문학공원에 자리를 잡은 것은 가족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다.
도서관 운영은 사서로 봉사하는 버스지킴이와 그림책 버스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를 도맡아 하는 30여 명의 회원들이 맡고 있다. 이들은 이상희 관장이 원주 평생교육정보관에서 연 그림책읽기 강좌를 통해 그림책 버스에 ‘타게’ 됐다. 회원이 되려면 1년 동안 강좌를 수료해야 한다.
회원들은 버스지킴이를 나눠서 하고 그림책 연구모임도 갖고 있다. 올해는 그림책 작가 초청 강연회를 5회 정도 열 계획이다.
도서관 운영이 어려울 때마다 지역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우리가 이렇게 까지 고달플 필요가 뭐 있냐는 회원들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그때마다 이 관장은 좋은 그림책을 전달하고 읽어주는 것, 사람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 주는 것만큼 중요한일은 없다며 돈 보다 더 중요한 책을 강조한다.
“그림책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자신이 살고 있는 다양한 삶의 층위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그런 점에서 그림책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예술품이지요.”공동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