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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23
    [한겨레신문 2007-01-19] 엄마들이 만들어준 산동네 작은 사랑방

  • 엄마들이 만들어준 산동네 작은 사랑방
    희망의 작은 도서관 = 광명 철산4동 ‘넝쿨어린이도서관’

     

    ? 넝쿨어린이도서관 최미자 관장이 11일 오후 도서관을 찾은 어린이들과 그동안 읽은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도서관이 있다. 달동네 길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면 어느새 발밑으로 부근 시가지가 훤히 보인다. 광명시 철산4동 넝쿨어린이도서관을 찾아가는 길에서 만난 풍경이다.

    12일 오후, 경사가 높아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동네 길을 따라 오르니 동네 담벼락에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나타났다. 그림을 따라 걷다 보니까 어느새 도서관 입구다. 파란 대문을 열고 턱이 높은 간이 계단을 오르니 도서관 도서관 안에서는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한 자원봉사자가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넝쿨 도서관은 규모가 작다. 도서관 공간은 단독주택 3층 15평을 개조해 만들었다. 이조차 도서관 것은 아니다. 한울림 교회(담임 이승복 목사)가 평일에 비어있는 교회 공간을 아이들을 위해 내놓았다. 그래서 넝쿨어린이도서관은 평일엔 도서관, 일요일엔 교회로 주말마다 변신한다. 저소득 맞벌이 부부와 조손 가정이 많은 동네 특성상 주민들의 관심과 지원은 생각하기 힘들다.

    박물관·미술관으로 체험학습
    책읽기·숙제·놀이 함께 ‘까르르’
    평일엔 도서관 주말엔 교회로

    그런데도 넝쿨 도서관은 작지만 지역에서 큰 일을 하고 있다. 도서관의 구실을 넘어 전래놀이, 미술놀이와 같은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열고, 한 달에 두 번 씩 영화상영도 한다.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엔 아이들의 작품을 동네 어귀에 전시하고,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 미술관, 놀이동산 등에 체험학습을 나가기도 한다. 최미자 관장은 도서관을 “동네 사랑방”이라고 말한다.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사랑방처럼 자유롭다. 도서관에서 지켜야 할 원칙도, 규율도 없다. 최 관장은 도서관에 왔다고 정숙하게 책 읽는 걸 강요하지 않는다. 책과 더불어 친구들과의 관계를 맺으며 스스로 배우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데 신경을 더 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2시에서 6시까지 열리는 도서관은 항상 아이들로 복닥거린다. 집에 백과사전이 없는 아이들이 단체로 와서 숙제를 해가기도 한다. 한쪽에서 책을 읽고 한쪽에선 숙제를 하고 다른 한쪽에선 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있다는 모습이 영락없는 사랑방 모습이다.

    철산동 아이들이 자라는 공간인 넝쿨도서관은 어머니들의 소모임에서 비롯됐다. 광명YMCA 생협 회원으로 2002년 8월 폭력적인 장난감 사주지 말기 운동을 하려고 모인 어머니들이 중심이 되어 2003년 7월 도서관이 세워졌다.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지만 1500권의 낡은 책으로 시작했던 도서관은 이제 4200여 권 장서를 자랑한다. 아름다운 재단, 새마을금고, YMCA생협 회원들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최 관장은 올해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컴퓨터 한 대를 들여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컴퓨터가 필요한 이유도 다른 도서관과는 사뭇 다르다. 소장하고 있는 책을 데이터로 만들어 편하게 대출 반납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몸이 불편해 도서관까지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의 정보를 모아 자원봉사자가 직접 찾아가서 책을 대여해주는 뚜벅이 도서관을 만들고 싶어서다.

    동네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있는 철산4동의 넝쿨어린이도서관은 동네 아이들과 지역 공동체를 이어주는 든든한 넝쿨로 자라고 있었다.공동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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