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가게냐고요? 미디어 도서관이죠 | |
[희망의 작은 도서관] 고양 대화동 ‘도토리미디어사랑방’ |
? 도토리미디어사랑방에서는 책과 미디어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한현주 관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7일 문화프로그램 방에서 열린 ‘영화그림책 만들기’에 참여한 아이들이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귀담아 듣고 있다. |
고양시 대화동에 있는 도토리미디어사랑방(이하 도토리)이 있는 건물은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있다. 2층짜리 작고 단조로운 건물이지만 창문과 외벽에 붙어 있는 알록달록한 그림들과 도토리를 알리는 귀여운 팻말은 삭막한 아파트 촌 안에서 한숨 돌리라고 찍어둔 쉼표 같은 느낌을 준다.
도토리 입구엔 먼저 온 아이들이 벗어놓은 신발이 사이좋게 엉켜 손님을 맞았다. 분홍빛으로 칠해진 4평 남짓한 방안에서는 아이들이 영화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에 열중하고 있다. 그림책을 영화로 만들어보는 시간이다. 아이들의 모습이 꽤나 진지하다.
도토리는 15평의 공간을 네 곳으로 나눠 컴퓨터 학습, 영화감상, 도토리 문화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장소가 좁아 영화나 책을 열람하는 곳은 바로 위층의 ‘웃는 책 도서관’의 자리를 빌려 쓰고 있다고.
미디어 도서관이라고 해서 미디어 관련 서적을 모아놓은 도서관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미디어관련 도서관이란 타이틀이 붙어 있는 도토리에서는 미디어가 곧 책이다. 도서관 안의 모습은 비디오 가게를 닮았다. 책 대신에 1000편의 ‘좋은 영화’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1000편의 ‘장서’는 열람은 물론 도토리에서 시행중인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에 활용되고 있다. 미디어문화학교라는 이름으로 진행중인 문화프로그램은 아이들이 건강한 인터넷사용을 배우게 되는 웹배낭여행, 그림책을 라디오로 재구성해보는 라디오드라마 만들기, 뮤직비디오 만들기, 영화내용을 기사로 써보고 신문을 만드는 영화신문만들기 등으로 이뤄져 있다.
‘좋은 영화’ 1000편·책 1000권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해 활용
“세상과 소통하고 자기의사 표현”
보통 미디어 교육이라고 하면 컴퓨터 쓰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여기지만 도토리에선 컴퓨터를 활용한 세상과의 커뮤니케이션과 배운 것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세상에 제 목소리를 내게 하는 참여성을 길러주는 데 중점을 둔다.
도토리가 진행하는 문화프로그램에 대한 어린이들의 반응은 아주 좋다. 한현주 관장은 “동네 어머니들은 다른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해야 도토리에 보내주겠다고 ‘협박’을 아이들에게 해야 할 정도”라며 웃었다. 한 관장은 도토리가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으로 학교나 일선 학원과는 달리 아이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공간으로 구실하고 있어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비디오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던 한 관장이 어린이를 위한 미디어 교육의 절실함을 느껴 도토리미디어사랑방을 연 지 올해로 4년째. 그는 도토리를 통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힐 수 있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뒀다.
“지금까지 아이들을 나쁜 미디어로부터 보호하자고 했지만, 이제는 좋은 미디어와 좋은 영화도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해요. 미디어를 통한 대안교육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에 가면 좋은 책을 볼 수 있듯이 아이들이 도토리에서 좋은 미디어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