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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23
    [한겨레신문 2007-02-16] 아이 맡기실 분 맘 놓고 오세요

  • 아이 맡기실 분 맘 놓고 오세요
    희망의 작은 도서관 = 신당동 느티나무 도서관

     

    ? 9일 오후 서울 신당동 시장통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배움터인 느티나무 도서관에서 심명선 사서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도서관·공부방·놀이방 구실 겸해
    주민 위한 시설 되는 게 목표
    청소년·어머니 독서모임 운영

    서울 신당동 느티나무 도서관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신당동 시장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도서관 입구부터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정돈된 실내, 가지런히 놓인 수많은 책들, 깔끔한 테이블. 입구에서 받은 소란스러운 느낌과는 사뭇 다른 도서관 분위기가 오히려 낯설다. 낯섦도 잠시, 와 있던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이야기 소리와 어느새 뛰어놀기 시작한 아이들 모습에서 시장통의 친숙함이 묻어난다.

    심명선 사서는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도서관이 곧 놀이터이기도 하다며 웃고 넘긴다. 그도 그럴 것이 도서관이 있는 신당동 일대엔 아이들이 놀 만한 놀이터가 없다. 서울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지만 시립, 구립 도서관조차 찾아볼 수 없다. 시장을 중심으로 길을 건너면 압구정이, 맞은편엔 서민을 위한 시영 임대 아파트촌이 밀집해 있어 주민들의 소득격차도 크다. 이런 동네 특징 때문에 아이들, 특히 맞벌이 부부가 많은 시장 근처에 사는 아이들이 갈 곳은 더욱 찾기 어렵다.

    “집이 부유한 아이들은 부모님이 문화센터를 보내는 방법으로 아이들의 공간을 마련해 주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아이들은 갈 곳이 없죠. 그래서 느티나무 도서관의 역할이 커요. 도서관이자 놀이터고 공부방이기도 하죠.”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여기가 놀이방이냐 학원이냐” “우리 아이를 여기 맡겨도 되겠냐”라고. 그때마다 심명선 사서는 여기는 아이들이 이용하는 도서관이니 마음놓고 보내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아이들은 도서관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뛰논다.

    느티나무 도서관은 사랑교회가 신당동 판자촌에서 문을 연 공부방에서 비롯됐다. 2000년 수해를 겪은 뒤 공간을 새로 단장할 때 독립해 나왔다. 지금 50평의 사랑교회 공간은 교회, 느티나무 도서관, 나비훨훨 공부방으로 함께 사용된다. 교회 안에 7500권의 책이 빼곡하고 한쪽에선 아이들이 모여 공부를 한다. 교회, 도서관, 공부방 3개의 공동체가 함께 어울리는 공간인 셈이다.

    도서관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1시에서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목요일은 귀가 시간이 늦은 청소년과 주민들을 위해 밤 9시까지 개방한다. 특히 목요일엔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독서클럽을 만들어 진행 중이다. 어린이 도서관이지만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공의 도서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매주 월요일엔 어린이 책을 읽는 어머니들의 모임도 있다. 아이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이 곧 아이가 읽는 책을 함께 읽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모임이다. 도서관 운영비는 늘 문제다. 지자체는 물론 외부의 지원금이 거의 없어 도서 대출을 회원제로 바꿨다. 가입비 오천원이면 평생회원이 되어 한 사람당 3권의 책을 일주일간 대출할 수 있다. 심명선 사서는 더 많은 아이들과 주민들이 이용해 작은 도서관이지만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공공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올해 포부를 밝혔다. 책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건강하게 함께 키우는 마을을 만드는 게 큰 목표다.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시민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비록 작은 도서관이지만 느티나무가 신당동을 중심으로 어린이 문화를 발전시키고 지역사회에 책 읽는 문화를 가꾸는 데 구실하기를 바랍니다. 그런 문화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성장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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